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화 Dec 01. 2022

만약 루이뷔통 다이어리가 삶을 바꿔준다면

일을 할 때는 몸이 힘들어서, 육아할 때는 내가 없어진 것만 같아서.

번 돈은 보상심리와 카드값으로 다 빠져나갔다.

비슷한 나날 속 어쩌다 본 루이뷔통에 홀려 헤까닥 하는 심정으로 팔십 몇만 원을 결제했다. 결제하곤 언제 오나 기다리느라 며칠을 안절부절, 돌이켜보니 볼이 화끈거린다.


보통 이렇게 요란법석을 떨면 얼마 안 가 시큰둥하기 마련인데,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이 다이어리를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눈뜨자마자 아이 다음으로 쓰다듬는다. (여보 미안)

그리고 돌이켜보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진실로 원하는 것

정성스럽게 이름을 적어 넣고,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워나가다 보니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다. 또 화끈거리지만 '포르셰 / 전원주택 / 에르메스' 등을 적어두었던 페이지도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이 페이지는 없어지고 '10명의 아이들을 후원할 것', '지역 사회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과 같이 어쩐지 결연한 마음을 먹게 되는 내용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살아가는데 중요한 사실들

어째서 중요한 것들은 그리 쉽게 잊어버리고선, 몸에 익숙한 대로 살아질까. 아이의 떼를 '생각이 강해졌구나.'라고 긍정적인 면으로 생각하자 마음먹었어도 금세 무서운 표정이 나와버리곤 한다.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에 괴롭던 일상이 조금씩 바뀐 계기도 다이어리 덕분이다. 제일 앞쪽에 적어 둔 '청결한 환경, 무한한 지지, 한결같은 애정'을 매일 아침 마음에 새기려 끙끙대는데, 효과가 조금은 있는지 요즘 아이와 대치하는 순간이 줄어들었다.

그 외에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어라'와 같은 책들의 중요한 구절들을 복기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달라진 생활패턴

다이어리를 쓰다듬으려 일찍 일어나다 보니, 아이도 7시 30분이면 일어나게 되었다. 10시에나 가던 어린이집을 9시에 등원해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오면 낮잠도 잘 자서, 나만의 시간이 4-5시간이나 생겼다.

이렇게 글도 쓰고, 업무도 보면서 하루가 충만해지는 느낌에 '살아 있구나'라는 거창한 생각까지 든다. 마음이 바뀌니 모든 것이 달리 보이고 가끔 아가씨 소리를 (남편이) 해 주면 손사래를 치면서도 으쓱한 기분까지 든다. 



다이어리로 정점에 선 사람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간의 백악관 생활을 버틴 비결은 쓴 다이어리'라고 했고, 아이유 씨도 음악적 원천을 중학생 때부터 적어온 일기로 꼽는다. 요즘 자기 계발서에서 공통된 조언 중 하나가 '감사 일기를 매일 쓰고, 읽어라'이니 글쓰기가 중요하긴 중요한가보다.

특히 오바마의 '나를 명확히하는 연습'이라는 구절은 배려하되 눈치보지 않고 쓰겠다는 나름의 글쓰기 원칙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니 깨달은 바를 적되 그렇다고 내키는대로 휘갈겨 쓸 일도 아닌 것이다.



내 인생에서 글쓰기는 내가 믿는 것, 내가 보는 것, 내가 관심 있는 것, 내 가장 깊은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중요한 연습이었다.
출처: www.daylitude.com/blog/how-obama-clarifies-his-thoughts




명품 다이어리가 만들어 준 '꾸준함'

'무리해서 구입한 다이어리, 제대로 써먹어야지'라는 마음은 어쩌다 보니 꾸준함을 만들어 주었고, 일상이 조금씩 변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까지 비쌀 필요는 없겠지만, 각자의 '로망'이 담긴 멋진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것은 어떨까, 조금 특별하게 각인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12월의 첫날이다. 서점 문구 코너에 울려 퍼지는 캐럴, 들뜬 표정으로 다이어리를 고르는 풍경을 떠올리니 어떤 따뜻함이 차오른다. 멋진 다이어리와 함께 차분히 앉아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으로 올해를 마무리들 하시기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읽었는데요, 안 읽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