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라상’ 예약 손님이 있어 교육과휴식 레아북카페에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일어서자 설거지하고 테이블을 정리하던 중 중증장애우들 수업이 있었던 테이블에 아마도 침인듯한 이물질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뇌성마비가 심한 아이들은 침을 삼키기도 쉽지 않아 선생님들이 잠시라도 눈을 떼면 속절없이 침이 흘러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3달째 중학교 아이들 집단 상담 출장을 다니느라 월요일마다 카페 체험을 오는 장애우 수업은 인솔 교사들 커피와 간식만 챙겼는데, 문득 아이들이 흘린 침으로 추정되는 흔적과 대면하니 왠지 뭉클하다. 오늘은 또 어떤 수업으로 아이들은 즐거웠을까?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는 것만으로도 바빴을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그 또한 마음이 찡하다.
침 자국을 지우고 다시 테이블을 닦다 보니 이번엔 빨강 색연필의 흔적, 와인색 락카펜 자국, 손톱으로 눌린 흔적 등등 이곳저곳에 초등 돌봄교실 참가 아이들이 남긴 흔적들 또한 가득 하다.
문득 카페 테이블이 내게 말했다.
“ 나는 영국에서 태어나서 아마도 20년 전쯤? 한국에 건너왔어, 용인 스카이캐슬에서 멋쟁이 주인 아줌마의 지극한 사랑을 받다가 서울로 이사하면서 나를 대전 수통골의 레아북카페로 보냈지. 레아북카페 주인장이 터프하게 다뤄서 많이 당황하긴 했지만 그녀가 다정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야. 가끔 날 보고 히죽거리며 웃기도 하고 값비싼 영국제라고 너스레를 떨며 사람들에게 신이 나서 자랑하며 테이블보도 깔아주고 멋진 꽃도 꽂아 주곤 했지. 그런데 올해 돌봄교실을 열면서 아이들 카페스쿨 책상이 되어버린 지금은 테이블보는커녕 아이들이 그어놓은 색연필 자국조차도 제대로 닦아주지를 않아! 덕분에 서글프게도 영국제 고급 식탁으로 군림하던 시절은 가고 이젠 아이들이 밥 먹고 책 읽고 그림 그리고 활동하는 모두의 책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럭저럭한 존재가 되어버렸지.
그런데 말이야. 참 이상하지? 개구쟁이 아이들의 흔적이 내게 스며들고 남겨지고 덧칠해질수록 내 마음도 도탑게 따듯해진단 말이야? 편안함일까? 아니면 눈곱도 떼지 않은 채 새벽 6시에 카페를 여는 이곳 레아북카페 여 주인장의 대책 없는 무모함과 털털한 정다움 같은 것일까? 암튼 거만한 영국 백작처럼 까탈스럽던 20년 전보다 아이들의 모든 흔적을 수용하고 보듬어 안는 낡고 힘 빠진 내가 점점 더 좋아져.”
“ 동감! ”
테이블이 사람이라면, 나도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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