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25일, 2020년 10월 19일 월요일. 펑크?

by 김은형

새벽기도 마치고 운동하러 가는데 차 소리가 좀 이상했다.

바로 카센터로 가보니 뒷바퀴에 타카심이 박혀 펑크가 나있었다.

13년 된 낡은 차인지라 다른 큰 고장인가? 생각했는데 오히려 간단해서

자동차 오일과 브레이크 오일도 갈고, 세차까지 마치니 마음까지 게운 해졌다.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와 원고 수정을 하고 언니를 만나러 나가다 옆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들어온 차와 큰 사고가 날 뻔했다. 나는 진짜 오랜만에 분노에 소리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자동차 창문을 내리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아무 의미 없는 분노와 악의에 찬 언행으로 마음에 쓰레기를 만들 뻔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사고가 나지 않은 것에 감사기도를 했다면 내 삶을 더 살찌우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위기의 상황이 닥치니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결국 나의 분노에 찬 목소리와 화난 감정은 차 안에 있는 나 자신이 모두 뒤집어썼다.

참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언니를 만나 생일을 축하하며 지난 토요일 강의 갔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언니가 속상해하면서 말했다.


”넌 선생하기 싫어서 명퇴해놓고 왜 같은 일을 계속하고 있니? 거칠 것없이 자유로운 네가 선생을 그만두고도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언니 말을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하는 생각이 든다.

언니와 헤어져 충남도청 문화사업 협업제안이 들어와 잠시 담당자와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데


” 어? 차 빵구 나셨는데요?“ 한다.


아침에 문제가 된 오른쪽 뒷바퀴다. 긴급출동을 불러서 확인을 받았으나 원인을 찾아낼 수 없으니 내일 타이어를 아예 교체하는 것이 좋겠단다.



임시방편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글을 쓰고 강의를 나간다는 컨셉도 언니 말처럼 선생의 범주 내에서 여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엔 30년 교사 인생을 정리하고 나를 브랜딩하겠다고 시작했고, 두 번 째 < 코로나 스쿨혁명>은 코로나 이후 달라진 세상에 유익할 교육을 제안하겠다며 거대한 소명의식을 불태우고 있지만


”도대체 돈도 나오지 않는 일을 왜 해요?“


라는 누군가의 어이없는 말에도 흔들린다.



만약 타이어가 원인을 알 수 없이 바람이 계속 빠진다면 교체가 답이듯이, 선생으로서의 포지션을 온전히 홀랑 벗어버리고 다시 맨몸으로 새로운 옷을 입어야할 때가 도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잘 쓰이는 책을 쓰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도 바닥에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부와 명성, 그리고 내가 이런 사람이야! 라는 과시욕이 담겨있다.


백색을 표방했으나 어쩌면 흑색인 부조리한 작가정신이 누군가로부터 자극이 들어올 때 뿌리 채 흔들리곤 하는 것이다. 여전히 성공을 돈과 직결 짓는 사람들의 기준도 어이없지만, 그 기준에 흔들리는 나는 더 어이없을 뿐만아니라 부와 성공의 연결을 부정하는 나도 어이없다.


어쨌든 난 정리- 기획- 실행 단계로 내가 계획한대로 다 이루며 전진하고 있다.

현재는 기획 단계의 일들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고 있다.

타이어 펑크로 인한 소음쯤은 웃으며 지나치면 된다. 또 펑크가 나면 타이어를 교체하고 또 지나치면 된다.



삶의 펑크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전진하고 있는가?' 이다.

꾸준히 빛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이다.

타이어 교체하러 가야겠다.

보잘것 없는 타카심 하나가, 커다란 두 개의 바퀴를 교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깊이 깨닫는다.

크고 작다는 절대적 가치판단은 정말 무의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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