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그래서 질문하는 힘이 교육이다.

코로나 스쿨 혁명 17.

by 김은형

라이프스타일은 가정과 부모로부터 카피된다.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개인의 변화 중심엔 항상 가정이 핵심이다. 사람의 가치관이나 취향은 물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은 모두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아이에게 카피되기 때문이다.

정갈하고 조화롭게 밥상을 차려내시던 엄마의 살림 솜씨는 물론 반듯하게 정돈된 빨래들, 돼지고기 한 근으로 들통 가득 김치찌개를 끓여 동네 모든 집에 돌리시던 온정과 인심들, 마루와 샘가에서 어른들이 나누시던 다양한 대화들, 지루한 문학전집들을 읽고 또 읽으시던 아버지의 나른한 휴일, 풀 먹인 홑이불을 토닥거리던 다듬이 소리와 아버지 신문 넘기시는 소리 등... 이 모든 부모님의 일상들은 내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햇볕만 짱 해도 피크닉 바구니와 돗자리를 챙겨 보온병 커피를 마시는 피크닉에서부터 캠핑과 여행 등 여가를 즐기는 삶의 여유도 어린 시절 부모님의 라이프 스타일에서부터 초래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내 삶의 지향점이나 취향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살았던 어린 시절에 키워졌고, 성장 기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더해지거나 삭제되며 수정되었을 뿐이다.


오쇼 라즈니쉬(Rajneesh Chandra Mohan Jain)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대는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머릿속에 주입되면, 그대는 그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이다. 잠에서 눈을 뜬 상태는 기계적인 습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대는 단순히 그 습관을 반복할 뿐이며, 각 세대는 계속해서 그 기계적인 습관을 다음 세대에 전수해왔다.


이것이 진보가 그토록 불가능해 보이는 이유다. 왜냐하면 부모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프로그래밍을 아이들에게 각인시키며, 그 프로그래밍은 수세기 동안 계속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깨어있는 상태는 전혀 프로그램화되어 있지 않고 조건화되어 있지 않을 때만 일어나는 것이다.”


오쇼 라즈니쉬가 말하는 세대를 이은 습관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각 가정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상들로부터 습관적으로 학습된 프로그램, 라이프스타일을 우리 집 가풍이니까 전통이라 좋은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질문하는 힘을 교육해야 한다. 왜?라는 의문을 제시하고 문제를 풀어가고 새로운 사유로 삶을 창조하는 인문학적 사유의 힘을 가정에서부터 키워줘야 한다.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가 아니면 어디에 밥을 먹어요?”

29년 전쯤 무단결석하는 철이네 집에 가정 방문해서 받은 충격은 아직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벽지는 반쯤 뜯어져 나가고, 주황색 플라스틱 함지박에 가득 비벼있는 밥과 그것을 덜어 먹은 조그만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들이 널 부러져 있는 양철 밥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밥을 바가지에 먹어도 되니?”라고 묻는 내게 학생이 되물었다.

“밥그릇인데요?”


학생의 일상에서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는 의심의 여지없는 밥그릇일 뿐이었고, 나는 학생의 밥그릇에 대한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몰상식한 사람이었다.



사진의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일간지 기사에서 오렸던듯. 쏘리^^ 하지만 좋은 교육 자료^^



< 아들러 심리학 해설 >에서 아들러는 고도의 능력은 특별한 유전이 아닌 오랫동안의 관심과 훈련으로 비롯된다고 했다. 만약 철이가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아들로 태어나서 다양한 식기류에 대한 관심과 훈련 속에서 자랐다면, 왜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에 밥을 먹어야 하는지 질문했을 것이다. 그뿐인가? 철이는 학교도 꼬박꼬박 잘 나왔을 것이다.


철이는 다른 친구들과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답답하거나 엉뚱한 친구로 치부되었기에 학교도 편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남루하고 거친 집안이 그를 쉬게 하지도 않았다. 손을 잡아주면 손을 빼고, 등을 토닥이면 몸을 비틀어 피하며 집과 학교를 끊임없이 방황하던 아이를 나는 이제 비로소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아이가 거부하는 것이 바로 그 아이가 요구하는 것이다.”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문제가 발견되면 스스로 질문하고 자발적으로 깨달은 후 새로운 삶의 스타일을 스스로 훈련한다. 그들은 아들러의 말처럼 계속해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며 자신의 인생 스타일을 만든 사람들이다.


부모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라이프스타일 그대로 살아가며 불행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이제 우리가 함께 교육으로 그를 각성시켜야 한다. 이미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 존재들이다. 나만 잘 산다고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의 시작은 가정의 기능을 좀 더 넓게 확장한 것이다. 만일 부모가 자녀 교육을 전담하고 인생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자녀들을 충분히 교육시킬 수 만 있다면 어쩌면 학교 교육은 필요 없을 것이다.


학교에 맡겨진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더 큰 비전을 갖도록 안내함은 물론이고, 더 아름답고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도록 다양한 문화체험을 프로그램화하고, 손을 빼면 다시 잡고, 몸을 피하면 다시 안아 등을 두들기며 사랑과 협력의 메시지로 소통해야 한다.



독자적인 부모와 자녀의 라이프스타일이 사회의 다양성을 만든다.

부모로부터 카피된 라이프스타일을 비평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지향점을 가진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고 나와 타자의 지향점의 차이를 알아채도록 스스로 묻고 대답하게 도와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의 인문학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가족이라도 서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부모는 부모 세대만의 차별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자녀세대는 그들대로의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살아갈 때 인류의 사회는 더욱 진보한다.


사회학자 노명우는 ‘가족은 훌륭한 관계를 서로 맺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제도이다.’라고 말한다. 표피적이고 슬로건적인 ‘가족’이나 ‘가정’이 우리에게 최선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새롭게 각성해야 한다.


자기와 타자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자신을 잃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의 지향점과 니즈를 반영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살아가지도 못할 것이다. 요즘은 ICT 기반 미디어 매체들의 강력한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



그것이 꼭 필요한가? 아니면 불안한가?

이미 AI와 빅데이터는 물론 코로나가 우리 삶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삶의 스타일이 변환되었다는 것은, 사고 패턴의 변화를 의미한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직장에 가지 않아도 삶이 영위된다는 것을 코로나는 이미 체험으로 납득시켰다. 이렇듯 인간 사고의 극적인 변환을 초래한 상태임은 물론 사회적 시스템도 바꿔놓았다.


코로나와 공룡 IT기업들은 어쩌면 천생연분이다. 짝이 잘 맞는 파트너? 우리에게 집단행동과 공동체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더 허락될까? 이미 사회의 방향은 일인 가구 시스템으로 가닥이 잡혔고, 공룡 IT기업들이 개발한 설루션들은 새로운 사회의 운영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마트에 가는 것이 바보고, 굳이 학교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어리석다는 암묵적 언어들..... 그러나 과외와 학원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성실함? 에 대해 우린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그것이 꼭 필요한가? 아니면 불안한가?



다양한 독서와 질문을 통한 인문학 교육이 필수다.

틱톡과 같은 신흥 거대 플랫폼은 이제 10대들도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될 것이다. 만 18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신화는 아마도 더 빨리 깨어질 확률도 높고, 기존 의무적인 공교육 연령이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유아교육 시기부터 인문학적 사유를 훈련시키는 교육프로그램의 도입은 더 절실해진다.


왜냐고 질문해야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전방위적 사고는 물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존중의 태도도 배워가야 한다. 그것의 주체가 가정이냐 학교냐를 따지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다양한 독서와 질문을 통한 인문교육은 꼭 시킨다가 핵심이다.


우리가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을 자립심이 강하고 용기에 가득 찬 협력적인 사람으로 훈련시켜 나가야 하는 것 또한 행복한 삶은 공통의 행복을 향해 기여하고 협력할 때 더 커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고 해도 인간의 본성은 무리를 떠나서 행복하게 살기는 어렵다.


부모로부터 카피되는 라이프스타일은, 사실 더 큰 범주에서 보면 그 사회와 세계가 던져주는 감각과 환경의 해석에서 비롯된 생각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곧 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된다.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우리 생각의 방향과 반복적인 사유와 행동 패턴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류의 문화와 역사가 되기에,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인간 본성의 자유함을 지키는 인문교육은 코로나 이후 사회에서는 더욱더 중요한 인류 존속의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시 왜? 라고 질문하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에게 집과 부모는 안전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