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5

by 김은형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17. (2018. 8.28.화.)

새벽 4시에 일어나 정확하게 금강권 1000번을 돌렸다.

금강권이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더 작아지는 나 자신을 느낀다.

지킬과 하이드에서 욕망의 크기가 커질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하이드처럼

1000번을 돌리고 나니 나는 결국 졸라맨이 되어있었다.

아~~~~ 어쩌면 금강권 돌리기와 졸라맨은 매우 통찰적인 매치였구나.

돌리면 돌릴수록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찾아드는..

오십견 치료 효과쯤은 이제 완전히 잊고

금강권을 돌리며 나는 잊었던 자신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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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18. (2018. 8.29.수.)

금강권 돌리기를 시작하자마자 셋도 세지 않아서 오른쪽 어깨에서 뚜두둑 뚜두둑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마치 통닭의 닭다리를 몸체에서 떼어낼 때 연골조직에서 느껴지는 소리 같은?

어깨가 아프다는 표현보다는, 기계의 부속이 맞지 않는 삐거덕거림이랄까?

지난 13일째는 소리도 나면서 유독 어깨가 아팠었다.

그런데 오늘은 소리, 소리, 소리.

하지만 나쁘지 않다. 금강권 돌리기에 리듬이 생겼다고나 할까?

문득 TED에서 공연하던 엠마누엘 잘을 떠올린다.

난 그의 생각과 시와 음악과 춤을 좋아한다.

그것은 예술의 근원 자체다.

그 흑인 청년이 수단의 처절한 가난에서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도 하루 한 끼만 먹고 랩을 하며 돈을 모아 수단에 학교와 대학을 세워가는 장렬한 모습.

열심히 하려고 노력할 것 없다.

그처럼 그냥 리듬을 타고 즐기며 세상과 세계를 향해 자신을 활짝 열어 가면 되는 거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오른쪽 어깨의 기계적 리듬은 사라지고

금강권 돌리기 기계가 된, 기계적으로 팔을 돌리고 있는 나만 남아있다.

그래서? 오늘도 1000번을 완수한다.

금강권 돌리기가 습관적인 삶의 패턴을 바꿔주는 효과가 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어쩌면 이것도 내 삶의 하나의 과정일거다.

금강권 돌리기를 마치고 새벽 기도하러 법당에 가는 길

오늘은 유난히 빨강 신호등이 눈에 들어온다.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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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19. 아주 쉽고 가볍게, 그러나 깊이 (2018. 8.30.목.)

나는 어쩌면 금강권 돌리기에 중독된 것 같다. 하하하

100일 기도의 효험에 대한 인류의 오랜 믿음은 어쩌면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근거가 있을 수 있다. 행동패턴과 사고패턴이 100일 동안 기도에 의해 일정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동안 그 패턴에 익숙해지기 때문?

요즘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가 되거나 관심거리가 되면,

나도 모르게 금강권 돌리기를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젠 사우나에서 아주머니들의 부황 뜬 어깨를 보며 금강권 돌리기를 나눴고

삼겹살집 회식 자리에서 동료교사들과 금강권 돌리기를 나눴다.

마치 내리사랑처럼 내가 배운 좋은 것을 아직 나누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야한다는 강박?이 작동하는 것일까? 아니면 늘 나를 과유불급의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습관적 사고와 행동패턴? ‘당신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라는 타자로부터의 인정욕구가 발동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내가 금강권 돌리기를 통해 몸과 마음에 힘을 얻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하지 않겠는가? 나의 금강권 돌리기에 대한 중독적 행동의 근원은 바로 그 부분인 것 같다. 아주 쉽고 가볍게, 그러나 깊이 나눌 수 있다는 점.

늦은 회식에 술도 한잔 했으나 생각보다 많이 가벼운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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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20. 41세 총각 수줍다 이선생! (2018.8.31.금)

나는 별명처럼 확실히 바이러스다.

위험스런 삶을 겁내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항상 나를 멀리해야한다.

감염성과 중독성이 슈퍼 울트라 파워! 하하하.

다른 날보다 더 바빴던 새벽.

금강권 돌리기를 800회밖에 하지 못했다.

출근해서 2교시 수업이 숨 가쁘게 끝난 뒤 쉬는 시간,

한 숨 돌리며 커피를 한잔 마시려는데 짝꿍 민정샘이 티 테이블로 다가왔다.

“ 부장님! 오늘 새벽에 금강권 500회 돌리다가 깨달은게 있어요.”

“ 뭔데? ”

“ 제가 평소 어깨를 웅숭그리고 다니는데, 금강권 돌리기를 하면서 어깨가 활짝 펴진 것을 느꼈어요. 가슴이 시원한 느낌이랄까?”

“그래? 나도 오늘 200회 남았는데 그럼 지금 같이 해볼까?”

우린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함께 금강권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 왓!

오마이 갓~~~

둘이 시작했는데, 창문에 금강권을 돌리는 제 3의 인물이 비쳐 보이는 것이 아닌가?

41세 총각 수줍다 이 선생!

평소 엄청 내성적이고 수줍고 말이 없는 41세 소년이 우리가 등 돌리고 창문을 바라보며 금강권을 돌리자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따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의 금강권은 『백년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미녀 레메디오스의 나방들처럼 브이자로 치솟아 펄럭거린다. 하하하하

“ 부장님이 매일 여자 선생님들과 하시니까 저도 한 번 해보고 싶더라구요. ” 하하하하

이미 금강권 돌리기는 어깨 결림 해소나 습관적 삶 바꾸기라는 거대하고 진지한 목표 이외에 우리 일상을 즐겁고 재미있게 만드는 하나의 놀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를 혼자서 시작했으나 이젠 혼자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뭐든 즐겁고 재미난 일은 함께 할 때 더욱 커진다.

바이러스도 달콤하고 맛난 것에 민감하다.

즐거움은 파동이 높아 바로 중독된다.

그래서 어쩌면 행복한 생각과 사랑은 즐거움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일 것이다.

오늘 아침 금강권 돌리기는 매우 달콤하고 즐거운 행복바이러스를 급 증식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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