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25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86 -87

by 김은형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86. 천년의 은행나무 (2018. 11. 5. 월)

새벽길

문득 노랗게 깔린 은행잎을 발견한다.

조선 시인 이정주가

술에 깨어 바라 본 그것처럼

나는 뜻밖의 맞닥뜨림에 잠시 전율한다.

중첩되어진 노랑 잎들은

그 위에 중첩된 시간과 사람과 이야기들을 소리 없이 전해온다.

잠시 은행잎을 밟고 서서

두 팔 벌려 천천히 금강권을 돌린다.

금강권 돌리기 한 세트의 짧은 순간에

나는 천년의 은행나무처럼 든든해지고

떨어지는 이파리에 의연해진다.

섬광처럼 불을 밝힌 시내버스가 도착하고

금강권 돌리기를 멈춘 찰라!

은행잎을 밟은 운동화도 노랗게 물들었다.

깊어진 늦가을,

금강권 돌리기도 든든하고 의연하게 샛노랗게 익어간다.



KakaoTalk_20201106_103951339_26.jpg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87. 비둘기 생명의 무게 (2018. 11. 6. 화)

비둘기와 매 이야기를 들으며 금강권을 돌린다.


비둘기가 매에게 쫓겨 승려의 품에 숨자 매가 말하길 비둘기의 목숨만 귀한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비기 무게만큼의 한 덩어리의 고기다. 보살행을 결심한 승려는 자신의 한쪽 엉덩이 살을 떼어 저울에 올렸으나 비둘기보다 가벼웠다. 결국 팔과 다리를 모두 떼어 올리다 못해 온 몸을 몽땅 저울에 올렸을 때 비로소 비둘기의 무게와 같아졌다. 그리고 승려는 바로 부활했다. “ D0 ut Des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 ”

작은 비둘기도 그 생명의 무게는 사람과 같다.

새도 매도 존귀한 존재라면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 아침은 모든 생명 앞에 공양을 지어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금강권을 돌리며 달걀을 삶고 주먹밥과 유부 초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만든다. 딸아이에게 올릴 유부초밥 도시락 1개, 새벽기도 도반들에게 올릴 도시락이 6개, 학교 선생님들께 올릴 주먹밥 도시락 10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삶은 달걀 60개!

새벽기도 도반들에게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도시락을 전하니 폭풍 감동! 감동하는 그들을 보며 감사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출근하자마자 전체 교직원들에게 쿨 메시지를 보낸다.


가을 아침 소풍....^^
생활안전부 테이블에 10개의 주먹밥 도시락과
60개의 삶은 달걀이 준비되어있어요.
물론 커피향도 좋아요^^
누구든지 오셔서 늦가을 아침 소풍을 즐겨주세요.
오늘은 생명과 존재 자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랍니다. ^^


선생님들의 따듯한 답장이 비단 옷을 차려입은 듯 나풀거리며 날아들고,

생활안전부 출입문은 교장교감선생님까지 활짝 웃는 얼굴들로 들썩거린다.


오늘! 참 위대한 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우리는 자신의 생명의 빛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존재가 된다.

삶의 위대함이란 어쩌면 바로 이 풍요롭고 충만한 삶의 공감이 시작이요, 끝인지도 모른다.


KakaoTalk_20201106_103951339_28.jpg


이전 24화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