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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31. 2023

목포-화창한 골목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3일 만에 날이 갠 목포의 서산동시화골목에서


4일 동안 목포에 머물렀는데 3일 동안 비가 왔다. 유일하게 날이 맑았던 세 번째 날, 오전 늦게 일어나 숙소에서 점심을 챙겨 먹었다. 창밖을 언뜻 보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높고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하루는 맑아서 고맙네-'라고 생각하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직 몸이 무겁고 피로했다.


전날 밤에 몸에 받지도 않는 소주를 3잔 정도 마셨더니 숙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평소에 소주를 즐기지 않는데,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전라도 소주를 마시겠냐며 잎새주를 사들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게 호텔방에서 혼자 3잔 정도를 마시고 잠든 것이었다. 그렇게 전날 밤에 소주를 마신 자신을 탓하며 잠깐 침대에서 쉰다는 것이,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낮잠을 자고 일어난 후였다. 시계를 보니 무려 오후 세 시였다.


겨우 날이 갰는데 이렇게 늦잠을 자 버리다니! 허무했다. 일몰까진 겨우 3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날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꼭 맑은 날에 가고 싶은 곳"을 한 곳 생각해 두었는데, 서산동 시화골목이었다. 바로 카메라와 휴대폰, 지갑만 챙겨 서둘러 나왔다.


버스에 올라 시화골목으로 향하는 동안, 해양대학교를 지나는데 정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풍경은 보기만 해도 상쾌해졌다.



정류장에 내려서는 어상자를 만드는 상점이 보였는데, 기분 좋은 나무 냄새와 짭짤한 바다향이 섞여 코로 들어왔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신기하고 즐거웠다. 이처럼 목포는 꾸며진 관광지라기보단 자연스러운 생활도시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많아 정말 좋았다. 3일 만에 이미 정이 들었다.



시화골목은 영화 '1987'의 촬영지로 유명한 '연희네 슈퍼'에서 시작해 오르막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주택가를 따라 만들어져 있었다. 길마다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동물 중에서도 고양이를 아주 좋아하는데, 귀여운 고양이들도 여러 마리 보여 반가웠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골목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니, 골목의 전경과 목포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구름이 예술이었다. 공기도 어찌나 맑고 맛있는지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한참 동안 눈으로 풍경을 담았다. 기록하고 싶어 사진도 여러 장 찍었는데, 아무리 찍어도 맨눈으로 보는 아름다운 모습이 담기지 않아 정말 아쉬웠다.



반짝 해가 떴던 목포 여행 셋째 날, 서산동시화골목에 방문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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