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메밀 Nov 04. 2023

쿠팡 알바 끝나고 먹는 떡볶이

    나는 원체도 질리지 않고 같은 음식을 잘 먹는 편이지만, 떡볶이야말로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엄마가 떡국떡을 넣고 해 주시던 떡볶이, 달달한 국물째로 들이키고 싶은 국물떡볶이, 진한 양념이 맛있던 동네 포장마차 떡볶이, 친구들과 라면사리를 잔뜩 넣고 만들어 먹던 즉석떡볶이...  웬만한 떡볶이는 전부 좋다.


    올해 먹었던 떡볶이 중에 가장 맛있었던 떡볶이를 꼽자면, 친구들과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끝내고 허겁지겁 먹던 엽기떡볶이다. 심심한 휴학생과 졸업생들이었던 우리는 소소한 용돈벌이를 위해 쿠팡 물류센터 중에서도 반품센터에서 가끔 일을 했다. 난 반품되어 들어온 택배를 뜯고 상품을 확인해 재판매 가능여부를 판정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각각 다른 직무에 배정된 친구들과는 거대한 물류창고 안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상품을 주문하고 배송받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신나는 순간은 단연 택배를 뜯는 순간이다. 택배를 마음껏 뜯을 수 있다니! 이것이 노동이라는 생각만 빼면 아주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주문하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도 잠시, 일을 시작한 지 두세 시간 만에 허리와 다리는 휴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계속 움직이거나 앉아서 하는 업무였으면 덜 피곤했을 것 같은데, 8시간 넘게 한 자리에 서서 일하려니 다리가 저려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겨우 업무를 마치고, 고대하던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다시 모인 나와 친구들은 퇴근 셔틀버스에 기절하듯 앉아 이대로는 집에 들어갈 기력이 없다며 저녁 메뉴를 상의했고, 그렇게 정해진 메뉴가 바로 이 엽기떡볶이였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우린 이구동성으로 가장 맵지 않은 착한 맛을 주문했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와구와구 먹어치웠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떡볶이이기도 하지만, 힘들게 육체노동을 한 후의 식사라 더욱 맛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종종 이 지점을 찾는데, 역시 이 날의 맛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목포-들뜨는 금요일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