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한테만 읽어주는 게 아까워서
저는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촌스러워 보일까 해서 '취미는 독서'라 밝히진 않지만
초등 가족신문 발행인(10세), 마산 제일여고 도서 부장 역임(17-18세), 초중고 문집 제작(4년)의 화려한 경력을 미뤄보아 편집된 활자 속 이야기들을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정말 좋은 책을 만났을 때, 저는 퇴근한 신랑을 붙잡고 마음에 불을 지핀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때로는 제가 겪은 일인 양 각색해 떠들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그도 눈을 반짝이며 듣지만, 때론 흐린 눈을 간신히 뜨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청중은 그뿐이라는 것에 심통도 나서 계정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이 얼마나 값진데 졸다니!)
실은 만든 지 1주는 되었습니다. 숨을 크게 들이켰는데 내뱉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이제 한 호흡 뱉습니다. 어깨 좀 내리고, 목 한 번 돌리고 씁니다.
자기 계발서는 작심삼일의 표본 같은 제게 불을 지펴주고,
문학은 예민한 문장들로 감각을 일깨워줍니다.
에세이에서는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위로와 함께 나의 일상을 돌이켜보며 또 한 걸음 나아갈 힘을 얻지요.
깐놈의 계정 아무도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면서도 신경 쓰고 있을 앞날이 그려지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제 방식대로 남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