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기차는 천천히 오고 느리게 달린다.

인도의 일상여행자 14화

by 김은형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는 ‘세 얼간이’이로 번역되어 나왔던 인도영화다.

델리대학 컴퓨터공학도들이 만들어내는 기발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어쩌면 그때부터였을까? 카이스트 주변에서 인도인들을 우연히 마주치면 항상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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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델리대학 컴퓨터학과 나왔니? ”


하지만 결국 델리대 컴퓨터공학도를 만난 것은 인도의 기차와 뉴델리역 앞의 마샬라 짜이집에서 만났다. 이젠 이름도 잊혀진 친구들이지만, 그들과 나눈 대화와 모험은 잊을 수가 없다.

먼저 낭만적인 연애이야기를 끊임없이 펼쳐놓던 기차 안에서 만난 22세의 공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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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이동하던 기차에서 만난 친구인지도 잊었다. 암튼 그는 사랑에 빠진 여자친구를 만나러 학교도 빼먹고 장거리 여행을 중이었고, 여자 친구와 어떻게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낱낱이 이야기했다.


공학도보다는 만담가나 소설가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주 스마트한 재담꾼이었다. 3시간 넘게 그와 나눈 대화덕분에 우리 일행들은 물론 주변의 인도인들까지도 폭소를 쏟아냈다. 마치 동네 사랑방에 둘러 앉아 만담가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달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던 여자 친구의 사진을 보고 약간 실망하면서 우리는 그가 사랑에 빠진 것이 분명함을 알았다. 그런데 이 친구 거의 천재과에 속한다. 이유는 금세 우리의 표정을 읽어내며 자신은 여자 친구의 편지와 글을 더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리얼리? 네 여자 친구도 그 사실을 아니? ”


그 친구 대답이 가관이다. 자기 여자 친구를 만나면 말하지 말아 달란다. 오로지 네가 이뻐서 너를 사랑하는 거라고 말해달란다. 그의 연애담은 매우 구조적이었고, 여자 친구를 만난 시간보다 글로 주고 받은 시간이 더 많다보니 이젠 글과 사람의 구분이 모호해졌단다. 하하하.


사실은 활자를 사랑하는 건지 여자를 사랑하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아서 수업도 땡땡이를 치고 직접 2시간 동안 잠깐 얼굴을 보기 위해 만나러 가는 거란다.


“뽀뽀할 시간도 없겠네”


함께 동행했던 남자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일단 뽀뽀만 두 시간 먼저 하려고 가는거에요”


한국인 인도인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빵 터졌다.


GTYJ8400.JPG 인도 기차 실내다. 가격에 따라 실내 구조가 많이 차이난다. 이 기차는 저렴한 기차였다.

아마도 모두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뭐 거의 라디오 만담 방송 수준으로 이야기가 오고 갔으니 귀를 막지 않은 자는 모두 듣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인도의 기차는 천천히 오고 느리게 달리지만 시간은 후딱 달린다. 이토록 재미난 사랑방과 소설책이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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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기차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풍경과 기차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인도의 일상이자 삶의 이야기들을 더 가깝고 친밀하게 고스란히 들려준다. 어쩌면 사람들 사는 곳은 다 같은 것 같다. 다만 한국의 기차 안에서 연애담 생중계를 했다간 바로 민원이 들어온다는 차이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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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인도도 젊은 사람들이 너무 똑똑하다. 새로운 시대의 젊은이들이야말로 우리 중년들의 스승이다. 인도가 인디아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지털 전환시대에 20대들을 대거 사회적 중심 리더로 키워나가는 것 또한 유의미함은 물론 우리 사회도 다시 생각해야할 부분인 것 같다.


20대가 사회의 리더가 된다고 해서 사회적 조직망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어쩌면 시바여신처럼 더 크게 흔들어서 더 멋진 사회를 만들어 갈 확률이 더 지대하다. 마치 인도 영화 ‘세얼간이’에서 젊은 20대 컴퓨터 공학도가 만들어낸 혁신적인 교육과 혁신적인 라이프스타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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