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일상여행자 15화
바라나시를 떠나 뭄바이 공항으로 다시 이동할 때 쯤 나는 이미 인도인이 되어있었다.
빨강 물이 빠지는 3000원짜리 몸빼 바지는 마치 5000년 전부터 인도에서 태어나 입었던 것처럼 몸에 착 붙었으며 브라만 남성들이 입는 비단 바지 또한 너무나 스타일리시하게 잘어울렸다.
내 몸에 주렁주렁 달린 인도산 1000원짜리 주얼리들과 아그라의 타지마할 건축 기술로 만들어진 타지마할 스톤과 앤틱 주얼리까지 뭐하나 인도스럽지 않은 것이 없이 흡족하다.
인도에 닿기 전 수년 동안 <아라비안나이트>에 너무 심취했었던걸까? 내가 가는 학교마다 학교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고 제일 먼저 낡아서 교체되는 책이 바로 <아라비안 나이트>였다. 뭐 이유는 간단하다.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아주 간단한 구라(청소년과 대화하려면 이런 전문용어 하나쯤은 자유자재로 구사해야함.ㅋㅋ)를 치면 된다.
“ 얘들아! 너네 학교 도서관 가봤어? 햐~~ 진짜 빨강 망사 스타킹 나오는 포르노는 아무것도 아니더라! 거기 아라비안나이트라는 책이 10권이나 있는데, 상상도 못할 야한 그림들이 완전많아! 그 옆쪽에 있는 사진 관련 책하고 미술 책들은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하겠어. 여자들이 막 누드로 나오던데? 보티첼린가 하는 화가 그림은 여자들 옷이 그냥 다 비쳐. 박진영이 옛날에 입었던 비닐바지처럼 투명하게 비치더라. 봤어?”
이런 구라를 치며 수업한 날은 점심시간 내내 그 반 학생들을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예 수업을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하며 단 하나의 약속 “ 책을 읽는다”라는 약속만 지키고 어떤 책이든 읽게 했다. 물론 그 전에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잡지책 구독도 미리 신청해아이들이 책에 친숙해지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은 뭐든 읽는게 중요하다.
‘읽는다’는 행위 자체의 중요성은 우리 삶의 모든 국면에서 매우 유효하다. 이젠 심지어 AI의 기계적 속내는 물론 그것의 작동원리의 본질을 읽어내야 하는 시대에 까지 다다랐다.
암튼 나는 인도가 좋고 인도의 문화가 좋고 인도의 역사와 신과 사람과 이야기가 좋다.
공항의 서점! 인도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책들이 즐비하다. 아~~~~ 아이들을 또 구라 쳐서 꼬시고 싶어진다. 저 아름다운 책들을 아이들이 본다면 또 얼마나 많은 영감과 창조적 기쁨이 그들 누군가를 찾아갈까?
아니. 아이들은 고사하고 나부터 저 서점의 책들을 모두 사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단 한권도 살 수 없다. 이미 내 가방은 너무 많은 잡동사니와 빨래들로 그득하다.
파리의 태양의 극단 디렉터가 만든 인도네시아 전통을 테마의 공연물처럼 나도 인도의 전통 문화, 특히 인도인들의 카스트에 입각한 다양한 빈부의 감각적 패션과 사물들의 상징을 담은 공연물을 하나 기획하고 싶어진다.
하늘거리는 쉬폰 실크 바지위에 사리를 걸치고 나도 무대 에 올라 인도 궁중 세밀화의 주인공처럼 춤을 추고 싶다. 아니, 그냥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쉬폰 실크 바지의 감각 자체로 살랑살랑 꼬리지느러미를 천천히 움직이며 광대한 평화의 바다를 유영하는 우주적 물고기가 되고 싶다.
자유... 어쩌면 인도는 내게 우주적 자유함, 그 자체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