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31-33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31. 소피네집 도날드 덕(2018. 9. 11.화)
소피네 집을 발견한 날은 동네 사우나에 가던 중이었다.
좁은 골목,
낮고 작은 건물 창문 틈의
아름다운 스탠드불빛에 매혹되어
사우나 가던 것도 잊고 무조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케케묵은 골동품냄새와 프랑스홍차 ‘마르코폴로’의 달콤한 향이 섞인데다 주인장인 소피의 가늘고 까만 웃음이 하얗게 공간을 채우고 있는, 너무도 독특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그때부터 ‘소피네집’은 나와 딸아이의 아지트요 지인들이 모여드는 또 하나의 작은 파리였다.
프랑스 문화원 부속 카페 역할 때문에 프랑스인들과 유학파들의 아지트이기도 했고, 유럽앤틱과 그림을 파는 전원장님 덕분에 진짜 많은 문화예술 애호가들이 소피네집을 들락거렸다.
그중 가장 어린 손님이 우리 딸아이.
늘 사랑을 독차지했고,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금강권을 돌리는 도날드 덕도 소피가 정민이 책 읽을 때 쓰라고 문진으로 선물했던 것!
오늘 아침 금강권을 돌리다 우연히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 어? 금강권을 돌리고 있네? 그런데 엄지손가락을 힘주어 꼭 눌러 주먹을 쥐지는 않았잖아??"
하하하하하하
금강권을 돌리다 혼자 웃는다.
이제 세계가 금강권 돌리기 중심으로 중독적으로 재편되고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팔을 뻗어 올린 모든 것들이 금강권 돌리기로 보이기 시작하는 외눈박이 월드에 입성!
브론즈로 만들어진 도날드덕의 활짝 편 손가락마저도 구부려 주고만 싶은 이 욕망감!
어쩌면 나는 한 세계를 선택하고 스스로 그 세계에 갇히는,
아니 그 세계에 빠져 더 깊은 확장을 꾀하는 사람들의 선택과 의식구조를 조금 알 것도 같아진다.
금강권 돌리기 또한 모험적이며 재미난 여행 같다.
날마다 흥미로운 발견이 줄을 잇는다.
차이가 있다면?
여행은 너무 많이 걸어 다리가 아프고
금강권 돌리기는 너무 많이 돌려 팔이 아프다?
소피네집이 그리운 아침!
파리에 있는 소피도 너무 그립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32. 조각 이불 (2018. 9. 12. 수.)
새벽 4시 30분 알람소리가 울리고 금강권 돌리기를 시작하여
5시 10분에도 여전히 금강권 돌리기를 하고 있는 나.
그러나 도대체 몇 회를 돌렸던 것일까?
이불 속에서 의식만 잠시 깨어 꿈을 꾸고 있었던 거다.
드디어 6시,
벌떡 일어나 침대 옆에서 이불 정리도 하지 않은 채로 금강권을 돌리기 시작한다.
문득 조각조각 이어진 조각 천들이 무심한 나의 시선에 잡힌다.
어제 저녁 밝은빛 태극권 박종구 원장님이 말씀 하신
‘둔갑’과 붓다의 연기법에 대해 슬쩍 생각이 미친다.
그 둘의 개연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각각의 다른 패턴과 색상의 조각 천들이 하나의 이불로 ‘둔갑’한 상태.
그야말로 변형이다.
처음엔 개별적인 천 조각이었던 것이 서로 연결되어지며
하나의 조각 이불로 변형되어
이제 따로 떨어져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조각은 없다.
전체를 부분으로 조각내지 않고 오히려 부분을 전체로 잇는 조각보.
그들은 대칭이거나 비대칭인
또 다른 조각들에 의해 설명되기도 하고. 존재방식이 규정되기도 하며
또 새롭게 변형된 ‘조각 이불’이라는 사물로 명명되어 존재한다.
어쩌면 개별적인 자아와 사물과 세계는
조각 이불처럼 부분부분 다른 패턴과 색상으로 개별화 되어 보이지만,
이미 연결된 하나의 세계다.
그것을 보고 인식하는 우리의 프레임이나 시각이
특정 부분만을 조망하여
좁은 세계를 또 하나의 완결된 또 하나의 세계로 규정하고 있을 뿐.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끝끝내 독수리가 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참새도 되기 어렵다.
그래서?
난 꿩과 치킨을 먹는다. 하하하하
겨드랑이에서 돋아나는 이상의 날개를 위해.
심해의 물고기가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대붕의 그날을 위해?
하지만 금강권을 돌리는 잠이 덜 깬 새벽!
난 조각조각 이어진 조각보 이불의 세계를
날개 없이도 한 눈에 조망한다.
꼭 높이 날아오를 필요도 없다.
침대 위 조각 이불의 연결된 세계는 한 눈에 들어온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33.토토로의 숲 (2018. 9. 13. 목.)
책꽂이에 꽂힌 책들의 숫자를 세며 금강권을 돌린다.
낯설어진 책들도 있고 다시 읽고 싶어지는 반가운 책들도 있다.
나는 또 숫자에 집중하지 않고 책 제목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책꽂이에 놓여있는 토토로에 걸려 숫자를 잊기도 하고
땡땡의 모험에 빠져들기도 하며
마리앙뜨와네트의 드레스자락과 향수에 취해
토토로가 낮잠 자는 숲을 헤매기도 한다.
사츠키가 동생을 찾기 위한 간절함으로 다시 찾아간 그곳!
오늘은 나도 그 숲으로 가서
느긋하게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하늘도 보고 싶다.
해석이야 어떻든
결국 구원과 행복은 내 안에 있다.
1000번의 금강권 돌리기가
토토로 오르골의 태엽을 반복해서 돌리는 것만큼 즐거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