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88 - 91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88. 돌에 걸려 넘어졌다. (2018. 11. 7. 수)
돌에 걸려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기 싫다.
넘어진 상태로 생각하니
다시 일어서지 말아야 할 이유가 수 백 가지다.
밥도 싫고
씻는 것도 싫고
출근하기는 더더욱 싫다.
금강권 돌리기도 싫다.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이라는 나태주 시인의 말이 맞다.
새벽 비에 젖은 단풍을 바라보며
내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삶의 불가사의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에 걸려 넘어질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나의 현실이다.
출근해서 수업에 들어가니
한 녀석이 쵸콜렛을 건네며
넓어진 어깨로 상 남자가 되고 싶다고 금강권 돌리기를 가르쳐달란다.
멈추려고 하자 참 신묘하게도
금강권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상 남자가 되어가는 아이와
덜 깬 잠을 금강권 돌리기로 깨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이에서
나의 금강권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89. 발딱 일어선다. (2018. 11. 8. 목)
발딱 일어선다.
어젯밤 법륜스님의 설법을 듣고 많은 반성이 일어났다.
우연히 재수가 없어서 돌에 걸려 넘어진 것이 아니라
나의 무의식에 박힌 습관적 사고가
미쳐서 난리를 폈었던 거구나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어쩌면 세상 이치는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안도 겉도 없이
끝없이 전복되거나 치환되는 것인데....
순간 깨었다가 순간 또 놓치고 만다.
아마도 그래서 지속적인 수행이 아니면 환골탈태가 어려운가보다.
하지만 발딱 일어나서 돌리는 오늘 새벽 금강권 돌리기는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다시 또 깨어있는 자신과 삶을 위해 시작해 보는 거다.
처칠이 그랬나? 성공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에서 실패로 이어지며 이뤄진다고?
금강권을 돌리는 오늘 아침 나의 성공 명언은?
“실패를 무릅쓰고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야말로 섹시함이고 깨어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90. 문을 열다. (2018. 11. 9. 금)
비에 젖은 주차장 계단을
아무 생각 없이
한발 한발 오른다.
통 유리문이 하나 열리고
빨강 대문이 열리고
노랑색 격자 현관문이 열리자
금강권은 다시 돌기 시작한다.
더운 호흡 식히려
베란다 문까지 열어젖힌 순간
겨울로 가는 계절의 문이
가슴 속에 훅 들어와 온전히 활짝 열린다.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91. 아주 조금의 변화 (2018. 11. 10. 토)
딸아이의 샤워 소리에 잠이 깼다.
오 마이 갓~~~~~~~
아침이다.
침대에 햇살이 가득 드리우도록 늦잠을 잔 것이다.
핸드폰을 충전한다는 것이 깜박하고 그냥 잤나보다.
새벽이 거세된 아침은 좀 당황스럽다.
금강권 돌릴 시간이 부재하고
새벽기도 시간이 또한 부재한.
오늘이 휴일이란 생각이 떠올라 안도하며
금강권을 돌리러 거실로 나오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사용하던 12센티 플라스틱 자를 밟았다.
석 달 넘게 금강권을 돌리며 나의 몸과 맘은 몇 센티나 성장했을까?
어쩌면 더 위축되었거나 그대로일지도 모른다.
다육이도 매일 매일 해를 보며 광합성하고 공기를 마시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
처음부터 아주 조금의 변화만 예정되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분명한 것은,
척도의 길이 자체가 12센티에서 30센티로 바뀌었다는 것!
오늘 아침도 30센티의 변화 가능성을 상상하며 금강권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