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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멜트 Mar 21. 2023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by 레이먼드 카버

이 책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내가 구독하고 있던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였다.

그때 나는 단편 시나리오에 대한 영감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한 단편 소설집을 찾는 중이었다.

그리고 양장본인 표지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표지 디자인과 책의 첫 페이지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로, 주로 소시민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고 한다. 

이 책 또한 대부분 그런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로 이뤄져 있었다.

단편집은 그 특성상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 책의 첫 단편인 '거짓말' 또한 짧고 강렬했다. 그저 부부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7페이지짜리 단편인데도 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내가 느낀 레이먼드 카버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노골적'이라는 것이다.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미묘한 감정, 예컨대 주도권 싸움, 자존심, 열등감 같은 내밀하고 노골적인 것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비뚤어져있고, 짜증 나고, 밉상이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하는 화자의 생각 또한 그들과, 나아가 우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우리의 꺼림칙한 모습들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인물들의 입체적인, 또 노골적인 성격과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날카롭다 못해 집요한 작가의 관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또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그 이야기가 어떻게 빌드업되는지, 

복선은 어떻게 회수되는지, 이야기의 결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한 편에 염두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구조에 신경 쓰지 말고 이야기 자체에 몰입해 보기를,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치 시를 읽거나 노래를 들을 때처럼 말이다.

그때 느껴지는 우리의 감정 (그것이 부정적인 것일지라도)이 

작가가 진정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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