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그냥 순간의 즐거운 수다다.

브뤼셀의 일상여행자 20.

by 김은형

피렌체 두오모 계단 414개를 밝고 올라 섰던 10년 전의 장쾌함이 오늘 다시 재현되었다.

브뤼헤 마르크트 광장의 벨포트( Brugge Markt Square Bell tower, Bellfort) 종탑에 오르는 계단은 366개, 한 명이 내려오면 다시 또 한명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입장하는데 종탑에 오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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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에 오르며 지리산 천왕봉 종주에 나선 등산객이라도 된 듯이 종탑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 thank you” 인사를 나눈다. 좁아도 너무너무 좁아서 한 사람이 양보하지 않으면 서로 길을 갈 수가 없는 상황, 먼저 오른 이들이 대체로 새롭게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멈춰서서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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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내게 삶의 지혜에 대한 배움을 일으킨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 번에 똑 같이 걸어갈 순 없다.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느리다. 그러나 거기에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오른 사람도 늦게 오르는 사람처럼 힘들고 숨 찬 순간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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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여유 있게 길을 비켜서며 숨을 고르는 후발주자를 바라보는 그들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종탑에 오른다.

그냥 그런 것 같다.


" 삶이란 그냥 순간순간의 즐거운 수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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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부터 시작해서 366개의 나선 돌계단의 종탑 정상은 15세기 말에 완성되었는데 그 역사 때문일까? 종탑이라는 장소 자체가 주는 감동이 남다르다. 장소 자체가 감동적이라고 해야 할까?

종탑 꼭대기에 오른 순간! 15분마다 울리는 47개의 카리용이 일제히 노래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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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헤의 차고 알싸한 공기가 종탑에서는 더 차가운데다 종탑 아래 보이는 아름다운 빨강 지붕 동네와 카리용의 황홀한 연주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딸아이가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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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용의 아름다운 연주에 내 사랑의 마음을 실어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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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두오모의 장쾌함도 다시 한 번 되살아난다. 절실한 아름다움은 내겐 항상 눈물겨운 감동 그 자체다.

피렌체 두오모도, 브뤼헤 벨포트도 모두 내 삶을 감동으로 이끈 기적의 장소!


범사에 감사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새기며 나는 문득 저절로 기도가 나온다.

“ 내 삶은 물론, 다른 사람의 삶에도 영감을 주는 삶을 살아가게 해 주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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