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에서 멈춰 서기
모험은 항상 옳다. 그것이 설령 위험한 것일지라도 옳다. 위험하지 않은 모험은 모험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모험은 매일 반복적으로 침대 위에 오르는 것이다. 왜? 죽음보다 더 한 위험이 있는가?
코로나 19가 단 번에 사회 시스템을 180도로 바꿔놓고 빅뱅 이후 태초의 지구처럼 거리에 개미 하나 보이지 않도록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 ‘죽음’이라는 위험 앞에 노출된 인간의 슈퍼 파월 공포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침대는 위험한가? 세상 사람 95%가 모두 침대 위에서 누워 죽는다. 그래서 침대는 극도로 위험한 곳이다. 만약 침대가 인간의 죽음이 가장 많이 깃든 위험한 공간이라면, 위험을 이유로 가지 못할 곳이란 없다.
어젯밤도 낯선 길을 걸었다. 처음 가는 식당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무방비로 차를 몰아가다 보니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나타났다. 아니,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골목길이란 말이 맞다. 갑자기 호기심이 당기면서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도대체 여긴 어디일까?”
집에서 불과 15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낯설고 새로운 길이다. 나무들이 더 많이 우거지고, 불 꺼진 오래된 집들도 많고, 이름 모를 꽃나무들로 가득한 이 길은 도대체 어디일까? 마치 비밀의 화원에 첫발을 디딘 느낌이랄까? 만약 비가 오지 않았다면, 길 가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그 낯선 골목길의 느낌을 오롯이 느껴보았을 것이다. 신밧드가 찾은 보물섬의 낯선 느낌이 이런 것이었을까?
신밧드가 찾았던 보물섬은 어쩌면 무명의 섬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세상 곳곳에 널려있는 내가 가보지 않았던 최초의 낯선 그곳! 낯선 길! 낯선 공간! 낯선 사람과 낯선 상황! 낯선 공기와 사물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각 자체가 보물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우린 보물섬에 갇힌 존재들이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는가 아닌가는 최신장비의 보물 탐지선을 탔는가 아닌가 가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새롭고 낯선 길 위에 서는 우리의 마음에 답이 있다.
지구 위에선 인간은 모두 탄생 자체부터 위험을 안고 태어나고 길가메시처럼 험난한 위험 속으로 길을 떠나는 모험가일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을 하든, 무엇을 하든, 매일매일이 사실은 새로운 세상이고 새로운 길이며 새로운 모험의 일상이 전개된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면 지금 당장이라도 우린 다시 낯선 길을 향해 바로 떠날 수 있다.
핑계 대지 말라! 위험하다고, 모험하고 싶지 않다고 핑계 대지 말라! 인간의 근원 자체가, 아니 생명의 근원 자체가 모험이다. 심지어 깨알보다 더 작은 청상추 씨앗이 무거운 땅을 견디며 싹을 틔우고 뚫고 나오는 저 엄청난 모험의 여정을 보라! 사실 청상추 씨앗은 흙의 무게에 압사해 마땅한 위험을 안고 탄생한다. 우리의 삶도 그 작은 청상추 싹이 대지위로 올라오는 위험한 모험의 여정과 다르지 않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새로 난 대로 옆에 퇴락한 옛길에서 깜짝 놀랄만한 비밀의 화원을 발견한다.
안개처럼 뿌려지는 밤비 속에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친 옛길의 나무들과 게이기 시작한 밤하늘의 청색 기운이 놀라울 만치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낯선 길에서 멈춰 서서 나는 따끈한 음료를 한 모금 꼴깍 마신다.
아니 그 환상적인 밤비와 물오른 나무와 밤하늘을 꼴깍 마신다.
오늘의 보물섬!
내 삶은 그래서 또 빛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