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 미니어처가 내게 말했다.

by 김은형


카페 손님이 가져오신 곱슬머리 버드나무 가지가 화병에서 뿌리를 내려 화분에 옮겨 심었다. 야외 정원에서 비를 듬뿍 맞고 선 곱슬머리가 바람에 가녀리게 흔들리며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카페 안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신호일까? 생각하며 주방카운터 앞 키즈싱크대 위에 올려놓았다. 두 달 전 모셔 온 목재 미륵보살입상을 곱슬머리 버드나무 옆에 모시고 나니 부처님 살아생전 설법하시던 보리수를 친견한 듯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들이고 배치한다는 것은 아마도 그래서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과 다를 바 없는 것인가보다. 에스터 M.스턴버그의 저서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는 공간이 가지는 치유력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심리학과 뇌과학적으로 펼쳐주는 좋은 책이다. 회복 불능의 정신 병원에 낸 창 하나가 환자들의 마음을 회복시키고, 성모님이 기적을 행하신 루르드성지에 도착하자마자 병세를 털고 일어서는 환자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공간이 마음을 살리는 마술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오늘 아침 텅빈 카페 한 귀퉁이 소파엔 여리고 어린 생명이 새근새근 잠들어있고, 카페로 날아든 작은 새의 콩당 거리는 놀란 심장 한 조각과 짙게 내린 식은 커피 향 또한 다독다독 평온하고 정답다. 카페의 고요한 침묵에 귀 기울이며 멍하니 사색에 잠기다 보니 문득 절실해지는 커피 한 잔! 천천히 커피를 내리며 허공에 매달린 웨지우드 미니어처 커피잔에 잠시 눈길이 머문다.


‘ 2020.12.22. 전미연 원장님 선물’



아.... 레아북카페에 어린아이들이 달려오고, 작은 새와 놀란 영혼과 비루한 삶도 고귀한 삶도 모두 몰려와 안식을 취하고 가는 이유가 이토록 작은 사랑의 흔적들이 만들어내는 파동 때문이었구나.


공간이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결국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돌봄과 살핌의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의 파동, 즉 긍정의 에너지 때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간다.


그렇게 생각하니 카페 안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사랑으로 읽히지 않는 것이 없다. 심지어 얼룩이 가득한 바닥 양탄자까지도 눈물을 머금고 북카페를 접었던 장학수 박사의 속 깊은 사랑과 응원이었음을 알겠다.


(지


리딩을 리드하라는 책이 한때 유행 했었던가? 삶은 결국 해석의 문제라 했던 니체의 말처럼 허공을 채운 공기마저도 사랑과 감사로 읽어내는 자세야말로 지혜가 아닐까? 그렇게 읽고 해석하기로 선택하고(지) 결정하는(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 작은 커피잔 미니어처가 내게 말 하고 싶었던 지혜였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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