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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메 Oct 09. 2023

길냥이에게도 존버가 필요한 시대

시골에서 강아지 두 마리와 보내는 하루는 매일이 똑같다. 집 근처 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직장과 독서실, 집을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냥이가 왔다 갔다. 첫 번째는 어느 날 나타난 유기묘 보떼.


밥 얻어먹다가 마당냥이로 승격!

출렁이는 뱃살 탓에 임신냥이로 오해받았다. (후에 입양해 주신 분이 진찰 가니 그냥 뱃살이라 했다고 ㅋㅋ) 길냥이인데 넘치는 애교와 사람을 졸졸 따르는 행동에 유기묘가 아닐까 추정. 옷을 입혀도 가만히 있는다.


근 3개월 정도 우리 집 마당에서 겨울을 났다. 천사 같은 동네 돈가스집 사장님이 입양해 주신다고 하여 집냥이로 또 승격. 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존버가 답이다.


입양 후 미모 레벨 업
난 더이상 길냥이가 아니다. 공주다.

고양이는 털이 많이 빠지는 동물인데 길냥이를 입양해 주는 사람은 마음이 참 넓은 사람이 아닐까?


두 번째 고양이는 대장냥이. 보떼가 있었을 당시 보떼 밥을 뺐어먹고 보떼를 못살게 굴었다. 그게 미웠지만 똑같은 길냥이라 쫓아내진 못했다. 가끔 저리 가!라고 뭐라 하긴 했다. (보떼를 괴롭혀서 ㅋㅋ)


보떼가 입양 간 뒤 보이지 않다가 어느새 다시 마당에 나타났다. 보떼가 먹던 밥그릇은 이제 대장 고양이 것!


이 동네는 내가 접수했다.


누가 봐도 저 얼굴크기는 대장이 아닐 수가 없다. 대장 고양이를 볼 때면 마음이 좀 씁쓸하다. 귀여운 고양이는 사람들이 츄르도 주고, 밥도 주고, 물도 주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눈빛과 얼굴이 웃기면서도 불쌍. 다음에는 따뜻한 집에서 사람 사랑받는 인생이길 바란다. 얘도 대장 고양이로서의 인생이 있겠지? 냥생인가.


요즘 계약직 신분으로 일하다 보니 길고양이에게 감정이 이입된다. 가끔은 서럽기도 하고 정처 없는 인생 같기도 하고.(알게 모르게 차별이 느껴지는 서러운 계약직 ㅠㅠ) 10년 뒤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미래의 내가 나타나서 알려줬으면 좋겠다.  ^_^


 다만 한 가지 느끼는 것은 나만 이런 게 아니란 거. 요즘 행복은 보여주기식 같다. 인스타 안에서는 모두 행복하고 풍요로운데 ’ 나는 왜 이럴까 ‘라는 우울감이 몰려든다. 괜히 남들과 비교하고 환경 탓을 하게 된다. ‘나는 왜 한국에서 태어났고 이런 인생을 살아야만 할까?’라는 무력감도 잦다.


그런데 둘러보면 인스타처럼 풍요로운 삶을 사는 사람은 주변에 단 한 명도 없다. 그 대신 비슷하게 생활하려는 사람들은 보인다. 나도 가끔씩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며 남들을 따라가려 노력한다. 난생처음으로 호캉스도 가봤다. 그래도 쓸쓸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고구마 밭에서 행복한 우리집 금동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체 헤헤 거리는 똥개 인생이 더 나아 보인다. 산책 한번, 간식 하나에 행복하니까. 그보다 사랑하는 누나와 엄마가 옆에 있어주면 최고로 행복하니까! 우리 집 금댕이(금동이 별명)의 사진을 보며 나도 소박하게 행복한 댕댕이 라이프를 살아보자고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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