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당 ‘사랑’에서 만난 사람들

2018. 1.13. 토. 파리의 일상여행자 15

by 김은형

파리에서 한국인에게 초대받아 와인을 마시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혼자만의 흥취도 가라앉힐 겸 다시 오페라역으로 가서 한국 레스토랑 ‘사랑’을 찾아간다.

완벽하게 자유롭다.

가는 길에 잠시 오페라 스타벅스에 들러서 멍 때리고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그리곤 다시 나와 한국식당 ‘사랑’안으로 들어선다. ‘사랑’의 사장님인 양덕영 선생님 남편분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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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엔지니어로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하셨다는 사장님의 결혼 이야기를 들으며 일단 만두에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한다. 배가 고팠던 나는 순두부도 하나 시켜서 배부르게 먹는다. 음식도 맛있지만, 그들과의 대화가 더 맛나다. 특히 사랑 레스토랑에서 일하시는 여사님의 맑은 얼굴은 참 기분 좋다. 음악이론을 공부하러 왔다가 파리에서 쭉 살게되었단다. 내게 질문할 것이 너무 많다며 천천히 이야기하고 가라고 하셨으나 나는 몽마르뜨와 벼룩시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추위와 피곤에 노출되어 있었다. 와인을 한잔 마시고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니 졸음이 몰려왔다.

KakaoTalk_20201129_080228440_25.jpg 루브르 전시실이었나? 베르사이? 여행기는 여행 후 바로 써야한다. 사진이 썪인다.

참 친절하신 분들. 브뤼셀로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꼭 들려달라는 말씀을 하시며 아쉬움에 내 손을 놓지 못한다. 다음에 파리에 오면, 7호선 남쪽에 있는 이 분들의 집에서 한 달 살기를 해야겠다 생각한다. 메모리 게스트하우스에서 파티 한 사진을 보여드리니, 자신들과 동업하자며 빨리 파리로 오라신다. 하하하. 강의도 해가면서 파리에서 살면 어떻겠냐고. 하하하. 그것도 참 좋은 것 같다.


KakaoTalk_20201125_121209594_20 (1).jpg 카페 플로르에서 찍 은듯 하다.


이제 브뤼셀로 떠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파리에서 나는 여유롭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미리 어떤 계획이나 의도를 치밀하게 세우거나 가지지 않고, 그날그날 마주치는 니즈에 따라 그냥 혼자 흘러 다닌다. 어쩌면 나는 이제 비로소 나를 조금씩 놓아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파리 시내를 걷는 나의 입에서 나도 모를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퐁네프의 연인이 아니라도 나는 춤추고 싶어진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풀리는 사슬의 느슨함이 나른한 콧노래와 투스탭의 발걸음과 몸짓으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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