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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Jun 13. 2023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내어 보니... 13

걷거나 뛴다는 것의 차이점은 없다.

    

걷거나 뛴다는 것의 차이점은 없다. 오히려 꾸준히 한다면 똑같은 경지! 이런 확언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찾는다면 그 둘 중 하나가 아닌 강박적인 일중독의 일상에 빠져 집이나 사무실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어젯밤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극구 사업 때문에 피로로 부은 것이라고 우기고 싶지만, 만나는 분들 모두가 옷이 작아 보인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들이 무례한 것이 아니라 나의 감각이 무뎌진 것이란 것을 안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사업이란 것이, 혹자들에게는 먼지처럼 작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쩌랴? 내겐 아직 다 오르지 못한 거대한 산이란 것이 팩트다. 



10여 년 전 베트남 여성들이 금테안경에 배가 불뚝 솟은 한국 남성을 이상형으로 삼고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는데, 아마도 그녀들은 사업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몸매 관리도 잊고 사는 돈 많은 사업가를 상상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업에 집중하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결하다 보니 몸을 잊은 그대가 된 것이다. 아니면 사업에 대한 불안을 잊기 위해 중독적으로 일에 몰입하며 자신을 잊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다. 


스스로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만든 기간 동안 <돈키호테> 완역본 북클럽을 진행한 것은 참 기막힌 행운인 것 같다. 42장에서 돈키호테가 섬을 통치하러 간다는 산초에게 ‘소원에도 좋고 나쁜 운이 있다네’라고 운을 떼며 조언하는 말 중 “자네 자신 스스로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도록 노력하게. 자신을 알게 되면 황소와 같아지고 싶었던 개구리처럼 몸을 부풀리려는 일은 없을 게야”라는 구절에서 개구리처럼 몸을 부풀리고 황소를 가장하고 있는 나를 본다. 


사람들 앞에서 정직하게 몸에 두른 온갖 허영을 벗고 온전한 진실의 알몸을 보여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내가 나를 출판사 대표라고 자칭하는 것도 개구리가 황소처럼 몸을 부풀리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업이 재미있고, 또 꿈을 꿀 수 있으니 행복하다는 말 또한 어쩌면 약한 자신의 민낯을 가리기 위한 치장에 불과하다.


 출판사 대표라는 간판은 단순히 간판일 뿐 정작 그것이 목표로 하는 독자에게 이르는 책의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까? 에너지의 극점까지 찍고 바닥으로 내려온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다이어트도 몸에 에너지가 충전되어있을 때라야 마음을 다 잡는 힘을 내어 가능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걷는다. 틀어박혀 웅크리고 시간과 욕망에 허덕이던 자신을 내려놓고 천천히 걷고 자신에게 고요히 말한다. 오늘도 고요히 품격있고 우아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사업체의 대표가 되었다는 것이 단순한 허영의 옷이 아닌 다시 내가 나를 만나는 시간이자 잘 쓰이는 자비행으로서의 준비와 배움의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사업의 본질인 상품을 판매하여 이윤을 추구한다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다음 스탭을 배우고 실행해 나가야지...  고요하고 우아한 몸짓과 언어로 그렇게 새로운 사업가의 지평을 넓혀 나가야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멀리 보이던 징검다리 앞에 선 자신을 발견한다. 넓적한 징검다리 하나를 골라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물소리 아래로 침잠한다. 



아~~~ 걷는것과 달린다는 것은 차이가 없다. 다만 그것을 꾸준히 하는가? 아닌가?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책을 쓴다고, 사업을 한다고 미루던 걷기와 달리기야말로 강박적인 일중독처럼 기계적으로 행했어야할 중요한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깨달은바를 행하면 된다. 


걷는 것과 달린다는 것은 차이가 없다. 다만 그것을 꾸준히 할것인가?가가 핵심이다. 사업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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