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역의 ‘르 비빔밥’

2018. 1.12. 금. 파리의 일상여행자 7.

by 김은형

여행의 많은 즐거움 중에 으뜸은 뜻밖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게스트하우스 친구 재철과 함께 메르씨 매장에 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오페라역에서 함께 내렸다.

10년 전 파리에서 소피와 함께 먹었던 라멘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재철과 나는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비빔밥과 미니 김밥, 라면, 호박전을 파는 테이블이 딱 한 개인 ‘르 비빔밥’집을 동시에 발견한 것이다.

밖에서 기웃거리다 안쪽에 있는 주인과 눈이 마주쳤는데, 단번에 한국인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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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들어갔다.

그리고 앉았고, 식사 주문도 잊고 고향이 정읍인 주인장과 30분 쯤 수다를 먼저 떨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재불 화가로 ‘양덕영’ 작가였다. 우린 단 번에 친구가 되었다.

남편은 바로 옆쪽에 ‘사랑’이라는 한식당을 하고 있다며 그곳에서 함께 와인 마시자고 초대를 하신다.


일단 우린 그 작은 ‘르 비빔밥’의 모든 메뉴를 한가지 씩 시킨다.

신선한 비빔밥과 애호박이 달달하게 느껴지는 호박전이 일품이었고, 컵라면까지 곁들이니 끝내줬다.

다음에 올 때 장기 투숙하게 되면 자신의 집에서 묵으라고 친절하고 따뜻한 말씀도 건네주신다.

마침 파리 지하철 7라인 남쪽에 앤틱한 집이 있단다. 일본 화가들이 주로 장기 투숙을 많이 한단다.


파리와 같이 낯선 곳에서 따듯하고 정겨운 한국인을 만나니 여행자인 나의 일상은 또 더없이 즐거워진다.

식사 후 양작가님의 작품도 함께 검색해보고, 요즘 신작도 자신의 핸드폰으로 보여주셨다. 그리고 앤틱하다는 집도 보여주셨는데 참 아름다웠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세느 강변을 걸을 때면 파리에 처음 유학 왔을 때처럼 가슴이 띈다는 그분은 이젠 온전한 프랑스인이 된 것 같다. 예쁜 찻잔에 녹차도 한 잔 내어주시고, 음식 값도 알아서 먼저 깍아 주시는 마음이 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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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처럼 우연한 만남들이 있어 참 즐겁다.

신선하고 양 많고 맛난 비빔밥 한 그릇으로 배부르고.

‘르 비빔밥’ 사장님 양덕영 작가님과의 예술 이야기로 또 한 그릇 배부르고,

인정 넘치게 차를 대접하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까지 해주시는 마음에 또한 배부른 행복한 한나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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