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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 입을 닫고, 귀를 열 것!

디자인 멘토링/코칭 no.3

by 단단


작가님, 이러시면 저 멘토링 못 해요!

부끄러운 고백


디자인 멘토링 일지, 마지막 글입니다.

먼저,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야겠네요.

디자인 멘토링계의 신생아, 단단.

작가님께 반성문 써서 올립니다...


작가님과의 세 번째 멘토링 시간.

일주일 동안 작가님의 줄자를 직접 사용해 보면서 아이디어를 열심히 모았어요. 의욕 충만했거든요. 어떻게든 이 줄자를 더 나은 것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떠오르는 아이디어마다 '어머, 웬일이야! 이거 완전 대박감이야!!'라며, 흥분의 도가니 안에서 혼자 쌩쑈를 했더랬어요. 그렇게 모은 아이디어를 작가님께 하나하나 던져드렸지요.


작가님, 받으세요~~ 아니, 왜 안 받으세요?


근데,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에요.

작가님께서 제가 던져 드린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빠짐없이,

모두 튕겨내시더라고요.


아항?

음...그럼 이건 어때요?

흠... 그럼 이건요?...

응???...

이건 진짜 괜찮지 않아요?...


작가님!
이러시면 저 멘토링 못해요!!!

헛! 그만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말을 내뱉는 순간, 아차! 싶더라고요.


그렇게 어색한 상태로 멘토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뭐가 문제인 걸까...'하고 생각하다가, 마침 예전에 사 뒀던 코칭에 대한 책 한 권이 떠올랐어요.


창조력을 깨우는 대화의 기술 <코칭의 정석> / 이동운


<코칭의 정석>이라는 책이었는데요.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는데, 아...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코칭의 '코'자도 모르는 단단!

들으라~! 코칭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호되게 야단을 맞는 기분이었어요.


코치는 고객의 상황을 헤아리고
마음을 알아주어야 한다.
'주는 것'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알아주는 것'이다.


학교 밖에서 하는 첫 일이었기 때문에 잘 하고 싶었어요. 잘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보세요~ 저 잘하지요?


맙소사. 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작가님께 던져드린 아이디어들은 그저 저의 욕심이었을 뿐, 작가님을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깨달음의 눈물이 주르르... 다행히도, 작가님께서 저의 욕심 덩어리들을 바로바로 튕겨내주셨기 때문에, 저의 못난 욕심들은 공중분해되었습니다. 현명하신 작가님!


제가 작가님께 드려야 했던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었어요.

작품을 만들면서 쌓인

힘든 마음들을

알아주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드려야 했어요.


단단, 너는 먼저 들으라~!

그 입 닫고, 귀를 열라~!


반성하는 마음으로 독서 노트에 필사


그 이후로는 입 대신 귀를 열고 작가님과 마주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예가로 살아간다는 것, 나무라는 어려운 소재로 제품을 만든다는 것,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대가는 너무나 작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학교에서 디자인을 가르칠 때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지요. 그동안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편하게 디자인을 가르쳤다는 생각이 들어 또 한 번,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학교에서의 디자인 교육은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힘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함이지요.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멘토링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성이 가득 담겨 아름다운, 림.


멘토링이 끝날 즈음에,

작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디자인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을 읽고 싶어서
주위에 많이 물어보고 다녔어요.
근데, 아직 못 찾았네요.


처음 디자인을 배우는 사람에게 디자인 전공서는 너무 딱딱하고 어려워요. 저조차도 전공서는 잘 안 보게 되거든요. 수년간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쳐오면서 제가 느낀 것은, 꼭 어려운 전공서를 읽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저는 강의를 준비할 때, 딱딱한 디자인 전공서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다른 분야의 책들을 참고 할 때가 훨씬 많아요. 그렇게 준비한 저의 디자인 강의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고요. 어렵게 가르칠 필요가 없어요. 쉽고 재미있어야 학생들도 훨씬 잘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처음 배우는 사람도 쉽게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쉬운 디자인 안내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쉬운 책을 쓰려면 어려운 책을 많이 읽어야겠지요. 제가 대신 읽겠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어요. 디자인이라는 두꺼운 벽을 앞에 두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작으나마 확실한 구멍 몇 개를 빵빵! 뚫어드리고 싶어요. 그 구멍으로 밝은 빛이 들어올 수 있게요.


김정우 작가님께 말씀드렸더니,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서 구입해 주실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흐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좌충우돌, 우당탕탕 우여곡절 많았던 디자인 멘토링. 너무너무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저의 첫 멘티가 되어 주신 김정우 작가님.

좋은 기회를 주신

한국공예 디자인진흥원의 이혜원 주임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작가님의 공예가로서의 길을 항상 응원합니다.

디자인 멘토로서 성장할 저 단단도요~!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디자인 멘토링 일지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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