라임(Rhyme)이란 같은 모음을 사용할 때 생성되는 유사한 발음 또는 리듬을 이용한 수사법을 말한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가사뿐 아니라 연극이나 시, 연설, 조크에서도 다양하게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힙합/알앤비 장르에서 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다양한 장르에서 쓰이고 있다.
개념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한글 가사 예시를 첨부한다.
ex1)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끊여 먹었던 라면
(god - 어머님께 中)
이처럼 4박자째에 같은 어절을 반복하는 식의 1차원적인 라임은 90년대 한국 가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요즘은 이런 라임은 라임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어투를 형성하는 역할 정도로 사용된다.
본격적으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이용한 라임은 2000년대 래퍼들 사이에서 처음 쓰이게 되었다.
흔히 2/4 rhythm (투포리듬)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박에 라임을 넣는 방식으로서 라임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ex2)
변화란 내가 선택했던 매타 라임의 함수
공식의 증명으로 걸었던 건 내 마음의 말뿐
그래 맞아, 이 판의 반의 반은 덧없는 말의 맞춤
나머진 따분한 그 발을 감춘 파멸의 춤
(가리온 - 무투 中)
이후로 버벌진트를 필두로 많은 래퍼들이 한글 라임의 정형화와 다양화에 앞장섰는데
사실 이 시기에 와서야 지금의 한글 라임의 형태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3)
힙합이 이 땅 위 자리 잡기까지
차디찬 시각이란 비탈길과 실랑이
괄시나 심한 비난, 이간질 딴지 사이
만신창이 삭신 난 이 바위 앞의 가위
(동전 한 닢 remix - 화나 verse 中)
ex4)
손목시계라는 이름의 수갑은 날 숨 못 쉬게 해.
숨 가쁜 난 슬며시 계속 가슴만 쓸며 신께
숨겨. 쉽게/쓴 결심에/스며 쉰낼 '풍기'는 '무기'력증을.
(화나 - Deadline 中)
예시 1)에서는 ㅣㅏㅣ로 시작해 ㅏㅣㅏㅣㅏㅣ / ㅏㅣㅏ /ㅏㅣㅏㅣ 등 여러 리듬으로 쪼개어 변화를 주었다.
한 가사가 한 리듬만을 만들지 않고 다양한 리듬과 결합하는 상당히 수준이 높은 라임이다.
예시 2)에서는 단순히 모음뿐 아니라 자음이 결합된 형태의 라임을 볼 수 있다.
모음의 형태가 완전히 같지 않더라도 자음을 일치시킨다면 충분히 운율이 형성된다.
이 같은 다차원 라임은 힙합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다른 장르에서도 다차원 라임을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재는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라임이 쓰이는데 아이유가 라임을 잘 쓰는 가수로 유명하다.
ex5)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outsider
걸음걸이, 옷차림 이어폰 너머 playlist
음악까지 다 minor
(아이유 - Celebrity 中)
이 곡에서는 단순히 자음과 모음만 맞춘 게 아니라 이전 어절의 받침이나 발음 디자인을 고려해서 라임을 짰다. 싱어송라이터이기에 본인이 사용하는 발음도 가사의 요소로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제 라임의 기본적인 개념은 다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른 법.
라임을 실제 자신의 가사 적재적소에 적용시키려면 다양한 노래를 듣고, 분석하고, 써봐야 한다.
내가 직접 라임을 연습할 때 효과적이었던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바로 '라임 노트' 만들기.
실제 노트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당장 떠오르는 아무런 두 글자 짜리 단어를 적어보라. (ex : 스캔)
그리고 그 단어의 라임을 최대한 많이 적어보라. (ex : 줄 땐, 웃게, 들게, 습해 등..)
두 글자 라임을 떠올리는 것이 쉬워졌다면 더 긴 단어의 라임을 적어보라.
(ex : 잊어버리게, 지워널위해, 미소던지네 등..)
나 같은 경우는 2글자 3글자 4글자 많게는 7자 8자까지 라임으로 이루어진 단어와 표현을 무수히 기록하는 식으로 연습을 했다.
그렇게 적어둔 라임들은 그 자체로도 좋은 자산이다.
또, 그 과정을 통해 단어와 단어 사이의 라임이라는 사고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어떤 단어의 동의어나 반의어를 떠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듯이)
나아가 반복을 통해 익숙해진다면 마치 운동선수의 머슬 메모리처럼 자연스럽게 라임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스탠딩 코미디언이나 래퍼들이 프리스타일로 많은 라임을 뱉을 수 있듯이)
라임을 꼭 넣어야 할 부분인데 도저히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가끔 라임을 찾아주는 사이트들을 이용하는데 내가 사용하는 사이트를 소개하겠다.
영어 라임을 찾는 사이트인데 단어를 입력하면 각 어절 수에 따른 라임을 찾아준다. 어쩔 땐 그게 단점이기도 하다.
한글/영어 모두 지원하나 한글 라임 검색에 유용한 사이트. 특정 단어의 자음 모음 받침을 골라 검색할 수 있다.
한글 단어 검색 사이트로 라임 검색 기능은 없지만 어떤 글자로 시작하는 (끝나는) 단어를 검색할 수 있다.
오늘은 라임을 만드는 방법과 간단한 연습방법에 대해 소개해보았다.
라임은 단순히 기교로서 사용한다기보다는 리듬을 형성한다는 목적을 위해, 즉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한 도구로서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라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작사가로서 스스로의 무기를 한 가지 더 늘린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