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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Jun 02. 2023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내어 보니... 12

거미줄까지 싹싹 쓸려가는 속 시원함이랄까?

 

수돗물을 틀어 놓고 이렇듯 멍 때리며 놀아본 것이 얼마만일까? 

8년 전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베란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수리공을 불렀으나 고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갔었다. 덕분에 베란다에 있는 식물들 물을 주는 일요일이 되면 싱크대에서 몇 통씩 물을 받아 날라야만 했다. 그런데 아랫집에서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 책 발간 축하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침 아저씨가 인테리어 디자인과 집 짓기를 함께 하셔서 직접 수리해 주시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날 밤 베란다 수돗물이 8년 만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수도꼭지만 고장 난 것인데, 진단을 잘못해서 8년을 물을 길어 나르느라 고생했던 것이었다. 맹신이란 이토록 무섭다. 무지란 또 이토록 무섭다. 전문 수리공이 되지 않을 일이라고 했으니 불가능을 틀림없이 믿었을 뿐만 아니라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스스로 다른 모색을 시도할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간절하지 않았던 것이리라. 싱크대 수돗물이라면 아마도 8년 전 이사 당시에 수리가 될 때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끝끝내 고쳐서 쓰고 있을 것이다. 결국 베란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8년을 고생스럽고 지저분하게 생활한 것은 나의 선택과 결정의 문제였다. 


“붓다 이전에 지혜가 있었다.”라는 말은 결국 싯다르타가 깨친 이 붓다가 되기 전에 깨치기 위해 출가하기로 선택하고 결정한 ‘지혜’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선택과 결정의 지혜란 결국 우리 인생의 삶의 길이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선택의 길을 스스로 간택하여 결정하고 걸어가는 것이 결국 내 삶이 되는 것. 8년 동안 베란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고생한 것 또한 내가 그것의 절실함을 덜 느끼고 물이 나와도 그만 나오지 않아도 그만의 태도로 방치했기에 스스로 시간과 힘을 낭비하는 삶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암튼 수돗물이 터져 나오자마자 속 시원하게 베란다 청소를 시작했다. 거미줄까지 싹싹 쓸려가는 속 시원함이랄까? 


어젠 배달 사고로 배달되지 못했던 300개의 상자가 도착했다. 다시 20번을 2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온몸에 흘러내리는 땀으로 샤워를 했다. 마치 베란다에서 터져 나오는 수돗물로 샤워를 하는 듯 속이 시원한 느낌이랄까?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삶의 모든 국면을 혼자서 당당히 감당하고 마무리 지어 가는 나 자신이 기특하다. 


아~~~ 무엇보다 오늘은,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 제작에 들어간 도자기 생산비, 포장 싸바리 디자인 생산비, 책과 엽서 인쇄비 대금을 모두 결재하고 완결해서 너무나 쉰 난다. 인건비는 에디터 디자인비만 제외하고 모두 재능기부로 도움을 주셨기에 이제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의 선물을 전하는 작업이 후속작업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판매를 위한 마케팅과 유통라인에 대한 공부와 실행이 또 새로운 국면의 당면한 숙제다. 새로운 서지 유통에 대한 실험으로 시작한 일이니 진짜 새로운 유통라인으로 판매를 해보려고 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 책을 사보고 싶어도

교보, 예스 24, 알라딘  그 어디에서도 책을 구해보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내가 대형 책 유통 플랫폼에 책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소비자를 선택해서 상품을 판매한다면?

돈이 있다고 무조건 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면?


맹목적인 부에 대한 추종으로 인간성을 상실하고 무조건 돈을 벌기 위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고 순응해 가는 인류의 위기에 조금이라도 경종을 울리거나 속도를 잡아줄 브레이크 제어장치를 마련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출판사가 직접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유통라인을 실험해 볼 예정이다. 


어쩌면 여러분들은 한여름 바캉스를 <교육과휴식 > 북카페에서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를 읽으면서 즐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대출도 완결되고 대금도 완결되니 베란다 수돗물이 터져 나와 오랜 먼지를 싹 쓸어버렸듯이 속이 완전 시원타~~~~~~ 


 ( 2023. 6. 1.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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