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형 May 17. 2023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내어 보니..6

첫 책 인쇄!  59kg보다 가벼운 아침이다. 

    

세르반테스의 말대로 펜이 우리 영혼의 흔적이라면 몸은 노동의 흔적이 아닐까? 일기장 한쪽도 거짓말을 쓸 순 없지만, 몸도 피곤한 하루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두 번의 시험 인쇄를 거쳐 문제점을 보완하고 드디어 오늘은 책과 엽서 완제품이 인쇄되어 나오는 날이다. 몇 달 동안의 과로를 몸도 아는지 오늘 새벽엔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3시에 일어나 다시 눕고 다시 4시에 일어나 또 누웠다가 5시가 되어 간신히 일어나 ‘365 라만차 키호테’독서클럽을 마치고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뜨니 7시 59분. 조금 더 잠을 잔 덕분인지 갑자기 마음속에 기쁨이 찾아들었다.      


“ 그래! 이대로도 좋아! 더 나은 것을 찾아 고집스럽고 집요하게 달리는 것이야말로 불행한 모험이야! 밑이 빠진 항아리에 물을 가득 담겠다는 어리석음과도 같아! 그래! 지금 이대로도 좋아! ”   

  

교육과휴식 출판기획사의 대표가 되어 첫책 <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 >를 발행하고 나니 마음에 쏙 드는 경쾌함도 있지만 아쉬워도 도리가 없는 묵직함도 감수해야 함을 알겠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리는 첫 출판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책만 쓰고 만든 것이 아니라 책에 따른 교구까지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다 보니 좀 더 디테일하게 살필 것들을 다 살피지 못했다. 그래도 질긴 예술적 근성 덕분에 끝까지 도전하고 실행하고 기뻐하고 좌절했기에 천만다행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움 없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사위를 던질 수 있었기에 감사하고 잔잔한 기쁨이 찾아드는 것이란 것을 안다.     

 


어제 새벽 book패키지 싸바리 포장 디자인을 다시 뒤집은 것은 너무나 명쾌한 선택이고 결정이었다. 퓨나플랜 김보성대표에게 미한 감사... 밤을 세워 다시 소반 사진들을 찍고 일러스트 작업을 해서 아주 깔끔하고 귀족적인 북 패키지를 완성해주셨다. 


디자이너 다원샘도 너무 고맙다. 자신이 몇 달을 고민하고 고심해서 만든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선택과 완성도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디자인을 내려놓는 큰 사람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마침 베트남의 응우유엔 왕조 마지막 황제였던 카이딘khai Dinh이 후예성에서 매일 차를 마시던 프랑스 리모지 블루 찻잔 받침용 트레이를 복제해서 아트상품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후예성 박물관 아트숍에서 구입해왔던 나의 애장품이다. 마침 ‘수라, King’s Dinner‘라는 책의 컨셉과도 잘 맞아서 더욱 기쁘다.      



오늘은 다시 종이 재질과 인쇄 방식을 달리해서 모델링을 해보고 막판 인쇄에 들어간다. 막판 작업에 연일 밤을 세워 일해주는 김대표와 다원샘은 물론이고 함께 해주신 팀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그나마 프로젝트로 일을 꾸려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주셨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출판해보니...  그동안 내 원고를 선택해주지 않는다고 출판사 대표님들에게 옹알대고 투덜대던 볼품 없는 작가로서의 내가 더 작아지게 느껴진다. 이토록 어려운 과정들이 있고, 투자금이 있고, 직원들이 월급날을 기다리고, 출판사의 미래 비젼까지 생각해서 작가 선택을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않된다는 것에 더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뭐든 자신이 그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의 깊이인 것 같다. 누구도 가장 깊은 바닷속 심해에 이르러 보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누군가의 삶의 심해를 감히 넘겨짚고 속단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임을 알겠다. 부족한 내 글을 책으로 내주신 서사원, 책마을 해리 대표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특히 책마을 해리 <메타버스 디톡스쿨>이 중독의 사회에 중독예방의 지혜로서 다시 한번 부각되어 회자되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책의 홍보에도 더 노력해야겠다.      



이제 다시 인쇄소로 나가봐야한다. 삶의 즐거움이란 아마도 이런 것일거다. 

그냥 슬며시 스며드는 기쁨과 성취로 편두통쯤은 가볍게 이겨내고 외출 준비하러 샤워실 스위치를 올리는 것? 샤워기가 쏟아내는 뜨거운 물로 샤워라도 하고 나면 몸이 좀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지난 5개월의 피곤한 일상을 몸이 정직하게 말해주는 아침! 

그래도 난 살아있고 움직이고 글을 써서 비워내고 또 샤워하러 간다. 

59kg 보다 가벼운 아침이다. ^^     


작가의 이전글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책을 출간해보니..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