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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May 19. 2023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내어 보니..8

   

어제 일을 마치고 귀가하니 현관문 앞에 택배가 쌓여있었다.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텀블벅 프로젝트로에 미리 펀딩하고 책을 구매하시는 예약자들에게 제자의 떡 회사에서 럭키박스를 하나 더 선물하기로 했던바 바로 그 럭키 박스가 먼저 도착한 것이다.



세상엔 참 놀라운 우연들이 많지만 내 삶엔 더 많은 놀라운 우연의 수가 예정된 듯하다. 떠카나주 한지원 대표를 25년 만에 만난 일도 놀라운 우연 중 하나다.


이태원 사건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나는 사건 장소에서 아이들의 명복이라도 빌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이태원에 갈 일이 생겨 길을 걷다 우연히 살라미 샌드위치를 하는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뒤를 이어 들어온 여자 손님이 날 보고 많이 뵌 분 같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평소처럼 농담으로 “아! TV에서 보신 것 아니구요?”했더니 아니란다. 그러더니 혹시 성함이 어찌 되시냐고 묻기에 “김은형인데?”라고 말을 다 마치기도전에 “선생님! 너무 보고 싶었어요.”하면서 펑펑펑 울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거의 통곡에 가까운 눈물이었을까? 나도 아직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 난 네가 누군지 모르겠어. 그런데 너무 눈물난다. 그만 울어! 다 괜찮아. ”

“ 저에요. 신탄진 새일고에서 선생님한테 역사 수업받았고,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책 추천을 많이 하셔서 책도 엄청 많이 읽었던... ”


이태원에서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제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누군지를 알 것 같았다. 18세의 앳된 소녀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사업가가 되어 위풍당당 중년이 되었지만 그래도 얼굴에 그 앳된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사업가로 변신해서 저토록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얼굴과 모습이 변하지 않을 리 만무했다. 



나중에 기억을 떠올려보니 학교에 다닐 때 예쁜 도시락을 싸다 주며 편지도 곧잘 써주던 친구라는 생각이 났다. 심지어 내가 1998년쯤 써준 짧은 편지까지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니 놀라운 감동이 왔다. 그런데 나는 이제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하고 제자는 식품사업으로 꽤 튼튼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보니 이젠 내가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배울 차례였다. 


텀블벅 펀딩도 한 대표의 안내로 펀딩에 성공할 수 있었고( 펀딩 기간을 짧게 잡아 혼나기도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어떻게 관계의 지평을 넓히면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확장할 수 있는지도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 투자금 대비 더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25년 만에 만난 제자가 다시 내 삶에 스승이 되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세계를 연결해주고 후원해주니 감사하고 든든함도 있으나 미안한 마음도 더 많이 앞선다. 


맹자가 말씀하셨던가? 공자가 말씀하셨던가? 측은지심이야말로 인간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마음가짐이라고? 아이 둘 키우며 사업하랴 대학원 다니랴 정신없이 삶에 매진하는 모습이 당연하다 싶지만 내가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보니 마음이 짠하다. 누구라도 아이를 키우며 직장 일을 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학교 선생하며 아이를 키우던 내 지난 세월 또한 눈물의 세월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마음이 짠하고 측은지심이 들어 제자의 후원이 마음 한켠으로는 무겁기도 하다. 하지만 청출어람이니 선생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사업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 같다. 생각보다 복잡한 mechanism 속에서 끊임없이 조율하고 조절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관계의 설정 또한 새로워야 한다. 사업하시는 분들이 동양의 고전 『주역』을 끊임없이 읽어내며 매번 새로운 해석으로 리딩하는 이유를 알 듯하다. 그런 독서의 자세 자체가 사업가의 기본자세요, 태도가 아닐까? 끊임없이 변화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절한 변화된 존재로 흔들림 없이 든든하게 유유히 흘러가며 자신을 잃지 않는 우아함과 품격을 갖추기 위한 수련이랄까? 


암튼 출판사 대표가 되어 새로운 컨셉으로 첫 책을 출판하는 과정 자체가 어마어마한 배움이 요 어마어마한 학습임을 알겠다. ‘배움이 삶이요 삶이 곧 배움’이라는 <교육과휴식> 에이전시의 슬로건이 빛나는 순간이다. 이 모든 일을 이루도록 내 삶에 스승으로 와주신 세상 모든 인연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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