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11

금강권 프로젝트 34

by 김은형

금강권 프로젝트 34. 펄펄 뛴다! 난다! (2018. 9. 14. 금.)

가을비와 대입 수시 원서 마감의 상관관계는 도대체 뭘까?

5교시 수업시간! 교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진짜 펄펄 뛴다! 난다!

“ 얘들아! 여보세요! 오빠들! 아저씨! 제군들! 야~~~~~~! 죽을래? ”

까지 나오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아이들은 잠깐 움찔?

“ 제발 좀 앉으라고! ”

“ 싫어요! ”

나는 갑자기 보르헤스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을 걷고 싶어진다.

교사의 지시에 학생들이 불응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

- 첫 번째 이쁘다.

- 두 번째 너무 이쁘다. ㅎㅎㅎㅎ

무능을 넘어서는 끝장나는 스킬!

“ 일단 앉아봐! 여대생들이 어떤 남자 좋아하는지 말해줄게. 지금부터. ”

“ 진짜요? ”

“ 그럼~~우리 딸도 여대생이잖아! 어깨와 팔 근육 좋은 사람을 좋아해. 방법 알려줄까? ”

“ 정력도 좋아져요? ”

“ 당근! ”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아이들과 나는 수업 시작 전 금강권 돌리기를 하며

회색 바다 아래 잠수함처럼 잠시 살짝 내려간다.

금강권 돌리기로 어쩌면 상 남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아이들!

수시 원서 쓰고 대학 설명회 들으러 가야한다며 다시 펄펄 뛰고 날며 교실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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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35. (2018. 9.15.토.)

새벽기도 하는 도반들과 세종시에 있는 영평사에 도착하니 8시?

보슬비 내리는 아침 산사를

각자의 호흡에 맞춰 느긋하게 즐긴다.

난 새벽에 50회 밖에 하지 못했던 금강권 돌리기 완전정복!

구절초는 꽃망울 속 향기를 보슬비 속에 가득 흩뿌리고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로 금강권 돌리기는 절로 리듬을 탄다.


오늘 아침은 금강권 돌리기가 참 힘들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이 다 아픈 듯?

지난 주말부터 일주일 내내 달렸던 때문일까?

금강권 돌리기를 1000회 마치고,

나는 벌렁 누워 몸도 마음도 잠시 내려놓고 쉰다.

페이스북에 이영수 싼티 요가원 원장님의 댓글이 달렸다.

요즘 요가 시작 전에 금강권 돌리기를 먼저하고 시작하신단다.

문득 싼티 요가원의 목요일 요가도 그리워지고,

이영수 원장님이 달리고 있을 순천 가는 남도 길,

노랑 들판이 눈앞에 어른거리며 펼쳐지기도 한다.

가을인가? 그 들판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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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36. peace - I see me (2018. 9.16.일.)

“엄마!”

뒤뜰에 계시던 엄마의 얼굴이 환하게 나를 맞는다.

왜 왔느냐고 묻지도 않으시며 아침상을 차리신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정원으로 나가 금강권 돌리기를 시작한다.

처음엔 두 팔 모두 번쩍 들어 거뜬히 하시더니,

20회쯤 되니 어깨가 아파서 팔을 들을 수가 없다고 못하시겠단다.

그 정도는 누구나 아프고 당긴다고 말씀드리니, 엄마만 특별히 어깨가 더 아프시단다.

어깨가 아파 팔을 들어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엄마의 금강권 돌리기는 멈춘다.


나는 엄마에게서 나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뭔가를 시작할 때는 잘하다가도, 일단 생각이 개입되기 시작하면 정지한다.

특히 대중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청중들의 반응이 좀 산만해지면

강의를 끝까지 마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한다.

말도 안 되는 불안과 두려움이지만, 사로잡힌 순간엔 압도당한다.

순간 강의의 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겨야 잘된다.

금강권 돌리기도 마찬가지. 그 어떤 생각도 지우고 그냥 그 순간의 행위와 목표에만 집중할 때, 할 수 없었던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다.

조성진이 쇼팽 콩쿨에서 자신의 손은 피아노를 치고 자신은 자신의 연주를 감상했다는 말은 유의미하다.


금강권을 200회쯤 돌렸을 때 담장 아래 핀 핑크빛 장미가 눈에 들어온다.

peace! 어려서부터 내가 정말 사랑하는 장미다.

나는 금강권 돌리기를 잠시 쉬고 화단 위로 올라가 빗물에 젖어있는 장미의 향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그야말로 평화가 찾아오는 순간!

아버지가 심으신 peace의 향기는 어려서부터 항상 내게 황홀감을 선사했다.

참 깊고 그윽하다.


나는 곧 그 사랑스런 핑크빛 장미 꽃송이에서 어린 시절 나를 본다.

칫솔질하시던 아빠 등에 업혀 오른쪽 뺨을 아빠 등에 기대고 이런 저런 꽃 이야기를 들으며 그지없이 평화로운 아침을 누리던 눈곱 낀 어린 내가 거기 있다.

peace - 그 안에 작고 여리고 말없던 어린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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