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의 작사노트 (1) - 가사만의 특징

by 김멜트


가사는 시나 편지와 다른 고유한 특징이 있다. 주변에서 글 좀 쓴다, 시 좀 쓴다는 분들이 작사에 도전했다가 맞닥뜨리는 첫 번째 벽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해선 가사라는 것이 가진 특징을 이해하고 그 부분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사의 특징을 정리해보겠다.



1. 귀로 소비하는 언어이다.


가사는 책 등 시각적으로 소비하는 글과 달리 귀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충분히 직관적이고 쉬운 말로 쓰여야 한다. 어려운 발음이거나 알아듣기 힘든 단어, 혹은 복잡한 문장이라면 청자의 귀를 사로잡기 힘들 것이다.

또, 가사는 특정 구절을 곡의 구성에 따라 반복할 수도 있고 클라이맥스에서 강조할 수도 있다.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해서는 이런 청각적인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2. 곡의 일부로서 작동한다.


가사는 곡과 별개가 아닌 일부로서 작동한다. 아무리 좋은 표현이라도 곡과 어울리지 않으면 좋은 가사라고 할 수 없고, 반대로 유치하고 뻔한 표현이라도 곡에 어울리면 좋은 가사라고 할 수 있다. 즉, 곡의 한 부분으로서 제 역할을 잘 해내는 글이 좋은 가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사는 노래로 불려지는 말소리이기에 각 발음의 역할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리듬이 강조되는 파트일 경우 그것을 살릴 수 있는 치찰음, 파열음, 자음을 위주로 사용한다. 반대로 리듬이 적고 멜로디가 강조되는 부분에서는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을 주기 위해 모음 위주의 발음 디자인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라임(각운) 악센트(성조)를 이용해 보컬의 느낌을 강조하거나 보완할 수도 있다.



3. 불필요한 언어마저 활용한다.


노래에 따라서는 가사의 스토리보다 감정이 우선되기도 한다. 감정보다는 묘사 위주의 곡도 있지만, 중요한 사건과 갈등이 드러나지 않고도 순간의 감정만을 노래할 수도 있다. (아이돌곡, OST의 경우가 그렇다.)

그저 부르는 이의 감정을 표현하는 감탄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우, 예, 오 등) 이런 언어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감탄사가 절반 이상인 소녀시대 Oh!의 가사





마치며


나는 작가인 어머니와, 고등학교 선생님의 영향으로 학생 때부터 글을 배웠다. (나름 전국대회 수상경력도 있다.) 이때 이미 음악도 취미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의 언어와 가사의 언어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특히 발음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게 지금 쓰는 가사의 한끗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쉽게 쓰인 글은 없다.

글을 쓸 땐 합평에서 수많은 지적을 당했고, 가사도 지적과 외면을 많이 받아왔다.

하지만 그 상처에 맞서 꾸준히 써내다 보니 내 글만의 특징을 찾았고 아직도 그것을 뾰족하게 갈고닦는 중이다.

시던, 에세이던, 가사던, 심지어 편지마저도 일단 써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써보라.

그것이 곧 당신의 한끗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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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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