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떻게 버티면 되는데요?

느린 걸음의 생존자 #11

by 메모원

금요일 저녁 7시, 고단했던 한 주의 잔업을 마무리하며 나누던 이야기가 있었다.

"팀장님, 저는 요즘 아침마다 명상하고 출근해요."

팀원의 말에 나는 잠시 손을 멈췄다. 명상. 그 단어가 만드는 작은 균열이 내 안의 오래된 기억을 건드렸다.

"엇... 내가 첫 회사에서 너무 힘들어서 그거 하다가 결국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한 번 쓰러졌었는데."

순간 팀원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에..? 그럼 안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말문이 막혔다. 나는 어떻게 했었지?


그냥 몰라도 일단 해보며 실수하고, 욕을 얻어먹으며 시키는 대로 따라가던 시기가 있었다.

꾸역꾸역 성장은 했지만 덕분에 병을 얻었다.

생존을 위한 도피라며 자기합리화와 함께 이직도 해봤다.

그리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급한 선택은 언제나 후회를 남겼다.


어떻게 해야 다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 적어도 고통보다는 성장에 집중하며 일할 수 있을까? 이리저리 얻어맞으며 성장해 온 나로서는, 내가 당했던 괴로움을 팀원에게 반복하지 않는 것 이상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괴롭지 않게 성장한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성장한다고 회사생활이 다닐 만해지긴 할까?


금요일 저녁, 거의 텅 빈 사무실에서 팀원의 질문은 공중에 떠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명쾌한 한 마디가 없었다. 스타 강사의 원포인트 레슨 같은 문장은 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무던하고 무식하게 쌓아온 경험으로 여기까지 왔을 뿐이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의 무게가, 어쩌면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답이었는지도 모른다.


회사생활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되기 시작한 건 8명을 이끄는 팀장 역할을 떠맡아 꾸역꾸역 이어가고, 짧게나마 법인을 만들어 운영하며 대표의 책임과 압박감을 느껴본 이후였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여유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깨달은 건 간단했다. 나를 힘들게 하던 팀장님과 대표님도 각자의 압박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는 것. 회사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마냥 힘들 수 있는 것이 사회생활이라는 것. 하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넘은 팀원에게 이해를 요구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였다.


"그냥..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운동하고 취미생활 하는거..?"

너무 뻔한 말이지만, 그렇게 버티는 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덕분에 다치기도 하고 병도 여러 번 얻었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살아졌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동시에 생각보다 약하다.


내가 팀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가능한 길을 닦아주는 것 정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완벽하게 정비된 고속도로는 아닐 것이다. 비포장 도로의 커다란 돌부리나 겨우 치워놓는 정도. 그래도 그 작은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그들이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삶의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일을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자기만의 균형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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