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의 일상여행자 16. Antoine WIERTZ museum
길을 잃는다는 것은 항상 빙고다!
와 ~~~~~ 오늘의 이 발견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나 자신조차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는 아마도 비밀의 화원을 걸었고,
봉인된 문을 열었으며,
지옥에 도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난 오늘 비로소 지옥과 천국은 하나임을 알게 된다.
‘브뤼셀 자연사 박물관’과 ‘유러피안 히스토리 박물관’을 찾아 나섰으나 오늘도 여지없이 길을 잃고 말았다. museum이라는 글자 표시만 보며 따라가다 보니, 드디어 < Antoine WIERTZ museum> 이라는 문패가 나온다.
영어에 무식한 나는 그곳이 자연사 박물관이라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긴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룡 화석이 있다는 자연사 박물관의 현관문이 이렇게 폐쇄적이고 작아도 되는거야?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문을 여는데, 신사분이 한 분 나오셔서 내가 먼저 웃으며 간단히 목례하니 모자까지 벗으며 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 온다. 그리고 바로 뒤에 있는 그보다 조금 키가 작은 남자가 나에게 어서 오라는 제스츄어를 취하며 “ 프리 ”라고 말한다.
입장료가 없다는 말이구나 생각하면서 잠깐 오른쪽으로 열린 문으로 눈을 돌렸다가 심장이 멈춰 죽는 줄 알았다.
이건 세계에서 가장 큰 공룡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이닷!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큐레이터로 보이는 키가 작은 그(티모시)의 팔목을 잡고 오버액션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놀랍다는 모든 영어 표현을 총동원했다.
“ 오 마이 갓! 베리 나이스! 써프라이즈! 세상에나, 내 살 좀 꼬집어봐 ! ”
그러면서 티모시의 팔을 잡고 흔들며 너도 저것 좀 보라고,
이런 장엄이 어디 있냐고,
믿겨지지 않는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와 ~~~~~~ 이건 정말 말이 되지 않는 장쾌함이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문 안에 이렇게 장대한 작품이 있을 수 있는가?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실제 크기로 역동하며 인간들에게 전쟁과 죽음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자유의 여신상의 기원이 되었다는 조각상의 횃불은 활활 타오른다.
작가의 일생이 또 다른 방안에 그의 그림들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나는 작가가 죽음에 대해 천착한 이유에 대해 금방 이해할 것 같다.
아마도 그의 아들이 어린 나이에 죽은 듯 소년의 죽음이 그려진 그림이 그의 소장품과 함께 기념방에 전시되어있다.
특히 작가는 어린 아이의 죽음을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는데,
죽은 아이를 무릎위에 안고 실성한 엄마의 모습에서
동서고금을 통틀어 어미 된 자의,
또는 부모 된 자의 자식 잃은 슬픔과 아픔에 대해
더 극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나는 친정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친정 엄만 아들을 둘이나 잃었다. 엄마가 이 그림들을 보신다면 얼마나 더 영혼의 위로를 받고 씻김을 받으실까? 엄마를 한번 모시고 와야겠다 생각한다.
큐레이터 설명에 의하면, Antoine WIERTZ는 워낙 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대체로 대작만을 남겼다고 하는데, 캔버스도 핸드메이드 린넨으로 직접 제작해서 만들었단다. 작품 하나가 적어도 높이 10m, 폭이 5~6m 정도는 되는 대작들이다. 그냥 입이 딱 벌어져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벨기에 왕실의 후원을 받았던 것 같은데, 지금도 무료로 뮤지엄을 개방하고 있다.
티모시라는 큐레이터가 나보고 한국에 가서 홍보 좀 많이 해달란다. 정말 한산한 뮤지엄이라 그곳에 방문한 방문자들과도 수다 떨고, 큐레이터 티모시하고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떤다. 마침 그림을 보러온 브뤼셀 대학교 학생인 알렉스는 4월에 서울에 여행을 온다고 해서 한국에서 만나기로 하고 페이스 북 친구가 되었다. 사운드를 전공한다는 똘똘한 친구다.
그리고 티모시와는 다시 커피 한잔하기로 했다. 마침 박물관 교육과 경영을 공부하는 주연샘을 소개시켜 주기로 했다. 주연샘 아파트가 있는 같은 동네라 10분이면 커피 한잔 마시러 갈 수 있는 거리다.
Antoine WIERTZ의 간단한 연대기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영어판 소책자를 하나 구입했다.
저녁에 맥주 투어 전문가인 박찬 선생님이 우리 아파트에 와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Antoine WIERTZ museum과 작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세상은 참 경이롭다.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맞닥뜨림은, 길을 잃고 나서야 가능하다는 것을 오늘 다시 깨닫는다.
두려워말자! 길을 잃는 것이 또한 길을 찾는 길이다.
비밀의 화원을 지나 좁은 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저 장대하고 장쾌한 뮤지엄의 찬란함이,
어쩌면 우리 인생의 Rise & Fall이다.
반짝하는 순간 행복하고 반짝하는 순간 불행해지지만
일음일양하고 일종무종일로 행도 불행도 끝나는 것이 뒤집혀서 다시 이어진다.
반짝 스타라 할지라도, 우린 끝내 자신의 삶의 여정의 진정한 스타가 되는 거다.
삶의 길에서 뜻밖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만나는 매순간
우린 우리 삶의 진정한 스타인거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내 삶의 반짝이는 주인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