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식의 오래된 미래 ‘메르시’

2018. 1.12. 금. 파리의 일상여행자 7

by 김은형


7년 전인가? 세계의 디자이너 20명을 인터뷰하고 쓴 <더 소울 오브 디자인>이라는 책을 한권 샀다. 그중 마리 프랑스 코앙과 베르나르 코앙 부부의 프랑스의 대표적인 라이프 스타일 매장 ‘메르씨’ 소개를 읽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메르시’를 창업한 부부 디자이너의 경영 철학 때문이었다.


“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느낌보다는 사람들이 와서 편안하게 쉬고 갈 수 있는 공간, 물건의 가격을 보고 놀라기보다는 물건의 쓰임새와 아름다운 스타일에 순수하게 반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눔의 가치와 명품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주고, 또 그것을 현실화 시킨 공간이다. ”


메르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헌책들은 사람들이 헌책을 기부하고 메르시에서 판매하여 전액 사회에 환원하고, 메르씨 매장 판매고의 일정 부분은 인건비와 제품비로 들어가고 나머지 수익금은 전액 사회에 환원되는 시스템. 완전 혁신적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동체적 개인주의라는 새로운 방식의 ‘오래된 미래’를 여는 기업정신이라고 할까? 나도 앞으로 라이프 스타일 전문 숍을 연다면, 바로 메르시와 같은 기업정신을 바탕으로 사업을 해보고 싶다. 중략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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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메르시는 아름다웠다. 서가를 중심으로 정원을 바라보며 있는 카페도 아름다웠고, 매장 전체의 디스플레이와 아름다운 생활도구들. 특히 품질 좋은 린넨으로 만든 생활 패브릭들의 색감이 마치 루브르에 전시된 고대 페르시아의 앗시리아 제국 건축물의 파편 컬러를 보는 듯 편안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2018년 새로운 콜라보를 한 디자이너와의 키치적인 물건들... 아마도 그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에 여행을 다녀온 듯, 바지락 해장국 핸드폰 케이스와 은박 접시에 담긴 쫄면과 볶음밥 등의 마그네틱등 아주 재미있었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생활 속 사물들의 번쩍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정결한 에너지가 우리 삶을 고양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고, 그래서 나는 생활 속 예술을 추구한다. 존 듀이의 생활의 예술이란 기저 철학이 내게 영향을 미쳤던 것도 그렇고 윌리암 모리스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렇다. 리빙스타일을 제안하는 프랑스 필립스탁의 호텔 철학은 또 어떤가? 윌리암 모리스의 '레드 하우스‘처럼 아름다운 집과 가구와 패브릭과 공예품들이 일상생활을 구조화하며 새로운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품격은 참 따라 하기 어려운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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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학교가 필요할까? 일상생활 속 사물과 생활 속에서 배우며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않고 소소한 기쁨과 소박한 밥상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배움이 아닐까? 우리에게 종교적인 삶이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대 욕망을 버리고 자신의 본질에 더욱 집중해가는 연습과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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