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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혜미 Sep 28. 2022

보낸 공은 보지 않기

일명 고수들은 스윙 자세만 봐도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초보자의 경우 스윙 자세에서부터 티가 나기 마련인데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단련하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훈련의 시간이 쌓여야 한다. 나의 경우 스윙에서 가장 어려운 건 보낸 공을 보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보낸 공인데 보지 말라니? 대체 왜?

오는 공을 올바른 자세로 받아쳐내는 게 가능해지면 내가 공을 받아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이 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한번 공을 쳐낸 후 내가 쳐낸 공만 멍하니 보고 있다. “뭐해?” 공을 쳐내고 뿌듯하게 내가 보낸 공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묻는다. “응?”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공을 받아낸 내가 기특해서 보고 있었어!? 날아가는 공이 그리는 포물선이 아름다워서!? 어떤 말도 웃기다.

탁구는 핑! 하고 던지면 퐁! 하고 받아쳐 내는 스포츠다. 여기서 나의 역할은 핑! 에 있다. 퐁! 은 상대의 역할이다. 그러니 나는 핑! 에만 집중하면 된다. 핑! 하고 쳐낸 공은 이미 나를 떠난 공임을 명심하자.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니 내가 쳐낸 공이 잘 가고 있는지 보고 있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고 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기에 날아가는 공을 보고 있지 말고 다시 돌아올 공을 잘 받기 위해 다시 준비해야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것도 아이를 향해 핑! 하고 던진 공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었다. 양육자는 매일 아이에게 공을 던진다. 대화의 공을 던지기도 하고, 양육자 입장에서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공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참견이라는 이름의 공을 던지기도 하고, 내 아이만 하지 않는 게 불안해서 교육열이라는 공도 던진다. 아니, 아이에게 쏟아붓는 사랑이, 관심이 잘못된 건가요? 지금은 이 공을 던지는 것이 맞느냐, 어떤 공을 던져야 하는 것이 맞느냐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공을 던진 후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에게 던지는 공보다 아이가 다시 받아쳐 낼 공이 중요하다. 내가 말을 잘했나? 하는 자아비판의 자세보다 아이가 양육자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감정의 말을 쏟아 낼지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고민하며 던진 공의 질이나 양만 보고 있지 말고 그 공을 받아낸 아이가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지, 혹은 지쳐서 그 공을 받아 쳐낼 힘도 없는 상태인지를 봐야 한다.

결국 육아의 답은 “내 아이”다. 육아서에 있는 아이도, 옆집 엄마의 아이도 내 아이가 아니다. 오늘 나와 공을 주고받는 내 아이가 유일한 답이다.

탁구에서 아무리 영상을 찾아본다 한들, 기술을 익히고 연습한다 한들 랠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와 오늘 공을 주고받는 상대인 것처럼 육아도 나와 내 아이의 주고받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주고받음에서 중요한 건 ‘주고’가 아니라 ‘받음’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자주 놓친다. 내가 보낸 공을 보며 뿌듯해하는 동안 아이는 그 공을 받아쳐낸다. 내가 보낸 공을 보며 자책하는 동안 아이는 그 공을 받아쳐낸다. 내가 보낸 공과 옆집 엄마가 쳐낸 공을 보며 비교하는 동안 아이는 그 공을 받아쳐낸다.

이제 내 공에 맞춰져 있던 시선을 거둬 내 아이가 보낸 공에 시선을 두자. 나의 시선이 이동할 때 자연스럽고 다정한 주고받음이 시작된다. 나 혼자 보내는 공이 아니라 아이와 공을 주고받는 시간이 우리의 시간을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아이와 대화의 공을, 놀이의 공을 주고받는 시간.

내가 보낸 공을 보지 않고 재빨리 돌아오는 공을 준비했더니 자연스레 경기가 이어졌다. 아이와 지속적이고 단단한 관계를 만드는 것도 이 자세가 아닐까. 내가 보낸 공에서 만족함과 뿌듯함을 찾지 않고 아이와 공을 주고받는 시간에서 행복함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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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탁구로 엄마에 입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