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일상여행자 13화
바라나시 가트가 가장 붐비는 시간은 바로 저녁 일몰 직후 6시30분부터다.
바라나시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생긴 7명의 브라만 청년들이 강의 여신에게 바치는 힌두교 제사의식 ‘아르띠 푸자’를 보기 위해 가트로 몰려든다.
다른 지방에서 왔다는 겐지즈강 성지 순례단을 만나서 허그 폭탄세례를 받았다.
혹시? 설마? 내가 강의 여신인가? 착각될 정도?
한국 사람이라 그냥 좋단다. 한류열풍은 아마도 인도에도 불어 닥쳤나보다. 제발 한국 사람들도 나를 좀 그렇게 좋아했음 좋겠다. 한국에선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싫어하기도 한다는 것을 나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는 인도 아줌마 부대들은 도대체 알기나할까?
인도 여성들이 이토록 적극적인 줄 몰랐다. 인도 푸나 호텔에서 3일 동안 함께 묵은 인도의 어느 기업 간부 워크숍에 왔다는 아줌마들은 아예 로비에서 맨날 나를 기다렸다가 허그는 물론 볼테기에 뽀뽀를 퍼부은 뒤에야 자기 방으로 돌아갔었다.
오늘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인데다가, 한 시간 반 정도를 함께 앉아서 공연처럼 화려한 의식을 보다보니 더 친밀해진 듯 자신들이 가진 작은 물건들을 선물로 건네 옴은 물론 간식까지 나눠준다. 그런데 나는 이제 더 이상 나눌 것이 없다.
바라나시에 오기 전에 이미 인도 전역의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물건은 거의 다 나눠주고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도 오는 길에 들렀던 홍콩 공항에서 산 물건들도 다 나눠 줘버렸다.
‘아르띠 푸자’는 바로 그런 힘이 있다. 누구라도 금새 사랑하게 하고 열린 마음으로 포옹하게 만든다.
사실 ‘아르띠 푸자’는 브라만들이 피지배계급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아주 복잡한 제사의식 절차를 만들어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의 속성이 강하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은 다루기 힘든 불과 청동 제기들이 의식의 도구로 쓰인다.
값도 많이 나가지만 뜨겁고 무거워서 아무나 다루기 힘들다. 그리고 제사 의식을 거행하는 브라만들은 유톡 젊고 잘생기고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별사탕을 의식을 구경온 사람들에게 축복의 의미로 나누어주는데, 이 또한 정치적 선심과 연관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행운을 위해 너도 나도 별사탕을 받기 위해 애쓴다. 물론 나는 최고 잘생긴 브라만 사제가 제일 먼저 별사탕을 줘서 먹었다. 하하하 ( 제일 앞에 앉아 있었다. )
어쩌면 사람들은 가트 끝에 있는 화장터(마터 테레사가 봉사활동을 한 곳도 이곳인데, 영혼의 구원을 위해 겐지즈 가트까지 온 사람들이 노숙하며 지낼 때 마더 테레사가 그들을 도왔다. )의 어두운 연기와 죽음의 그림자를 ‘아르띠 푸자’를 보면서 잊고 다시 또 삶의 희망을 품고 잠들었을지도 모른다.
겐지즈 가트는 그래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깡마른 시체가 불덩이 속에 타들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저 묵묵히 삶과 죽음을 묵상할 수 있는 곳..... 어쩌면 그런 이유로 이곳에 몰려든 성지 순례단들은 유독 더 사랑에 넘치고 열려있으며 너와 나의 구분 없이 행복한 기분으로 상대에게 팔을 벌려 포옹해오는지도 모르겠다.
참 장엄한 ‘아르띠 푸자’ 힌두교는 인도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 자체가 금새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