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옷의 된장녀! 나에게 돌을 던져라!

에듀로켓, 패션라이프스타일교육 4.

by 김은형

봄볕이 완연한 하루!


“ 춘광무처불개화(春光無處不開花), 봄 빛 이르는 곳마다 꽃이 피지 않는 곳이 없더라.”


2013년 2월, 예산 수덕사 이응노 미술관 족자에서 이 글귀를 발견한 뒤로 나의 교육철학과 삶의 철학이 되고 있는..... 봄볕이 진해지니 저절로 자꾸 떠오른다. 그래서 오늘은 핑크빛 봄을 발에 입는다.

스웨이드 오브제 핑크 킬힐은 언니가 8년 전 생일 선물로 사준 신발이다. 핑크빛 킬힐을 처음 신던 날, 나는 교무회의 회의실까지 신고 갔고, 회의 시작 전 테이블 위에 내 발을 턱 올려놓으며 말했다.


“오늘의 회의 주제야!”


회의실은 갑자기 내 핑크빛 신발로 폭소로 술렁거렸고, 뒤에 들어온 교장 교감은 사태를 짐작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채 근엄한 얼굴로 선생님들의 동태를 살폈다. 하하하

물론 내 발은 회의실 문이 열리기 전 이미 얌전하게 회의 테이블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났겠는가? 아주 얌전하고 교양 있는 얼굴로, 하지만 아주 뻔뻔하게 열심히 회의 내용을 경청하는 척하며 옆자리에 앉은 후배 교사들의 발을 밟았다. 하하


그래서? 상상하시라~~~~~~ 나는 관리자의 말을 경청하고 회의에 몰두하는 스마트하고 품격 있는 교사로 등극했고, 내 옆자리 두 명의 후배 교사는 성인 ADHD 환자로 낙인찍혔나? 물론 결국 그날 저녁 내가 술 샀다.



봄볕이 밝으니 무거운 외투가 입기 싫어 간절기에 즐겨 입는 옷을 입었다. 캐시미어 페어아일 스웨터와 트루진. (Fair Isle sweater, 스코틀랜드 만의 셔틀랜드 제도에 모여 있는 페어 섬에서 만들어진 스웨터로 컬러풀한 혼합된 털실로 만들어졌다)

페어아일 스웨터는 12년 전쯤? 대전 구도심 지하상가 헌 옷가게에서 5000원에 구입한 XXL 사이즈의 남성 옷이었다. 패턴의 아름다움과 무엇보다 100% 캐시미어(CASHMERE 산양에서 얻는 섬유만이 진짜 캐시미어이다. 카슈미르 숄은 19세기 초에 큰 인기를 얻었다.)라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5000원짜리 캐시미어라니? 내가 물건을 구입할 때 우선시하는 항목

1. 실용성

2. 디자인

3. 가격

페어아일 스웨터는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켰다. 그리고 집에 가져와서 잔머리를 굴렸다. 40도로 세탁기 온도를 맞춘 다음 세탁했다. 순모의 마술을 아는가? 따듯한 물에 들어가면 놀랍게 수축한다. 스웨터는 내 몸에 딱 맞게 줄어들어 있었다.


오~~~~~~ 잔머리 여신으로 태어난 나 자신이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그런데....... 한 번이면 족했다. 세탁기에 넣고 세탁하는 것은....... 그러나 저 옷을 세탁기에서 꺼내 널은 것이 수십 번도 더 되는 것 같다. 요즘은 옷을 입을 때 마치 잠수복 튜브에 퉁퉁 불은 몸을 구겨 넣는 기분이랄까? 아무리 싸게 구입한 옷이라 할지라도, 저렇듯 아름답고 결이 고운 옷은 더 소중하게 다루어야 했다. 아니면 내가 극강의 고통을 감수하며 47kg 대의 모델 몸매를 유지해야만 하지 않았을까? 더 지혜로워야 했다.

어떤 일이 더 쉬운 일인지.... 조심스러운 빨래가 쉬운지, 다이어트 성공이 쉬운 일인지......

마치 초등학생 옷을 빌려 입은 느낌이랄까? 하하하하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엔 나의 순도 100% 페어아일 스웨터는 너무도 지극히 아름답다.



트루진? 금산 헌 옷가게에서 단 돈 만원에 구입한 오리지널 트루진이다. 저 옷을 처음 구입할 당시 바지가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트루진을 10000원에 입는다는 건, 아주 특별한 일이고 누구에게나 오는 행운이 아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살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기다려도 때는 도래하지 않았다. 드디어 보정 속옷을 사서 온 몸의 살을 코르셋으로 꽁꽁 동여맨 뒤에야 in Tr jeans! 하하하하


나에게 돌을 던져라! 사치스럽고 고가의 브랜드 옷을 입는다고 돌을 던지고 된장녀라 비난해 달라!

그런 비난과 힐난을 맘껏 받고 살 수만 있다면 땡큐 쏘 마치!

내가 정말 원하는 옷들은 밀라노 패션 위크와 파리와 뉴욕 패션 위크의 사각거리는 오뜨꾸띄르!

예술을 입고 싶고,

예술로 살고 싶다.

제발 나에게 돌을 던져라!

돌을 맞을 만큼 예술적이고 호사스러운 아름다운 옷을 입을 수만 있다면....

헌 옷의 된장녀나 된장남이 되는 것 또한 패션라이프스타일교육의 핵심이다. ^^ 패션 살림의 지혜?


봄볕이 좋다.

어쨌든 나는 15000원의 사치스러운 옷을 입고, 핑크 킬힐로 걸으며 연분홍 치마처럼 화사한 봄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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