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본질을 찾는 여정
10년을 넘게 자취를 하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이삿짐이었다.
특히 책들이 버거웠던 기억에 책의 수량을 조절하던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이제는
내가 감당할 만한 분량만 갖기 위해 정기적으로 나의 작은 책장을 뒤적인다.
도서부 시절 실력을 살려 도서관처럼 배열하기도 하고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기도 하는
나름의 의식적인 행위라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올해 7월의 책장 정리 의식에서 같은 책이 두 권 나왔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여러 짐작들보다도 제대로 독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다.
별 일은 아니지만, 평소 책을 읽는 시간에 비해서 남는 게 없다고 느껴오던 차여서 더 강렬하게 그 생각에 사로잡혔다.
기존에 독서 노트를 쓰고 들춰보기도 했지만, 어째 기록이 쌓일수록 글자만 많아져서 더 눈에 안 들어오는 듯해서 노션에다가 [이화서재]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나름의 기록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인스타 계정도 만들어서, 노션에 기록했던 내용들을 캡처해 업로드도 하며 한 달간 나름대로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새로운 문제점 [노션기록 편]
1. 독서 표지가 나오게 하니, 핵심 문장들이 안 보이고.
2. 핵심 문장들이 나오게 하니 키워드들은 잘 보이는데 분량이 많아지니 혼란하다.
3. 책 정보를 일일이 넣는 과정이 불편하다.
4. 생각의 업데이트 구분이 잘 안 된다.
결론은 또 20개 정도 적어두고 안 쓴다. (잠깐의 침묵)
수많은 독서 앱들을 정말 다 설치해서 써봤더니
1.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중심
2. 불필요한 기능이 너무 많거나
3. 본격적인 서비스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인스타그램은 올리는 재미가 있지만, 데이터화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서의 본질에서 더 멀어진다고 느꼈다.
'독서에 최적화되어 있으면서도, 단순히 카운트가 아니라 정말 내가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00권의 책을 읽으면 정말 삶이 바뀔까?'
독서는 활자를 읽어 내려가는 행위가 아니다. 작가의 생각과 만나고, 의문을 가지거나 저항을 하면서 나의 생각과 세계를 넓히는 적극적인 행위다.
이 독서의 본질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도구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자 신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5년을 '자연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해 온 그. 나는 서비스 총괄과 기획을 맡아서 많이도 대화를 나누고(싸우며) 지냈기에 자연스럽게 앱으로 기록하는 결론이 도출됐다.
기획자 아내와 개발자 남편의 합작품은 과연 세상에 나올 수 있을것인가.
사실 이 세상 수많은 앱들, 이 순간도 쏟아지는 현상에 또 하나를 보탠다는 것이 어째 송구스럽단 마음도 든다. 그래서 자꾸 '사업적'으로 대화가 빠지면 "나만 쓸 독서노트 앱 하나 만들자!" 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현재는 서비스의 대략적인 기획이 마무리되고 함께 해 줄 믿음직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자료를 준비 중인데 자꾸만 마음이 설렌다.
거창하면 안되는데 말이다.
읽고, 생각하고, 깨우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그 끝에 자신에게 다다른다.
2022년 11월 10일부터 시작된 우리 부부의 프로젝트,
독서의 본질을 찾는 여정(1)을 기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