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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혜미 Feb 24. 2022

대단하지 않은 노력은 없다

나 쫌 대단한데?

본업을 잠시 쉬고 있다. 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쉼의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적응기간이 지나니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을 했고 합격을 했고 자격증을 받았다. 엄마의 합격 소식을 들은 아이는 내게 시험은 어려웠는지 물었다. 아이의 물음에 나는 어렵긴 했지만 엄청 대단한 시험은 아니라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아이가 말했다.


엄마, 대단하지 않은 노력은 없잖아. 그러니까 엄마도 대단한 거야. 진짜 멋져”




대단하지 않은 노력은 없다. 대단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대단하다는 것은 평가이고 평가는 개인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평가받는 객체일까, 평가하는 주체일까? 예전에는 평가받는 객체에 따라 평가의 내용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모자라니 모자라다고 평가받는 것이고 대단하니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모자라다고 평가받으면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했고 대단하다고 평가받으면 뭔가를 이룬 것처럼 마냥 들떴다.


그런데 정말 부족해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것일까?

대단하다는 건 평가받는 주체가 놀랄만한 일을 행한 걸까?


생각해보면 평가받는 객체는 평가받을 뿐이다. 결과가 있을 뿐이다. 결국엔 평가하는 주체의 판단이 평가의 기준이 된다. 평가하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모자란 것이 대단한 것이 될 수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자란 것 일 수도 있다. 여기서 시선이란 평가하는 사람의 판단 기준뿐만 아니라 객체를 어떻게 대하는지 태도의 차이를 뜻하기도 한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보잘것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평가에 가장 인색할까? 바로 나 자신을 평가할 때다. 나에게 잣대를 들이대면 뭐가 그렇게 팍팍해지는지, 눈은 또 왜 그렇게 높아지는지, 왜 이렇게 냉담해지는지. 되레 나에 대한 평가를 높이 하는 사람을 자만하다고 평가하던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가장 부드러운 잣대를 대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다.


아이의 말대로 대단하지 않은 노력은 없다. 노력했다는 것은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꿈이 있다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으며 노력이라는 것은 결국 그 꿈을 향해 한 발작 내디뎠다는 것을 뜻한다. 꿈꾸는 것만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건 없다. 그런데 왜 항상 노력은 결과의 부속물이자 과정으로 생각해야 할까. 왜 노력 그 자체로 평가받지 못할까. 왜 그 한 발작의 가치를 돌아보지 못할까.


생각해보면 아이의 말대로 대단한 노력이었다. 시험을 보기로 정하고 수강료를 지불 한 다음 날 아이는 코로나 상황으로 유치원을 조기 퇴소했고 공부하는 7개월 동안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했다. 아이들이 잠들면 새벽까지 책을 펼쳤고 시간이 없으니 두 달 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책도 아껴두었다.(책을 포기하다니. 정말 큰 결심이었다.) 시험 보는 날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하루 전날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렇게 공부했고 시험을 봤고 합격했다.


어쩌면 나는 자격증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내 노력의 가치와 같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공부해서 받은 학위가 아니니 자격증을 그리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러니 내가 노력한 시간들도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노력이 결과에 가렸고 겸손이란 이름 아래 결과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아이는 결과가 증명하는 가치보다 노력 그 자체와 시간의 가치를 보았고 그래서 엄마의 노력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말해주었다.


아. 이렇게 또 부족한 어른은 아이에게 배운다. 대단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보다 내가 대단하다는 말을 수천번은 더 해봤을 텐데 말이다.


정말이다. 대단하지 않은 노력은 없다. 꿈꾸는 자, 노력하는 자,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자. 모두 대단하다. 너도 대단하고 나도 대단하다. 대단하지 않은 노력도 없고 대단하지 않은 사람도 없고 대단하지 않은 하루도 없다.


아이에게 노력의 가치를 새로 배운 이후로 나는 나의 작은 성취에 마음껏 보답하고 칭찬한다.


강혜미! 너 쫌 대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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