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내게 말했다.

by 김은형

딸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러 서울로 달리던 도로가 한순간 울컥 솟구쳐 흐르는 나의 눈물로 흠뻑 젖는다. 나는 도대체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찾아 어디를 헤매고 있는 것일까?


큰맘 먹고 딸아이 생일을 축하하러 서울행을 결정한 날, 마침 용인에서 지인이 카페를 오픈한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이른 아침 용인에 먼저 들러 개업 인사하고 12시 전에 딸과 약속 장소인 코엑스로 가자는 생각으로 만개한 프린세스키코 꽃이 청초한 축하 화분을 준비해서 용인 동백으로 차를 몰았다.


개업하는 카페가 있는 건물은 모두 A,B,C,D 4개 동이 ㅁ자형으로 연결된 복합 건물이었지만 카페를 찾는 것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반갑게 개업 축하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한잔 마시다 보니 11시, 예약한 식당에 먼저 도착해서 딸아이에게 생일 축하 꽃다발을 건네며 기쁘게 해주고 싶었기에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하 주차장으로 달렸다.


지하 1층, 빨강색 내 차가 없었다. 어? 지하 2층이었나?

지하 2층, 빨강색 내 차가 없다. 헉?

다시 지하 1층, 빨강색 내 차가 없다. 분명히 지하 1층이었는데?

다시 지하 2층, 빨강색 내 차가 없다. 아마도 1층 아님 2층이었는데... 다시 찾아보자

또 다시 지하 1층, 빨강색 내 차가 없다. 다시 꼼꼼하게 보자

또 다시 지하 2층, 빨강색 내 차가 없다. 설마? 내가 내린 곳이 지하 3층이었나?

다시 지하 3층, 빨강색 남의 차가 있다. 저 차가 내 차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지하 2층, 빨강색 내 차가 없다. 다시 지하 1층으로 가보자! 11시15분? 어째~~

다시 지하 1층, 빨강색 내 차가 아닌 빨강차. 다시 침착하게 지하 4층까지 가보자

또 다시 지하 2층, 3층, 4층.... A,B,C,D 4개 동 모든 출입구에서부터 다시 찾아보자.


다시 지하 1층, 11시 30분! 드디어 나는 ‘혼돈’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

도대체 내 차는 어디에 있고 내가 헤매고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그 순간 40대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차에 올라탄다.


“ 선생님! 죄송한데 제가 딸아이 생일이라 서울에서 식사 약속을 하고 주차한 곳을 몰라 30분을 헤매고 있어요. 저를 태우고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한번 돌아주실 수 있나요?”

“ 아, 어쩌죠? 저도 아이들을 태우러 가야해서요.” 그는 아주 어이없다는 표정이나 웃음 띤 얼굴로 여유 있게 핸들을 돌려 내 앞을 빠져나갔다.


다시 지하 1층, 이젠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차를 잃고 맴맴 돌고 있는 나 자신의 미쳐가는 모습이 더 혼란스럽다. 그때 다시 나타난 70대 남자를 향해 듣거나 말거나 이판사판으로 퉁명스럽게 혼잣말처럼 말한다.


“ 내 차는 도대체 어디에 있죠? 내 차를 찾을 방법은 뭐죠? 딸아이가 12시부터 코엑스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생일 축하를 위해 기다리고 있을텐데..... 난 30분 넘게 주차한 차를 찾지 못하고 있어요. ”

“ 하하하하 저는 아주머니 차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은데요?”

“ 뭐라구요? 내 차가 어디 있는지 안다구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처음 마주친 낯선 아저씨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날리며 말한다.

” 뭐라구요? 내 차가 어디있는지 안다구? 그런데 왜 이제 나타났어? 30분 전에 나타났어야지?“

아저씨는 껄껄껄껄 유쾌하게 웃어대며 스카프도 풀어헤치고 차 찾기에 미쳐있는 여자를 향해 말한다.

” 이 건물은 L층이 있어요. 아마 그곳에 있을 확률이 100%입니다. 나도 L층에 있는 내 차에 가는 중이니 함께 가시죠.“


흥.... 미쳐있는 나에게 저토록 관대하고 신사적인 이유가 자신의 과거 경험이었구나....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L층에 있는 자신의 차를 습관적으로 다른 층에서 찾아 헤맸던 것이 분명하구나. 내가 처음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한 사이 엘리베이터가 L층에 서고 문이 열리자마자 나의 빨강색 차가 나를 반긴다. 하지만 나는 다시 그 고마운 70대 노신사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말한다.


”앞으로는 30분 전에 미리 나타나서 내 차를 찾아줘요. 알겠죠? 오늘처럼 날 미치게 만들지 말고...“ 이유도 없이 등짝을 맞고도 껄껄껄 웃고 있는 그 성격 좋은 고마운 분은 ”예“라고 짧게 대답하곤 내 차 바로 옆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흰색 벤츠에 올랐다. 헐~~~~~


꽃이내게  말햇다 1.jpg 차를 찾은 기념으로 한컷 기록 남긴 미친 나. ㅋㅋㅋㅋㅋ

암튼 그토록 찾아헤매던 차에 올라 가속 패달을 밟자마자 이유를 알 수 없는 설움이 몰려들며 울컥울컥 눈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 그랬구나. 나는 그것이 없는 곳에서 끊임없이 그것을 찾아 헤매고 있었구나. 59년의 생애 동안 내가 찾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아마도 그곳에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끊임없이 숨을 헐떡거리며 잠시도 쉬지 못하고 애타게 헤매고 다닌 것이었구나. 그것을 찾으려면 먼저 그것이 있는 곳을 정확히 알아야하는 것이구나..... 정작 빨강 차는 그 어느 곳도 아닌 L층에 있었는데.... 어쩌면 오늘의 헤프닝은 이런 깨달음을 딸아이의 생일 선물로 주기 위해 만들어진 귀한 경험이었음이 분명해! 아이를 위해 준비한 화이트 튜울립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고 귀한 이야기 선물이 될거야“


그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딸과의 약속에 늦어 조바심 나던 마음이 가볍게 내려앉으며 깨달음으로 정화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59세의 어린이가 성장을 느끼며 흘리는 감사의 눈물이었다. 이제 다시 그것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면 된다. 주차된 차를 찾아가는 길이 명확했으니 결국 차를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내 삶의 목적과 방향을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다시 생각하면 된다.



” 엄마가 늦었지? 우리 딸 생일 축하해!“

” 아~~ 엄마~~~ 서울까지 와주신 것도 너무나 감사한데 꽃다발까지 너무 감사해요. 흰색 튜울립 너무너무 예뻐요! 사무실 사람들 책상에 나누어 꽂아 드려야겠어요. 이 아름다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게요. 정말 너무너무 감사해요^^“


어? ......... 이미 그곳에 들어와 있었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목 카페스쿨 레아북카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