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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의자, 하나의 마음

온라인 가구 전시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강의 일지 no.15

by 단단



전시회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 전시는.

홍익대학교 목조형 가구학과 2학년 학생들의 한 학기 동안의 과제물을 발표하는 온라인 전시입니다. 학생들이 15주라는 시간 동안 열심히 쌓아온 배움의 결과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저는 학생들의 맨 앞에, 때로는 맨 뒤에 서서 배움의 여정을 안내한 '짓는 사람, 단단'이라고 합니다.



이 수업은.

녹다운 체어 디자인 Knock-down Chair Design 이라는 주제를 통해, 가구 디자인을 공부하는 수업입니다. '의자는 의잔데, 분해 조립이 가능해야 한다고요?' 네네, 그렇습니다! 의자의 팔과 다리, 좌판과 등판을 접착제 없이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도록, 의자의 구조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수업입니다. 꽤 어려운 미션이지요? 자신의 능력보다 살짝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우리는 비로소 배움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열매 하나.

첫 번째 열매는, '문제를 해결하는 힘'입니다. 조립과 분해가 가능한 의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결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데요. '접착제 없이 조립이 가능하려면 연결 부문에 어떤 구조가 필요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주변의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안에서 녹다운의 원리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원리를 일반화해서, 가구에 적용시켜 보는 것이지요.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문제해결력'이라는 열매가 의미 있는 이유는, 그 안에 '관찰력'이라는 씨앗을 품고 있기때문이에요. 관찰력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디자인의 세계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이 수업은, 관찰력이라는 '디자인의 기술'을 연마하는 수업이기도 합니다.



열매 둘.

두 번째 열매는, '의자, 아... 의자!'라는 열매입니다. 의자의 세계는 굉장히 깊어요, 그래서 또 그만큼 어렵습니다. 사람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해야 하고, 옆에 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의자를 디자인한다는 것. 쉽지 않지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은 사실 이거예요.


중요한 것은
아름답기만한 의자가 아닌
튼튼하고 아름다운 의자를
디자인 하는 것입니다.


의자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몸을 지탱해 주는 도구'를 만드는 일입니다. 멋진 장식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지요. 누군가의 신체적 안전과 정서적 안전을 만드는 일이에요. 학생들이 그 무거운 책임감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의자, 아... 의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열매,
열두 개의 의자.



학생들의 마지막 발표가 끝나고

강의실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열두 개의 의자가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의자 하나하나에 눈길이 머무르네요.

열두 개의 빛나는 아이디어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그 끝에서 만난

크고 작은 성공도 보이네요.

여러분께도 소개합니다.






Toe-Tok Chair
김채림



Pop Up Chair
노자영



Linear Chair
성경민




Lock Chair
박준환



Rou chair
박미나



PPI PPI Chair
김지은



Rabbit Chair
배도하



Bag Chair
장서경



PLUS Chair
성의정



K.A Chair
김연리


김연리.png



Angle Chair
박가연



Clip Chair
박소정


열두 개의 의자, 하나의 마음


어떤가요?

꽤 흥미롭지요?


이제 막 가구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대학교 2학년 학생들의 작품입니다. 제가 같은 시기에 만들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해요. 이 학생들과는 일 년 반 동안 기초 조형, 가구 디자인 프로세스, 스태킹 스툴 디자인 수업을 함께 했어요. 그리고, 이 수업이 함께 하는 마지막 수업입니다. 모교에서 처음 가르친 제자들이라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요.


가르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저의 은사님에게 받은 마음을 저의 제자들에게 다시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향한 마음은 항상 참 큰데, 표현을 잘 못해요, 제가.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합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귀하고 사랑스러웠어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 그런지, 다 너무 예뻐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그렇습니다. 작품의 잘함과 못함을 떠나서 모두 너무나 귀합니다. 이 전시의 타이틀인 '하나의 마음' 이란 이런 저의 마음이에요. 이 하나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저 또한,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요.


여러분, 안녕~


이제 전시를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전시의 마지막은 강의 일지의 첫 글로 대신할까 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제자들을 맞이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memo-sketch/10


테라하라 교수님께 메일을 드려야겠네요. 이 수업을 만드시고, 수업의 커리큘럼을 저에게 선뜻 내어주신 저의 은사님이세요. 항상 학기가 끝나면 결과물을 보여드리거든요. 분명, 잘했다고 칭찬해 주실 거예요.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긴 전시,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학생들이 준비한 전시,
어떠셨나요?

즐거운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https://blog.naver.com/memo-sketch/222178916936

단단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더 큰 사진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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