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 수다쟁이들의 방앗간 노총각 짜이집

인도의 일상여행자 4화

by 김은형

아그라 타지마할 입구엔 다른 관광지와 다름없이 기념품 가게들이 줄을 서있고 인도에서 꽤 유명한 짜이Chai 집도 있다. 인도의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식사하면서 버터밀크와 밀크 티인 짜이Chai와 라씨를 마신다.

라씨는 우유에 레몬즙을 넣고 응고시킨 커드에 설탕과 과일을 넣어 마시는 음료로 요거트와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의 라씨 중 특히 유명한 것이 ‘LASSI WALA’인데 굽지 않은 점토로 만든 컵에 라씨를 담아주고 다 먹고 나서는 바닥에 던져 깨트리는 재미난 퍼포먼스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그라 타지마할 앞 사거리 노총각 짜이 집도 흙 컵에 뜨끈한 짜이를 담아 줘서 명물이 되었다.

IMG_4114.JPG

인도에서는 30대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사거리 노총각 짜이 집 사장은 노총각이다. 워낙 많은 관광객들의 찾는 아그라의 타지마할이다 보니 결혼할 타이밍을 놓쳤단다. 기차를 놓친 나도 아그라의 궁전호텔에 가던 차에 다시 노총각네 짜이 집에 들렀는데 마침 우리 같은 팀 선생님이 먼저 짜이를 마시고 있었다.

처음엔 짜이 집 사장님과 세 명만 있었는데, 아그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외국인 대상 여행 가이드들과 릭샤 운전기사, 이벤트 감독과 레스토랑 사장은 물론 동네 호텔 사장들까지 짜이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계속 합류가 되면서 엄청나게 왁자지껄한 수다 방이 되고 말았다.

아그라까지 와서 처음 보는 동네 아저씨들하고 수다를 떨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엄청나게 유쾌한 경험이었다. 짜이 집에서 수다를 떤 결과 내가 인도와 무슬림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거나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IMG_4112.JPG


아그라는 무굴제국의 옛 수도로 무슬림Moslem이 많다. 타지마할의 건축양식은 힌두 양식(연꽃무늬)과 이슬람 양식(둥근 돔, 첨탑, 아라베스크, 아치)이 융합된 악크바르 대제의 힌두교와 이슬람교 화합정책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후 아우랑제브 황제 때 이슬람우선주의 정책을 실시하면서 아그라는 무슬림이 대세인 사회가 되었다. 이슬람교가 자체가 아그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인 것이다.


IMG_4113.JPG


처음에 아저씨 중 하나인 가이드가 자신들은 아내를 4명까지 얻을 수 있다며 싱거운 농담짓거리를 건네 왔다. 그래서 내가 완전 좋겠다고 하자 당신도 나의 아내가 될 수 있다며 용기를 내란다. 그런 싱거운 장난에 지고 있을 내가 아닌지라 그럼 당장 너네 집으로 가자며 기세 좋게 가방을 들고 일어서니 깜짝 놀라며 나를 앉혔다. 그래서 다시 당장 너한테 시집 갈테니 너네 집으로 가자고 하니 바로 “쏘리”하면서 사과를 해왔다.


IMG_5144.JPG


그런데 너무 웃긴 것은 진짜 진심 내가 자신의 집으로 쫓아갈 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했더니.... 너까지 아내로 삼을 만큼 재산이 많지 않단다. 왜냐면 이슬람의 율법은 반드시 지켜야하는 삶의 규약인데 아내를 4명까지 맞이하되, 그들에게 똑 같이 평등하게 대해야한다는 계율이 있단다.

IMG_4120.JPG

첫 번째 부인에게 10만원짜리 옷을 사줬다면 나머지 3명에게도 똑같이 해야 한단다. 그래서 무슬림 남자들은 일부다처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며 살아 갈 수 밖에 없단다. 그리고 이제는 아주 부자가 아닌 이상 모두 일부일처제를 당연하게 여기며 산단다. 무슬림들은 여성들에게 엄청나게 차별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그들만의 계율안에서 지켜지는 최소한의 매너 또한 지켜나간다는 점이 뜻밖이었다.

그리고 가이드가 한마디 더 했다.


“ 만약 너를 내 두 번째 아내로 삼으면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네가 영어를 못해서 내가 아마 답답해서 죽을 거야! 다음에 아그라에 올 때는 제발 영어로 말했음 좋겠어. ”

그래서 나도 말해줬다.


“ 나도 널 답답해서 죽게 만들고 싶진 않아. 하지만 이그젝틀리! 매력없는 너하고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IMG_5142.JPG


노총각 짜이집은 일시에 폭소가 터져나오고, 노총각이 간택한 두 한국여자 중 하나에게 꽃목걸이가 걸려 진다. 꽃을 목에 걸은 여왕은 기분 좋다며 식당에 모인 팀원들에게 저녁을 샀다.

이유? 우리팀 총무였다.


인도나 한국이나 시골 아줌마 아저씨들의 싱겁고 어수룩한 대화 패턴은 매우 고전적이다. 그래서 아그라가 그냥 고향집 옆 동네 같았던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은 뭄타즈마할 왕비처럼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