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28 - 30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28. 차이니스 치펜테일 스타일 (2018. 9. 8. 토.)
내가 스물세 살 때였나?
컴퓨터 점을 보았는데, 나는 반드시 화려하고 우아한 자신만의 방과 집을 가지고 있어야만 행복하단다. 여기서 방점은 반드시이다. 천 번의 금강권 돌리기를 몸에 집중하며 하다보면 힘들고 지루하다. 천 번은 쉽게 오지 않는다. 이럴 때 내가 진짜 좋아하는 차이니스치펜테일 스타일의 방꾸미기 놀이를 하면 너무도 재미있다. 방을 동서남북으로 돌아가며 금강권을 돌리고 각각의 부분에 대한 디자인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함은 감소된다. 그러나 몸의 감각에 더 집중하고 민감해져야 상상놀이도 가능하다. 왜? 팔과 어깨에 당김이 어느 정도 일 때 50회 한 세트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알아차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상할 것도 없다. 그냥 엄지 두 번째 마디를 꼭 거머쥐고 눈 질끈 감고 그냥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곰이 마늘과 쑥이 아닌 고기를 먹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하하하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29. 심연을 본 자는 순간을 영원처럼 산다. (2018. 9.9.일.)
새벽 2시가 넘어서부터 먹기 시작한 국수를
4시가 넘도록 다 먹지 못하고 이야기에 몰입하다
드디어 4시 30분이 넘어서야 금강권 돌리기를 설명한다.
이 새벽에 금강권 돌리기를 꼭 해야 하냐는 28세 청년 기용의 질문에
길가메쉬처럼 길 위에 선 나는
노인이 되어 또는 청년이 되어 말한다.
에토스는 습관이고 습관이 모여지면 인격이 된다.
인격은 말로 나타나고 말은 행동이 되고 더 나아가 운명을 만든다.
생각이 돌봐져야만 운명을 바꿀 수 있다.
단순히 몸을 깨우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에 깨어
습관적인 업식, 에토스를
본래의 오염되지 않은 그것으로 다시 회귀시킬 수 있다.
노인이 청년이 되는 원리.
불로초를 먹지 않더라도
심연을 본 자는 순간을 영원처럼 산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30. 아보카도의 틈 (2018. 9. 10. 월.)
어젯밤 돈까스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돈까스가 무섭다)
나는 오늘 아침 무사하고 무탈한 상태로
참 가볍고 상쾌하게 금강권 돌리기를 시작한다.
여우가 어린왕자를 매일 오후 4시에 오도록 길들였듯이
우리 집 식물들도 일요일 아침마다 물주는 나를 기다린다.
그러나 내 손길이 닿지 않았던 지난 휴일!
목마름과 기다림에 지친 슬픈 마음을 시든 잎을 팔랑거리며 말해온다.
나는 곧 금강권 돌리기를 멈추고 마른 화분의 흙들을 적셔준다.
물을 주다보니 유독 창창하게 발딱 서서
네가 물을 주고 주지 않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나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딸아이가 아보카도를 먹은 뒤
“정말 싹이 틀까?” 하며 장난스럽게 심었던 아보카도다.
둥글고 딱딱한 씨가 쩍 금이 가고 그 틈을 비집고 줄기가 뻗어 나온 것.
하나의 세계가 열리고 틈이 벌어지기까지는
땅속처럼 깊은 어둠의 따듯함은 물론
어린왕자가 장미에게 물을 준 시간들과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는 시간.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
나는 갑자기 어린왕자를 다시 읽고 싶어진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왕자를 길들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4시에 만날 어린왕자를 생각하며
3시부터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 길들여지기를 자처한 여우의 지혜가
금강권 돌리기처럼 머릿속에서
1000번을 돌고 또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