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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새벽Tea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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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Nov 06. 2022

끝과 시작

2022.11.5. 토. 새벽Tea톡 303.

 상쾌한 새벽 차 한잔의 힐링! 오늘도 유쾌한 하루를 창조하는 라이프스타일 교육TV 새벽Tea톡 김은형입니다.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새벽Tea톡 303회는 폴란드의 작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책 『끝과 시작』으로 제 삶의 이야기를 나누려합니다.


어젯밤엔 이태원참사의 상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마련한 공연을, 더 무거운 마음으로 어렵게 진행한 기획자와 예술가에게 마음을 더해주기 위해 공연장에 갔습니다. 묵직하게 “황망하게 고인이 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애도곡으로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 재즈 연주는 그야말로 죽은 자들을 위한 위로이자 기도의 음악이었습니다. 


유난히 2030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띤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어쩌면 그들은 황망하게 간 친구와 또래들이 원했던 바로 그 순간의 살아있는 삶과 생명의 노래를 자신들의 귀와 마음을 통해 들려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무대어선 젊은 재즈뮤지션들의 연주는 젊은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권과 안위를 위해 숯칠을 하고 천도제를 올리는 위선적이고 부도덕한 무리들의 천도제보다 백배는 더 경건한 위로의 향연이자 기도였습니다. 


무책임한 정부가 애도의 기간을 정해서가 아니라 우린 스스로 자숙하며 침묵으로 일주일간 애도를 하며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잘못을 가리고 누구든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사회,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자신부터 사회의 안전에 기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침묵하며 살아왔음에 다시 눈뜨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부귀영화를 갈구한다는 것은 바로 그가 악마이자 사회악임을 천명하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을 희생양으로 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면 이제부터는 당연히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있어야합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루드비카 바브쥔스카 부인을 애도하는 일 분간의 묵념’의 한 구절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오는 새벽입니다. 


당신은 떠났습니다.

타오르는 불꽃과 연기가 자욱한 그곳으로!

“그곳에 네 명의 아이들이 있으니 가서 그 애들을 데려올게요”


 - 중략 -


작별 인사 따위는 하지도, 받지도 않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홀로 달려갔으니

다들 보세요, 무릎까지 넘실대는 불길,

미친 듯이 이글거리는 붉은 기운을 헤치고서

아이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왔답니다. 

그녀는 차료를 끊고 

잠시 여행을 다녀오려 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도 쓰려 했고.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 창문을 열거나

숲속의 오솔길을 타박타박 걷다가 

개미를 보고 깜짝 놀라고도 싶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호수가 넘실대는 광경도

바라보고 싶어했습니다


때로는 죽은 이를 위한 일 분간의 묵념이 

늦은 밤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 중략 -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타인들에 확인된 딱 그만큼

스스로도 사뭇 낯설기만 한 심장이 명하는 대로

이 사실을 나는 당신들에게 꼭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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