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16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51-53

by 김은형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51. 패턴 pattern (2018.10.1.월)

달플로랄 디자인 꽃집 경아씨가 선물한 손수건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손수건 위의 패턴들은 만화경의 패턴과는 달리 무한히 반복되기만 할 뿐 변형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뻔하게 읽힌다.

분홍새 다음엔 초록새가 나오고 초록새 다음엔 분홍새가 나오는.

우리의 삶의 패턴도 어쩌면 초록과 분홍새처럼 뻔한 일상의 반복이다.

세수하고 밥 먹고 차 마시고 밥 먹고 차 마시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자고.

간간히 그 사이에 업무라거나 새로운 지향점을 가진 일들을 끼워 넣는 정도?

분홍새와 초록새 사이에 가끔 노랑새와 파랑새, 또는 핑크나 아쿠아 블루가 끼는 정도?

반복적인 패턴처럼 습관도 우리 몸에 고착화되어 삶의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기도, 운동, 공부에서 꾸준함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이유일거다.

금강권 돌리기를 하며 나의 삶도 새로운 패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나의 일상에 다시 구조화되었음을 깨닫는다.

분홍새 초록새에서 노랑새가 한 마리 끼어든 정도?

그러나 새로운 패턴은 부작용도 낳는다.

마치 매미가 허물을 벗는 지난한 시간과 과정처럼

어떤 일이든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시간과 파괴와 혼란을 감수해야한다.

하나의 세계를 벗고 새로운 세계를 맞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다.

우린 모두 자신의 앎과 경험과 자신이 속한 세

계를 너무 확신하는 불안한 존재들이기에

반복적인 패턴에서 노랑새 한 마리가 끼어들기 까지는

우연을 가장한 수많은 필연들이 끝없이 갈라지는 두 갈래 길을 펼쳤을 것이고

먼 길을 돌아오도록 했을 것이며

한길 낭떠러지 폭포 아래 떨어져 자맥질도 치게 했을 것이다.

어쩌면 간신히 숨만 이어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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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은 반드시 죽은 뒤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자극으로 새로운 사고가 형성되고 그것이 새로운 행동과 삶의 양식을 만들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새로운 삶의 형식이 구조화되며 새로운 생명체로 재탄생한다.

그 또한 부활이지 않을까?

왜? 그는 이미 변형된 자이며 이미 이전의 그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는 분홍새와 초록새의 패턴만이 아니라 인식하지 못한 노랑새도 있다.

그런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이 어쩌면 수련의 과정! 하지만 우린 대체로 자신의 변형조차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가끔은 변하지 않는 패턴도 좋다.

늘 그 자리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들이 주는 위안과 향수가 우리에게 고향을 찾게 하고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게 하며 오랜 친구와 좋아하는 음식들을 다시 찾게 만든다.

앗!

하지만 지금!

나는 급속히 변형되어야한다.

어떤 자로? 밥솥에 가스 불을 켜는 자로!

글쓰기에 몰두하여 오늘 아침도 물에 담긴 생쌀과 조우하며 자신을 탓하는 바보로 리턴!

어쩌면 깨어있기 위해 매일매일 금강권을 돌리며 수련하는 이유일거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52. 크리스브라운 (2018.10.2.화)

크리스브라운은 7년 전 쯤? 딸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말 인형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온 브라운 컬러의 말 인형이라 크리스브라운이라고 이름 지었다.

브랜드 철학에도 환경보호와 동물 사랑이 담겨있는 매우 유명한 인형이라며 딸아이는 신이 나서 설명했지만, 난 좀 실망스러웠었다. 왜? 크리스브라운은 다리가 이상하게 짝 다리라서 혼자 설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무엇인가에 기대어 서야만 하는..... 말의 아름다움은 당당하게 네발로 홀로 서있는 기품 있는 자태가 최고인데, 크리스브라운은 혼자 설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 금강권 돌리기를 하려고 주변 정리를 하다가 크리스브라운과 눈이 딱 마주쳤다. 냉큼 크리스브라운을 안았다.

포근함보다는 먼지? 물티슈로 귀여운 갈기를 쓰다듬어주며 쌓인 먼지를 닦아주다가 깜짝 놀랐다. 크리스브라운의 다리를 적당히 벌려서 세워놓으니 당당하게 홀로 서지 않는가?

아~~~~~ 저렇게 혼자 설 수 있는 아이를 그동안 나의 무지로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아이로 만들었거나 규정했거나.... 독립적으로 세워 놓는 것은 시도조차도 해보지 않았다. 속으로 얼마나 답답했을까?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뭉클해졌다. 혼자 서 있는 크리스브라운은 눈빛도 달라진 것 같다. 도도해졌나? 당당해졌나?

스스로 네발로 딛고 선 크리스브라운의 당당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오늘 아침 금강권 돌리기는 1000번을 가뿐히 완수한다.

스스로 땅을 딛고 서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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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53. STOP (2018.10.3.수)

금강권 돌리기를 하다 나는 잠시 멈춘다.

빨강 신호등에선 잠시 STOP!


오늘 아침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금강권 돌리기를 멈추고

호흡이종도 하고 양가태극권 16식도 했다가 뮤직비디오도 보며

금강권 1000회 달성이라는 한 길에서 벗어나

두리번두리번 천천히 주변을 살피고 자신을 살펴보며

깊게 멈춘다.


one way!

단 하나의 길에서 벗어나

끝을 생각지 않던 삶의 길을 멈추고

무심히 걷던 길 위에서 내려와 잠시 두리번두리번.


더 간절해지는 것들, 정리하고 매만져야할 것들이 갑자기 밀물처럼 밀려든다.

제주도 민박집에서 잠이 들었다가 귤꽃 향기에 깨었다는

어느 라디오 게스트의 아름다운 아침도 함께 가슴 속 저 아래로 밀려들어온다.

나는 디퓨저의 시트러스 향을 마치 귤꽃 향기처럼 깊게 호흡하며

다시 금강권을 돌린다.


빨강 신호등에선 잠시 STOP!

귤꽃향기가 코에 스며들어 잠이 깰 때까지 잠시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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