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패딩의 감성적 내구성

에듀로켓, 패션라이프스타일교육 1.

by 김은형

명동에서 강의를 마치고 30년 지기 제자인 정미와 Hard Rock Café 에서 불타는 금요일 밤을 보냈다. 제자도 오래되면 친구가 된다. 정미가 그렇고 성철이가 그렇다. 심지어 은선인 마치 친정엄마처럼 나를 챙긴다. 그런 제자들이 좋다. 그들이 친구든 친정 엄마든, 분명한 건 난 그들을 정말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적이든 청이든 백이든 상관없다. 나와 오랜 시간 삶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과 존경은 변함이 없다. 마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에게 있어 럭셔리란 원단과 소재, 품질과 성실성에 기반을 둔 세월을 초월하는 ‘감성적 내구성’이었던 것처럼 나의 제자들도 감성적 내구성으로 럭셔리하다.



강의 후 제자와 늦은 밤까지 놀다 올 생각으로 다운 패딩(Down Padding) 쟈켓을 입고 갔다. 일명 오리털 점퍼! 내 생애 최초의 오리털 점퍼다. 한국에서 오리털 점퍼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30년쯤 된 것 같다. 복식사적으로 말하면, 1950년대에 클라우스 오베 메이어라는 스키 강사가 스키 인구를 더 많이 늘리기 위해 고안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 따뜻하다. 특히 예전처럼 두껍지 않아서 활동도 편하다. 충전재는 인공소재를 쓰기도 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폴리에스터 솜이다. 신소재로 개발된 신슐레이트(thinsulate)나 웰론(wellon) 같은 섬유들이 폴리에스터를 가공하여 만든 것들이다. 그러나 보온성은 확실히 천연 다운 패딩(Down Padding)이 최고! 그러나 오리털이나 거위 털 등은 동물학대 관련 불매운동도 만만치 않다.



갑자기 오리털을 뽑는 것과 오리 고기를 먹는 것의 도덕성이나 윤리적 무게에 대해 생각이 미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에서 키운 닭을 잡아 배를 가르고 내장이 쏟아져 나왔을 때의 신기함과 축제적 분위기가 떠오른다. 그땐 닭의 고통보다는 닭고기 맛에 대한 기대감에 도취되어있었다. 닭이나 오리가 우리 입에 오르기까지 고통을 받는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들은 우리의 입맛을 위해 당연히 죽어야 할 무엇일 뿐이었고, 그로 인해 즐겁고 행복했다. 그땐 맛있는 요리를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내겐 항상 ‘즐거움’ ‘기쁨’‘행복’ 등으로 전달되었었던 것 같다. 마당에서 잡은 닭을 샘가로 옮겨갈 때 아버지 손에 들린 닭의 축 쳐진 몸의 흔들거림 자체가 따라가는 우리에게 리듬감을 주었을 정도니까.



그런데 이제 세상의 인식은 또 많이 변해있다. 먹거리에 대해서도, 입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냥이 없다. ‘그냥’ 먹지 않고, 그냥 입지 않는다. 무엇인가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생각하고 도덕성과 윤리적 잣대까지 통과되어야만 우리는 우리가 먹고 입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것의 잣대가, 또는 우리가 인식하는 먹는 것과 입는 것의 도덕성이란 상식이 정말 상식적인가? 하는 생각이 교차된다. 좀 더 단순해지는 것은 어떨까? 보다 더 근원적인 삶의 토대! 사냥해서 고기는 먹고, 가죽은 입던 시절의 인식 수준? 어쩌면 요즘 삶은 너무나 많은 대체물들이 넘쳐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식물을 먹는 것도 잘 생각해보면 야만적이지 않나? 그 초록 초록하고 예쁜 것들을? 그 생기가 가득한 것들을?

괘변이다.



어쨌든 다운 패딩 덕분에 서울의 차가운 밤공기를 잘 이겨내고 대전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운 패딩을 벗은 순간 난 털이 덜 빠진 닭 같다.

검은색 캐시미어 스웨터 위에 다운 패딩(Down Padding)에서 이탈한 수많은 깃털들이 하얗게 빼곡히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백조의 날개가? 하하하하

갑자기 겨드랑이가 간질거린다. 조잘조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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