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eum of Natural Science

브뤼셀의 일상여행자 17. (2018.1.26.)

by 김은형

난 공룡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악동뮤지션의 ‘다이너소어’라는 노래를 더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하지만 세계 최대 공룡화석이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 아파트 바로 옆에 있다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다.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면서 박물관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가 오랫만에 박물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터라 자연사 박물관의 교육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생겼다.

골목골목 간신히 찾아간 브뤼셀 자연사 박물관은 정말 공룡 천국이다.


KakaoTalk_20210114_051553843_09.jpg


공룡의 화석이 이렇듯 아름다울 줄 몰랐다. 거기에 공룡 화석 얼굴이 인간을 너무나 닮아있어 놀랐다. 아니, 나를 닮았나? 공룡 전시를 보는 것 이 아니라 마치 사람의 일생을 보는듯한 느낌으로 나도 모르게 공룡화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KakaoTalk_20210114_051553843_08.jpg

고대 공룡의 거대한 삶과 현대의 작은 인간인 나의 삶의 공통분모 찾기랄까? 알에서 깨어 성장하고 어미가 되고 다시 죽어 화석이 된 공룡들의 모습이 우리의 일생과 너무 닮아있었다. 공룡화석이 이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처음이다. 아마도 공룡화석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전시된 공룡들이 워낙 장엄하기도 하다.

KakaoTalk_20210114_051553843.jpg

키즈 교육프로그램은 직접 모래를 파서 공룡화석을 발견하는 체험장이 설치되어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었고, 화석이 보존되는 과정을 영상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모형 시뮬레이션으로 생생하게 보여줘서 더 흥미로웠다.

KakaoTalk_20210114_051553843_07.jpg


공룡을 중심으로 광물, 동물, 곤충, 해양생물 등 지구상의 모든 자연사를 전시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주제 중심 토론 학습장도 눈에 확 들어왔다.


KakaoTalk_20210114_051553843_02.jpg

어느 나라, 어느 곳이든 좋은 교육 시스템은 좋은 배움을 낳기 마련이다. 특히 브뤼셀 자연사 박물관은 아름다운 레오폴드 공원을 끼고 산책로 끝에 위치하여 호수와 숲의 자연을 먼저 만끽 한 후 도달하게 되는 환경적 여건도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왕립 갤러리와 유러피안 히스토리 박물관까지 이어져서 주변에 즐비한 유로연합에 견학을 온 학생들이 벨기에의 자연, 예술, 역사까지 한 번에 학습하고 갈 수 있는 체험교육 명소다. 좋은 전시물, 좋은 학습 환경과 시스템, 좋은 교육프로그램까지.....

KakaoTalk_20210114_051553843_10.jpg


자연사 박물관이 문을 닫기 30분 전에 그곳의 위치를 물어오는 브뤼셀 유치원 교사들과 유치원생들 한 무리... 박물관이 곧 문을 닫는다고 말해주니, 문제 없단다. 이유? 자연사 박물관 찾기가 오늘의 수업 목표라 박물관까지 가기만 하면 된단다. 선생님과 내 대화를 흉내 내며 힘든 줄도 모르고 무작정 길을 걷는 유치원 아이들의 건강함과 교사들의 여유로운 태도에서 나오는 기품이랄까? 우아함이랄까? 우아하고 품위있는 일상교육이란 바로 저런 것이구나!


KakaoTalk_20210114_051553843_12.jpg


그들은 바쁘지 않았고, 쫓기지 않았고, 아무런 두려움도 불안도 없이 그저 공룡 박물관이 있을 법한 길을 걷고, 묻고, 또 걸을 뿐 동요하지 않았다. 길을 잃어도 문제없고, 잃지 않아도 문제없는...... 맞아도 좋고, 틀려도 좋은? 예뻐도 좋고, 못생겨도 좋은? 느려도 좋고, 빨라도 좋은? 수업 목표에 도달해도 좋고, 도달하지 못해도 좋은..... 그저 그곳을 찾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저 꾸준히 길을 갈뿐, 즐겁게 웃고 떠들고 대화하며 그저 꾸준히 걷는 길.... 거기에 바로 길이 있어 보였다.


품격 있는 교육의, 배움의 길이 있어 보였다.


KakaoTalk_20210114_051553843_11.jpg


이전 16화두려워말라! 길을 잃는 것이 길을 찾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