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옷을 입는 모든 행위는 사람의 생각이 투영된다.

by 김은형

새로운 패션 스타일이 등장하는 데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기술, 사상과 철학 등 다양한 변화 요인이 상호 작용한다. 바로 이런 패션스타일의 특징이 중요한 교육 코드로 작동할 수 있다. 복식사 하나로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역사 공부는 물론 각 시대의 사회문화와 경제 신분구조까지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다. 물론 문화와 예술공부는 당연히 트랜디한 복식사 공부에 필수 요건이다.


기술의 발달 또한 패션의 변화에 민감하다. 이를테면 물에 뜨는 합성섬유의 개발로 수영복이나 잠수복 같은 기능성 옷을 만들거나 방수 원단 고어텍스는 등산복과 등산화로 일반화되어 상용된 지 오래다. 그런가하면 컴퓨터가 내장된 의상등 하이테크 소재의 e-wear가 개발되고 헬스 케어 스포츠 웨어나 스마트 섬유 등이 출시되어 편의성과 기능성 또한 제공되고 있다. (박길순 외 3인, 패션 이미지 스타일링, 궁미디어,2009,46~47페이지)


역사적으로 비키니와 몸빼 바지는 태생 자체가 쌍둥이다. 모양과 기능은 서로 다르지만 그 둘의 출현배경이 그렇다. 먼저 몸빼는 일본말('もんぺ몬베)로 작업바지를 일컫는데, 1940년 일제의 민족말살정책과 국가 총동원령에 의해 여성들의 노동력을 전시체제에 맞게 더 원활하게 착취하기 위한 패션 전략이었다. 이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는 그 당시 유교국가의 여성윤리 관점에서는 가장 모욕적인 ‘창부’나 ‘사치스런 여성’과 같은 맹비난을 감수해야했고 몸빼의 멀티한 기능성으로 인해 조선의 여성들에게 일반화되었다. 그런가 하면 비키니 또한 전쟁의 부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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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물자가 귀해져서 최소한의 천 조각만으로 물자를 아껴서 만든 수영복이 바로 비키니! 1946년 처음 선보인 비키니는 당시 핵 실험이 이루어지던 태평양의 섬 이름이다.(이영숙, 옷장속의 세계사, 2013, 164페이지) 비키니는 본래 코코넛이라는 뜻인데 미국의 공개 핵실험이 두 번이나 비키니 섬을 과녁으로 하여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유명해졌고, 프랑스의 발명가이자 디자이너였던 루이 레아르(Louis Reard)가 핵폭발처럼 대중에겐 충격적이면서도 많이 팔리라는 의미로 작명을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나일론 스타킹을 세상에 출현시킨 것도 전쟁의 여파였다.



2. 듀폰의 나일론.jpg

미국독립전쟁과 세계 제 1차 대전 당시 연합국 측이 사용한 폭약은 대부분 듀폰사가 공급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엄청난 이익을 챙겨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전쟁 후 군수산업에서 평화산업으로 눈을 돌림과 동시에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나면서 듀폰사는 경제성이 보장되는 발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이영숙, 옷장속의 세계사, 2013, 153~155페이지) 그후 캐러더스가 이끄는 팀들이 값싼 벤젠에서 나일론이라는 새로운 섬유를 발명하여 1940년에 나일론 스타킹이 실크 스타킹보다 두 배나 비싼데도 불구하고 6400만 켤레가 팔리는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이렇듯 패션은 각 시대의 사회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대변해주는 문화코드다.



그런가 하면 개인의 생각과 취향을 반영하여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른바 패션 스타일이다. 패션스타일엔 그 사람의 삶의 철학이 담긴다.

항상 검정 터들넥에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었던 스티브잡스의 패션에도 자기만의 언어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의 변화를 목표로 연구에 몰두하며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항상 같은 옷을 입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개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티브잡스는 항상 이세이 미야케 검정 터들넥과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었다. 디자인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 선택이 바로 스티브잡스의 똑같은 옷 입기에 나름의 개성을 만들어 준 것이다. 마크 주커버그도 스티브잡스와 같은 맥락의 옷 입기를 한다. 기계적으로 같은 옷을 입으면 그만큼 소비되는 시간을 줄여 연구와 일에 더 많이 몰두 할 수 있다는 자기 선택이었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이렇듯 삶에 있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세기를 살았던 타샤 튜더의 경우 19세기 앤틱 의상을 주로 입고 생활했다. 19세기에 제작된 앤틱 의상을 입었을 때야 비로소 자기 자신이 자신다워지고 편안해 진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자신의 옷에 맞춰 삶의 공간은 물론 19세기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았다. 직접 염소를 길러 젖을 짜서 우유와 버터를 만들고, 밀랍을 녹여 초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리고 직접 농사지은 야채와 구식 오븐에서 구워낸 쿠키를 먹었다. 타샤 튜더의 19세기 방식 라이프 스타일과 아름다운 정원이 세상에 책으로 알려지면서 타샤 튜더의 앤틱한 라이프 스타일은 다른 사람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타샤튜더의 옷 입기의 목표는 무엇보다 삶의 평화와 옷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에 있었고 자신도 아름다운 정원 속의 한 풍경이 되어 조화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팝 가수인 마돈나는 데뷔시절 돈이 없어서 스스로 패션코디 역할까지 했는데 그 때 이용한 것이 싸구려 레이스였다. 레이스 끈을 머리에 질끈 리본으로 묶고 목걸이를 주렁주렁 달고 섹시하게 춤을 추는 마돈나의 모습에 남성들은 열광했다. 마돈나는 노래로 성공하여 돈을 벌겠다는 확실한 비젼이 있었고, 그녀의 무대의상도 본인이 세운 비젼과 목표에 부합되었기에 많은 남성 펜을 확보하며 성공할 수 있었다.



















마돈나와는 달리 오드리 햅번은 영화배우로 데뷔하면서 주로 공주풍의 의상을 많이 입었으나 말년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 등지에서 어린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 당시 오드리 햅번이 입은 라코스떼 피케 티셔츠는 그녀가 일반 시민과 같은 간편한 평상복을 입고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만 집중하여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그녀의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을 더욱 빛나게 해준 옷이었다고 할까?










이렇듯 옷을 입는다는 것은 단순하지가 않다. 옷을 입는 모든 행위에 사람의 생각이 투영된다. 그렇기에 의생활은 단순한 소비생활이 아닌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양산해내는 하나의 창조적인 행위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 스타일이 된다. 그리고 옷 입기에는 자신들의 욕망이 당연히 투영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비젼이나 목표, 아니면 자신들의 또 다른 목표나 표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패션은 그 자체로 학습자의 자존감과 인성을 함양시키고, 또한 ‘I AM WHAT I AM’의 철학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에 다가갈 수 있다. 바로 평생교육으로서의 패션라이프스타일교육이다.

특히 미래 사회는 일반적인 리얼세계의 공간 이외에 VTR과 게임 등으로 대변되는 가상현실 이라는 공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라이프 3.0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와 같은 과학자들의 전망을 좌시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누군가를 알아보는 훈련이야말로 중요한 교육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패션을 통한 자아성찰 및 자신의 색을 표현하는 라이프스타일 만들기가 미래 교육의 핵심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유발하라리가 명상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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