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코로나 스쿨 혁명인가?

교육기획 코로나 스쿨 혁명 1.

by 김은형

미래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펜데믹 현상을 불러온 COVID-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조치가 재택근무, 재택학습 등 새로운 언컨텍트(uncontact) 사회 시스템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불과 두 달 만에 변화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에서 고립된 채 미디어 매체와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영위하는 것이 벌써 익숙하다. 아니, 불편함이 없다. 펜데믹 현상에 대처한 방역시스템이 바로 새로운 미래 사회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디지털 전환 플랫폼 중심의 미래사회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디지털 온라인 시스템 사회에 대한 인식과 개념, 새로운 규정 같은 지적 재생산은 물론 COVID-19로 변화된 우리 자신의 현재를 위한 급격한 사고의 전환이 절실한 것이다.


축구경기장과 음악 공연장, 시장과 술집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어울리던 관계중심의 세계가 코로나 19로 인해 한순간에 집콕의 ‘격리’와 ‘고립’의 언컨텍트(uncontact) 세계로 접어들고 만 것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내가 타자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도덕성, 누군가 나에게 던지는 의심과 증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코로나 19로 인한 ‘격리’와 ‘고립’을 거부감 없이 단숨에 받아들이게 했다. ‘COVID-19의 전염성’ 이란 단순한 설정만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두려움'의 감옥에 가두게 된 꼴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주장했던 벤담은 군대, 병원, 공장, 학교, 감옥 등에 감시자의 시선에 관계없이 효율적으로 감시 효과가 발생하는 파놉티콘(pan0 pticon)을 제안했다. 이를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권력자는 파놉티콘적 사회구조를 통해 권력을 군중에게 행사한다고 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1984>에서 개인의 정보가 인터넷으로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될 현대 정보사회의 파놉티콘적 위험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어쩌면 아마존의 최대 고객의 최대 수익을 위한 “고객을 위한 고객 중심 서비스” 와 닮았다. 가장 빠르고 가장 저렴하고 가장 많은 제품으로 무엇이든 언제든 어디든 날라 간다. 이제 COVID-19 이후 비행기도 한산해진 하늘에 아마존의 상품을 배달하는 드론이 하늘을 나는 새보다 더 많아질 날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COVID-19 사태로 누가 이익을 보았는가? COVID-19가 사회를 급격하게 변환시킨 것이 아니라 이미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네플릭스, 구글)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알리바바 등 AI와 빅데이터 기반 기업들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생활양식을 기업의 성장 스토리에 맞춰 재조정해왔다. 불과 2달 동안의 COVID-19 사태만으로 우리는 이미 그 현실의 정점을 경험했다. 오프라인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폐점하는 일이 속출한 반면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네플릭스, 구글)은 그 불황 속에서도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했음은 물론 주가 상승도 함께 따랐다.



온라인 플랫폼이 의식주를 책임진다.

구석기시대는 사냥을 하지 않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이었고, 신석기 이후에는 농업과 목축을 빼고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것이야말로 몰상식이었다. 그리고 근대 이후 기계문명을 기반 한 산업구조 하에서는 공산품이 가득한 마켓을 가는 것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쇼핑을 행복과 놀이로 삼아 소비를 극대화하는 야수적 상품 자본주의가 상식이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품목을 가진 책을 시작으로 하여 뭐든 팔아온 아마존과 같은 온디맨드(on demand) 비즈니스 업체들이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과 드론을 이용한 유통 혁명을 이루면서 마켓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 온라인 플랫폼이 인류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최대 시장이 되었다.


식료품은 아마존 고(Amazon Go)에서 사고, 책과 리빙 생필품과 옷은 아마존 닷컴에서 구입하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의식주가 해결된다. 이는 아마존이 아니면 우리는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다는 역설이 가능한 것이다. 두렵고 무섭지 않은가? 독과점의 역습? 상품 자본주의로부터 이탈하여 식량도 자급하고 생필품도 직접 손으로 만들어 최소한의 미니멀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자신만의 삶의 철학과 취향이 반영된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아마존 스타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식상하고 재미없는 세계가 아닌가? 아니, 그것은 한마디로 불행이다. 인간 개체의 유니크함과 각 개체의 특별함은 존중받을 수 없다. 우리 스스로 물건과 삶의 스타일을 선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우리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인공지능의 선택을 나의 선택으로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고, 더 큰 줄기로는 거대 자본 권력의 선택을 나의 선택으로 내면화하며 통제당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

2007년 애플의 스마트폰 발표 이후 이미 세계는 미래사회로 진입했다. 연대기도 이제 ‘서기 2020년’이 아니라 ‘스마트폰 13년’으로 다시 써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형성된 근대적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시스템이 습관적으로 고착화된 근대 이후 생활양식으로 진실을 가리고 있었을 뿐이다. 이런 현실에 먼저 눈을 뜬 것은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생활양식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ICT 기업들이었다.


세계적 천재들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제프 베조스 , 엘런 머스크 등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시스템인 플랫폼 기반 운영시스템의 확장에 주력해왔다. 아마존 매출의 35%가 아마존 AI가 추천하는 오늘의 추천 상품에서 일어난 매출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우리 자신의 생각과 필요에 의해서 우리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양식을 구축해가는 것이 아니라 AI에 의해 통제되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



세계는 불과 2달 만에 완전히 미래사회 시스템으로 진입함은 물론 구조화되어있다. 사람들은 단 두 가지 이슈에 미친다. 사랑과 죽음이다. 사랑은 곧 탄생이고 삶과 행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반대급부에는 불행인 죽음이 있다. 만약 COVID-19로 병과 죽음이라는 공포의 코드를 작동시키지 않았다면, 이토록 급격하게 AI와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 사회로 진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비교적 변화가 빠르다는 미국의 경우도 교육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50년은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불과 2달 만에 학교 공교육이 사교육을 대변하던 온라인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전격 교체되었다.


이제 이전 패러다임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이미 언론은 COVID-19가 동절기에 다시 창궐하리라는 소스를 뿌려놓은 상태고, 바이러스 활동 최적기인 동절기가 다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다시 어떤 바이러스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될지 알 수 없다.


세계의 많은 시스템은 위험과 위기에 봉착하여 새롭게 다시 만들어진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일상생활과 소비, 교육과 사회적 관계망의 구축이라는 미래사회 패러다임은 우리의 현실이다. 이젠 미래가 아닌 현실을 말해야 할 때이다.




FANG이 시스템이고, 상식인 시대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이 인정받았는가? 온라인 개학 이후 사이버대학 교수들의 강의 실력이 재평가받고 있고, 초중등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이 학원 강사와 인강 강사들과 비교되며 개인 과외가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온라인 학습을 당연시하는 훈련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는 2달 동안 충분히 했다. 이제 교육도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산업이다. 교육 또한 에듀테크가 책임진다. 교육 콘텐츠도 팔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들은 이미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만들었고, 권력을 장악했다. 권력을 장악한 자가 지배자다. COVID-19를 통제하기 위한 두 달의 시간을 견디면서 그들의 지배를 수용했다. 확인하고 싶은가? 미래사회 새로운 시대의 권력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파놉티콘적 사회구조를 통해 빅데이터를 장악하며 군중에게 권력을 행사한다.


2007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권력승계가 시작되었던 새로운 권력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물론 코로나 시국에 선전한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 시스템을 만든 기업들이다. 이젠 물질적 현실의 세계가 우리 삶의 공간이 아닌, 가상의 온라인 공간이 삶의 공간으로 환치[換置]되었다.


만약 우리가 사는 공간과 시스템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사회적 가치와 개념과 해석에 변동이 불가피하다면 상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를테면 집콕에 의한 ‘격리’로 재택근무와 재택학습이 일반화되다 보니 사람들이 입는 옷도 란제리룩과 홈웨어가 일상의 일복이나 출근복을 대체하게 되었다. 옷에 대한 기존의 상식이 사회 시스템의 변동에 의해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알아야 할 교양과 상식인 교육 콘텐츠의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휴지는 교실 휴지통에 버립니다.’라는 텍스트를 ‘휴지는 집 휴지통에 버립니다’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는 광장과 공공장소가 아니라 화상채팅 온라인 플랫폼인 줌(Zoom)이나 미트(Meet)로 정답을 써야 할 것이다.



교육이 아닌 사육, 생명이 아닌 연명의 삶

COVID-19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키에르케고오르가 말했듯이 바이러스보다 더 지독한 죽음에 이르는 병이 바로 ‘고독’과 ‘고립’이다. 왜 사람들이 감옥을 무서워하는가? 그것도 독방을?

이제 우리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을 독점하고 관계와 놀이와 교육까지 독점하고 자본화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게 ‘자유’라는 인간됨의 기본권까지 압수당하는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이것은 교육이 아닌 사육이고, 생명이 아닌 연명의 삶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바로 이점이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더 깊이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에듀테크 산업 또한 단순하게는 교육을 방법적으로 도와주는 좋은 도구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 무엇을 담느냐, 어떤 생각을 담아낸 교육 도구이고 방법인가? 에 따라 교육이 아닌 부정적 의미의 쇠뇌와 훈련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바이러스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만으로 받아들이며 COVID-19를 예방하기 위한 통제적 현실을 아무런 질문 없이 받아들였을 때, 아니 ‘COVID-19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이라는 관점 하에서만 사회적 시스템과 사람들의 일상이 재구조화되었을 때의 결과에 대해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교육과 배움이란, 지성인들의 역할이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은 이미 미래를 달리고 있다.

온라인 개학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도 떨지 못하는 오프라인 개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개학을 하고 온라인 학습을 한다는 것도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다. 적어도 학교를 가지 않고도 사교육의 장이라고만 생각하던 온라인 교육이 공교육의 범주로 다시 구조화될 수 있다는 것을. 가정의 부모들 중심으로도 교육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는 면에서는 혁명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교육한다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은 사육과 다르다. 앞서 논한 것과 마찬가지로 산업화 이후 상식과 지식을 기본 맥락으로 하는 교육내용부터 교육방법과 교육목표까지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사회 시스템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단순히 국영수사과를 온라인상에서 강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영수사과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근대 교육의 시작은 진학과 취업을 위한 성적순 서열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취업과 진로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화상 면접시험조차도 없이 5개월 동안 온라인 채팅만으로 전문성과 인성을 확인하고 채용하는 기업의 예는 이미 이슈가 되었었다. 그리고 이제 미래 직업은 스스로가 만들어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내가 내 직업을 만들어서 1인 기업으로 혼자 일하는데, 평가가 왜 필요한가? 다만 자신의 배움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위한 에듀 블록 등의 장치를 마련해서 필요한 경우 그의 전문성을 확인하면 된다.


평가가 사라지는 교육과정이라면, 평가를 목표로 구조화된 교육 시스템의 전면 폐기와 새로운 교육시스템의 구조화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온라인으로 기존의 국영수사과의 지식 수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지식과 상식,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교양과 삶의 철학과 기술을 배워나가도록 전면적인 수정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 이미 미래를 달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스쿨 혁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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