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4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13-16

by 김은형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13. (2018. 8. 24.금)

하루가 너무 바쁘다.

오늘은 4번에 나눠서 금강권을 돌린다.

점심시간에 잠깐 100개를 돌리는데 책꽂이 위의 아인슈타인이

“ 너 지금 뭐하니? ” 하고 물어온다.

금강권을 돌린다고 말해보았자 그가 알리만무하다.

아니, 어쩌면 아인슈타인도 태극권을 알았던 것은 아닐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태극의 원리가 같은거라나? 비슷한거라나?

에라 모르겠다. 아인슈타인의 뽀글뽀글한 머리털 만큼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냥 1000개 돌기기 목표에나 충실하자.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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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14. (2018. 8. 25.토)

토요일 아침! 오히려 평일보다 일찍 깨어 정원으로 날아든 두 마리의 새들과 함께 금강권을 돌린다. 아침 햇살을 받기 시작한 노틀담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미니어처 기념품들이 오색찬란한 빛을 발산하고 새들 또한 오색찬란한 소리로 지저귄다. 어쩌면 나는 천국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평화롭고 고요한 새벽에 여롭게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도대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거친 마음과 거친 말과 거친 표정이 들어올 틈이 없는 시간들이다.

지난 일주일의 거친 시간들이,,,

내 거친 언어와 일상과 일들이 쓰리게 지나간다.

문득 내 본성에 대해 생각이 미친다.

무료해서 죽을 만큼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했던 일상과 여리고 투명했던 존재감.....

어쩌면 나는 유리동물들처럼 깨질 듯 투명하고 연약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거친 장벽을 만들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새소리도 사라지고

노틀담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미니어처의 찬란한 빛도 사라지도

금강권을 돌리는 나만 남았다.

아니,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팔만 남았나?

금강권을 돌리기 시작한지 2주일!

오늘 아침의 나는 왠지 좀 낯설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15. (2018. 8. 26.일)

조악하게 그림으로 기록하였던 금강권 돌리기를 이제 글까지 덧붙여보기로 했다.

그러나 자발적인 발화는 아니다. 영감을 받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라 기분이 나빠져서 더 도발적인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다.

조악한 금강권 돌리기 그림을 금강권 돌리기 코치인 최선생님과 확인 차원에서 공유했는데,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전체 카톡 방에 올려놓은 것을 보고 당황스러움과 함께 민망함을 느꼈다.

아마도 내가 그리는 그림에 대해 스스로 졸렬함을 느껴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것이 내가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나누어야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밀려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이렇게 된 바에야 더 많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에게 나의 그림과 글 까지 모두 홀랑 공개하겠다는 도발적인 생각을 했던 것이다.

화도 나고 약도 올랐지만, 어쩌면 이것은 매우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다 마친 다음엔 100일의 기록을 그림책으로 엮어보자.

그렇지 않아도 수행하며 변화되는 나를 한 번 기록해보고 싶었었다.

금강권 돌리기도 108배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이 차분히 내려감을 동반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제 내 몸과 마음을 잘 내려다보고 수행의 관점에서 기록해보는 거다. 금강권 돌리기를 100일동안 하면서 내가 무엇을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 생각하며 마음자리가 변화되어 가는지 살펴보는 거다.

11월 19일! 여름 지나 가을 지나 초겨울까지

딱 100일을 기록으로 남겨보는 거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16. (2018. 8. 27.월)

알람을 맞추고 자는 것을 잊었다.

눈 뜨니 5시 35분.

침대 창문 너머로 여전히 내리는 비.

그럼 오늘은 비 내리는 숲을 바라보며 거실에서 금강권 돌리기 1000회.

베란다 조명 등에 걸어 놓은 수염틸란드시아 화분에 매달린

마녀배달부 키키의 검정고양이가 유독 귀여운 시간이다.

지난주처럼 어깨의 뻑적지근한 통증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40회가 넘어가면 약간의 고통(?)이 동반된다.

금강권 돌리기를 마치고, 오늘 아침 식사로 준비된 호박 고구마를 씻는데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즐거움이 용솟음침이 느껴진다.

아~~~ 이 낯선 울림!

고구마 쇼크인가?

음식 재료를 다듬고 설거지를 하는 과정은 참 귀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고구마를 씻는 과정이 갑자기 이토록 즐겁게 느껴지다니..

행복한 마음이 스멀스멀 내 안을 물들여 온다.

어쩌면 이건 금강권 돌리기의 기적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고구마를 씻는 것쯤은 금강권 1000회 돌리기와 비교하면

붉은 비단 깔린 꽃길을 투스탭으로 춤추며 걷는 것과 같아서 일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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