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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y 01. 2022

D2C의 몰락 그리고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1>

한국의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시장은 어떻게 접근할까?



 D2C의 몰락


 미국의 대표적인 D2C 브랜드 중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는 곳이 있을까? 이미 광고비 증가로 인해 CAC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매출이 오를수록 적자폭이 심해지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Allbirds나 Warby Parker, Casper 등의 DTC 비즈니스 중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는 곳을 찾기가 정말 어려운 반면, Crocs 등의 전통적인 유통을 하는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갖추고 있다. (매출원가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ROAS 300%
- 매출원가 30%
- 광고비 30%
- 판관비 30%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또한 D2C 미디어커머스의 핵심 모델은 광고비 30%를 마지노선으로 한 매출 극대화 전략이었지만, 현재는 매출원가가 낮은 비즈니스를 제외하고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도 탄탄한 수익을 내는 곳을 거의 보기가 어렵다.


실제로 광고 운영을 해보면, ROAS 300%를 유지한 채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IOS 14 이슈 이전에도 이미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광고로 스케일 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낮아졌던 CPM은 집합 금지 해제 및 차주부터 실외 마스크 해제로 인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커머스 패러다임의 변화


 D2C 비즈니스가 몰락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이미 많은 트래픽을 보유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마존의 브랜드가 급성장한 지 오래되었다. 플랫폼의 수수료가 D2C의 높은 광고비보다 오히려 합리적이고, 광고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중소형 브랜드들이 아마존을 중심으로 몰려들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아마존에 신규 등록된 판매자는 약 20만 명인데, 전년도(2019년)보다 45% 증가한 수치로 매년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판매자들의 매출도 증가세인데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아마존 판매자의 45%는 2020년보다 매출이 45% 증가하였다고 한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정의


 아마존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을 주요 유통 채널로 활용하는 중소형 브랜드 업체들을 주로 발굴 및 인수해 투자하는 기업들을 의미한다. 애그리게이터들은 브랜드 인수 이후 자체적인 소싱, 상품 개발, 유통, 마케팅, 재무 전략 등을 동원해 브랜드의 수치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를 대형화하고 기업 가치를 키우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롤업(Roll-up) 비즈니스라고도 한다.



등장 배경


 이커머스 마켓플레이스의 규모와 판매자들의 숫자 모두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입점 판매자나 브랜드들이 큰 매출을 내는 것은 아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아마존 판매자 중 연매출이 10만 달러(약 1억 2,000만 원)를 넘는 판매자는 14만 명(곳)에 불과하다.


중소형 브랜드들은 성장 속도에 걸맞은 브랜딩, 마케팅, 물류 등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독립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반 업무를 아웃 소싱하기에는 부담해야 할 비용도 적지 않은데, 이러한 상황에서 애그리게이터가 유망한 소규모 판매자나 브랜드들의 영업권을 인수해 통합 관리하는 비즈니스가 등장하였다.


애그리게이터는 여러 판매자들의 마케팅이나 물류, 브랜딩 등을 한 번에 운영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으며, 판매자나 브랜드들은 애그리게이터의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 아래 독립적으로 사업을 할 때 보다 지표상으로 훨씬 유의미한 성장세를 이룰 수 있다.


 D2C의 몰락과 아마존의 성장으로 인해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였는데, 글로벌 벤처캐피털 등 투자사들이 브랜드 애그리게이터에게 집행하는 투자금은 이 2020년경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마켓플레이스 펄스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 아마존 애그리게이터가 조달한 전체 누적 투자금은 10억 달러(약 1조 2,100억 원)에 불과했으나 20201년에는 그 숫자가 120억 달러(14조 6,200억 원)로 폭증했다.

재미있는 데이터로 미국 시장조사 업체 정글 스카우트(Jungle Scout)가 인용한 2022 아마존 판매자 현황 리포트에 따르면, 아마존 판매자 4명 중 1명(25%)은 애그리게이터에게 사업을 매각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스라시오(Thrasio)

 시장을 선도하는 애그리게이터 업체로는 2018년 미국에서 설립된 스라시오(Thrasio)가 있다. 주로 아마존의 중소 브랜드들을 인수하는 전략을 취함. 빠른 속도로 브랜드를 인수하며 설립 2년 만에 유니콘에 등극한 바 있다(지난해 10월 기준 기업가치 1조 원 돌파). 또한 2019년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3건에 걸쳐 부채와 외부 투자금을 통해 34억 달러(한화 약 4조 1,200억 원)를 조달하였다.


퍼치(Perch)

 2019년 11월 미국에서 설립된 퍼치(Perch)는 아마존 FBA를 이용하는 브랜드를 주로 인수하는 회사로, 자사의 제품이 해당 카테고리 내 상위 제품 3개 중 1개에 포함되면서 꾸준한 고객 리뷰를 적립한 브랜드를 위주로 인수한다. 지난해 3월 유니콘에 등극하였으며 최근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로부터 약 9천억 원 투자를 유치하였다.


한국에서도 통할까?


 최근 한국에서도 애그리게이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두 가지 케이스가 있는 것 같은데, 첫 번째는 미국의 성공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창업을 한 경우와, 두 번째는 미디어커머스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사업을 전환하는 경우이다.

2021 글로벌 &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 점유율

글로벌의 경우 아마존이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는 정말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존재한다.


글로벌과 한국의 시장규모 차이도 크다. 미국과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규모는 약 10배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한국에서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수하는 브랜드의 현실적인 성장 한계(국내 시장에서의)를 인지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하고 과거 성장 추세만을 보고 이미 매출이 커버린 브랜드를 인수한 경우, 이미 성장 한계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모델


 따라서, 미국과 달리 한국의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모델은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브랜드들의 M&A가 아닌 엔젤투자자와 유사한 형태를 띄어야 성장에 대한 기업가치 이익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성장한 브랜드를 인수한 경우에는 당장 회사의 매출 볼륨은 크게 보일 수 있으나, 수익성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M&A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는 M&A의 개념이 아닌, 중소형 브랜드(차별화된 제품을 보유한 초기 단계의 1인 셀러)의 브랜드 양수도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중소형 브랜드들을 M&A 전문가 혹은 시장분석 전문가가 발굴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러한 중소형 브랜드는 대부분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매출 및 성장과 관련된 객관적 지표 부족함.)


만약 사람이 직접 브랜드 발굴에 관여할 경우에는 각 플랫폼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모니터링 단계에서 이미 사람의 주관적 관점이 들어가고, 인수하려는 관심 대상 브랜드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시즌성 이슈 및 바이럴로 인한 갑작스러운 매출 증가, 외부적 요인 등에 있어서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어떤 차별점으로 애그리게이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까?


위 차별점은 앞으로 각 애그리게이터 스타트업이 스스로 한국 시장에 최적화하여서 만들어가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위에서는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의 규모 격차를 설명했지만, 한국은 여러 측면에 있어서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시장에 최적화된 부분이 많다.


낮은 플랫폼 의존도 

 아마존이 40%로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은 스라시오 등 글로벌 브랜드 애그리게이터에게 큰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한국은 단일 플랫폼 의존도가 낮다. 글로벌 애그리게이터의 경우 아마존 플랫폼 의존도로 인해 스라시오 등 애그리게이터 비즈니스 모델의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매체를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다양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리스크가 적다.


낮은 수수료

 시장 독점을 하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 FBA를 진행하게 되면 매출의 50%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한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은 경쟁으로 인해 셀러 수수료가 3%~15%로 매력적인 비용구조를 갖고 있다.

아마존 &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수수료 비교자료


수많은 인수 매물

 미국은 이미 수많은 애그리게이터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브랜드 인수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다. (레퍼러에게 테슬라까지 거는 아마존 브랜드 인수 경쟁 : 기사 링크) 하지만 한국은 시장 초기단계로 네이버와 쿠팡만 총 60만 개 이상의 셀러들이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입점 셀러 수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규모

 위에서는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의 규모를 비교하였지만,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59조 원으로 전 세계 5위의 매력적인 시장임에 분명하다.






D2C의 몰락 그리고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1>을 마무리하며..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접하면 옐로모바일을 생각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옐로모바일 비즈니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수익성에 있다고 봅니다. 옐로모바일의 경우, 수익성을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IT 스타트업의 연합체로 불안정한 수익과 과도한 지출이 발생하지는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애그리게이터의 경우에는 플랫폼의 트래픽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에 대한 시스템화를 완성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동등한 레벨의 이해관계자가 모인 연합은 정상적인 운영이 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사업은 조직을 인수하기보다 잘 갖추어진 브랜드 운영 시스템에 브랜드를 100% 양수도 하여 비생산적인 이해관계자 간의 문제를 최소화하고 성장에 집중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마케터의 역할과 MD의 역할에 대한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D2C의 핵심이었던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퍼포먼스 마케팅 혹은 CRM 등의 업무가 안정적인 매출 및 이익 성장에 줄 수 있는 기여도가 조금씩 감소하면서 이커머스 플랫폼 확장 전략, 플랫폼 내에서의 마케팅을 활용한 다양한 성장 전략, 각 플랫폼과 브랜드 간의 관계 등 다양한 경험이 조금씩 요구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처음으로 작성해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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