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2. 금. 파리의 일상여행자 8
저녁이 되어 루브르에서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역에 들어서자마자 재즈피아노 연주가 유창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는 그냥 한 순간에 무너지며 매료되고 말았다.
악기 함에 1유로를 넣고 지하철역 의자에 가만히 앉아 도착한 기차를 10대도 넘게 그냥 보낸다.
낯선 곡들이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내 마음에 와서 꽂힌다.
아침엔 일본인으로 보이는 첼리스트의 음악이 훅하고 가슴 속으로 들어왔는데, 막 연주를 시작하던 그와 너무 강렬하게 시선을 교환한 탓에( 음악에 집중하다 서로 눈이 마주쳐서 시선이 고정됨) 그 자리에 서지 못하고 그냥 루브르 게이트 안으로 들어와 버려서 아쉬움이 남았었다.
아름다움과 평화는 항상 생각지도 못한 곳에 내려앉는다.
나는 사람들과 기차들이 북적대는 지하철역에 가만히 앉아 세상의 참 다운 평화를 맞는다. 자유를 맞는다.
음악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은 이미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문득문득 이런 순간이 도래하면 더욱 절실한 흔들림에 직면하게 된다. 토요일 오전 몽마르트에서 만났던 러시아 가수와 아코디언 연주자, 하프연주자들까지 내 여행의 숨결을 고르게 해주는 고마운 예술가들이다.
지하철 재즈 피아니스트의 몰입은, 공연장의 형식과 장소성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의 영혼은 건반 위에 머물며 온전히 몰입되며 어두운 지하 공간을 카네기 홀보다 더 훌륭한 공연장으로 변형시킨다. 나는 다시 그에게 돌아가 다시 5유로를 더 악기 통에 놓아주고 지하철에 올라선다.
어쩌면 아름다움이란, 감동이란 이런 것 일거다.
느닷없이 한 순간에 평화가 찾아오고 행복감에 몰입되는 그것!
마치 소나기처럼 단 번에 우리 안의 영혼을 씻어 내리며 정화시키는 힘!
예술은 그래서 종교만큼이나 파워풀하다.
노틀담 성당 안에서의 경건함 보다 더한 에너지로 지하철역을 신성한 경외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멋진 재즈 연주였다.
아니, 온 몸을 어떤 존재의 경건한 울림통으로 변형시키며 온전한 평화로 채워준 연주였다.
나는 비로소 몇 년 만에 온전하고 순수한 평화를 얻는다.
아니, 비로소 깊이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