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스쿨 혁명 19.
아름이네 집에 모여드는 초대 손님들은 엄마 직장동료 세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름이네 외가집 가족이었다. 78세의 외할머니가 첫 손님으로 도착하시자마자 아름이의 피아노에 앉아 한 손가락으로 바하를 연주하시더니, 두 번째 손님으로 도착한 56세의 큰외삼촌도 피아노에 앉아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연이어 엄마의 직장동료들이 도착했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52세의 작은 외삼촌은 동행한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의 아드님과 함께 피아노 앞에 앉더니 윤상의 ’달리기‘를 협연하기 시작했다. 아름이 엄마의 핸드벨 연주까지 더해지니 아름이의 장기자랑 파티는 순식간에 풍성한 음악회로 진화한다.
마지막으로 서예작가인 외할머니의 ’청풍명월‘ 휘호가 더해지니 9세 아이가 기획한 장기자랑 파티는 한바탕 풍류가객들의 문화 한마당으로 변화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름이가 왜 2주일동안 잠을 설레이면서 파티를 기다려왔는지를 알 것 같다. 내가 높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대상인 ’만원‘을 받지 못하고 인기상인 코코넛 샴푸를 상품으로 받은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아주 완벽한 파티였다. 아름이 아빠의 마지막 감사 인사에 담긴 인사말에 아름이의 ’장기자랑 파티‘의 문화예술교육적 가치와 목표가 모두 포함되어있다.
“ 9세 어린아이가 계획한 장기자랑을 한갓 어린아이 장난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참가하신 모든 분들이 아이가 준비한 행사의 가치를 존중하고 마음을 열어 모든 것을 무릅쓰시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어린 아이의 의견도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않고 존중하며 순간에 최선을 다해주신 초대 손님들께 진심으로 많은 배움을 얻었고, 아름이 아빠로서 또한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
아름이 아빠의 감사인사가 바로 문화예술교육이 홈스쿨 중심의 미래교육에 답이 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작은 규모의 파티는 물론 학교 축제까지 축제의 전 과정을 프로젝트화해서 진행하는 융합수업은 문화예술교육에서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온 효과 만점의 프로젝트 교육방법이다. 크게는 축제의 기획과정과 playing 과정의 두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지는 교유과정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교육에서 지향하는 모든 교육의 효과가 빼곡히 담겨 아이들을 성큼 성장 시킨다.
그러나 ‘축제’라는 단어가 가지는 커다란 스케일 때문에 가정에서 직접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파티 프로젝트 교육’이다. 그렇다면 파티 프로젝트 교육은 왜 문화예술교육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일까? 먼저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문화예술교육이 답이다(상편)>에서 예술교육의 종류에 대해 정리해서 공유한 바대로 문화예술교육은 예술교육의 한 종류로 예술의 기능적인 면보다는 예술이 가진 사유적 속성과 창의적 속성을 기반으로 하여 삶을 변화시켜나가는 삶의 기술이다. 이런 문화예술교육의 특성에 따라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대안교육 분야에서 대체로 많이 접목되어 실행되었고, 국가 정책적으로는 방과후교실과 특수학급 통합교육, 대안교육 등에서 주로 많이 적용되어 진행되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정책은 예술 창작자 중심의 예술교육에서 향유자도 함께 포용하는 정책 이행은 물론 공공문화기반 시설의 적극 활용과 엘리트 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시민들의 예술적 감수성 향상을 위한 보편적 예술교육의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키며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을 학교와 사회로 구분하는 것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인간 삶의 생애주기로 보자면, 모든 사람은 아기로 태어나 노인이 되어 생을 마감한다. 그렇다면 평생교육적 관점에서 교육의 패러다임은 재논의 되어야하고 현재 학교와 학령기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지는 ‘교육’의 관점부터도 재논의 되어야함을 이야기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의 모든 기반 시설과 시스템이 급변했다. 공교육기관인 학교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인데다 가정에서의 교육 기능이 더욱 강화된 상태에서 학교와 사회의 문화예술교육을 분리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제 예술과 교육은 보다 큰 총체적 범주인 ‘문화’의 범주에서 재 개념화되고 발전되어야한다. 문화인류학자 레이먼드 윌리암스의 ‘삶의 총체로서의 문화’라는 개념이야말로 코로나19시대 이후 세계가 모두 주목해야할 교육과 예술의 통합 인문학으로서의 새로운 시발점이다. 아츠쿨툴라는 바로 이런 총체적 삶의 영역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해주며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교육이 교육의 답이 될 수 있다는 개념 정의를 하고 있다.
아츠 쿨투라(arts Cultura)는 ‘우리의 사고와 언어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에 관한 다양한 정의들을 예술이 형상화하고 연결하는 방식들을 의미하기 위해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스가 만든 문화예술교육용어다. 제시카는 예술이 다른 종류의 학습에 기여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교육에 적극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독특하고 개인별로 구분될 수 있는 것부터 인류가 공유하는 문화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까지의 문화나 세계관이 있다는 의미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화>라는 용어는 인간들이 경험을 이해하는 독립된 방식들과 공유된 방식들을 모두 가리킨다. 따라서 예술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의 개인 문화를 만들고 교류하는 방식과 다양한 예술 형태에 새겨진 가족 문화 또는 민족 문화 간의 차이와 공통점을 경험하는 방식, 그리고 차이 안에 포함되어 있고 차이를 넘어서 존재하는 인류의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표현상의 공통적 특징을 발견하는 방식들을 제공한다.”
프랑스 문화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는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변형되는 시간에 따라 인간의 영혼을 영원히 계승할 수 있는 예술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수준 높은 가치라고 역설한다. 말로의 말을 좀 큰 범주로 해석하자면 ‘예술’ 이란 삶의 지속이라고 해석된다.
바로 인간의 유한성을 넘어서는 무한성의 가치다. 나는 죽지만, 내 자식과 후손으로 나의 삶의 유무형의 자산이 대대로 이어지며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형태가 예술적일 때 그 생명력과 가치는 더 무한대로 이동하게 된다. 교육이란 인간 삶의 상식과 교양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바로 그런 삶의 재 양식에 담긴 예술과 그 예술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창의적 사고야말로 인류 문화역사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의 재양식, 라이프스타일이 바로 교육의 핵심 키워드인 것이다. 그렇기에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란 교육목표에 ‘경쟁과 성장’ 중심인 교과목 중심의 교육 모순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방법을 온라인 학습만으로 바꾼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바로 여기에 문화예술교육, 즉 라이프스타일교육 역할의 틈이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문화역량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세대 간 계층 간 소통과 공동체성 강화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고안해야하는가? 생애주기별 유무형의 문화예술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온오프라인의 교육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고 전문성을 강화를 위해 전략화 해야하는가?
생활예술 및 공동체 예술활동 활성화나 국민 창의력 증진,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 통합 등을 위해 어떤 오프라인의 실제적 경험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예술가와 교육가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예술이 가진 본질과 의미, 가치를 교육으로 번역하고 다시 삶의 문화로 통번역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예술가는 물론 부모와 공동체 구성원들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어떻게 평생을 신나는 배움의 장으로 만들어가며 놀 것인가? 생산물을 예술적 가치로 문화유산의 가치로 만들어낼 것인가? 기계적이고 보편적이며 일반화된 가치가 아니라, 예술과 문화만이 가질 수 있는 독자적 유니크함으로 창의적이란 특별한 인간성을 담보받을 것인가? 어떻게 인간다울 것인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보존하고 지켜나갈 것인가?
핵심은 일상적 삶의 정서, 삶의 공동체의 형성, 문화다양성 관점의 일반화, 통합적 장르체계 등을 하나의 공통항목으로 설정하면서 문화예술 그 자체의 교육 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안적 삶의 방식’과 그것을 표현하는‘ 문화적 가치’의 확산으로 방향을 설정하여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교육이 아닌 삶, 라이프스타일을 자생적 순환구조를 중시하는 생태계적 관점에서 발전시키며 통합적인 공동체의 삶의 교육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동체(community)의 어원은 라틴어 커뮤니타스(communitas)에서 온 것으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 이라는 뜻이다.
공동체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사람이 타자와 더불어 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다는 사실’ 과 인간 실존의 의미가 어떤 관련을 갖는지에 대한 것을 알고자 한다. 이때 그 가치가 ‘문화적 가치’로 확장될 때 ‘공동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테면 일상적인 생활의 관계가 형성되는 마을, 지역사회에서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고 의식주와 관련한 사회경제적 측면 또한 포괄되면서 대상범위는 광범위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커뮤니티 아트나 생활문화, 지역사회학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문화예술교육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적 역할과 공동체에 가치를 둬야함을 알 수 있다.
코로나 이후 교육은 이제, 각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일상과 학교, 학생과 일상의 관계, 일상과 시민, 시민과 일상의 관계 등 집을 포함한 삶의 전반에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더 광범위한 코드로 문화적 생산이라는 코드화의 과정을 거쳐야하는 시대적 전환점 앞에 서있다. 일상이 교육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제 모두 공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